당신이 몰랐던 범죄학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네?"
일반적으로 내가 무엇을 전공한 사람인지를 이야기하면 80%의 사람들에게 듣는 답이다.
나머지 19%는 모르는 표정이지만 알겠다는 일단 제스처를 취하고, 1% 정도의 경우에는 유사 전공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할 때라 오히려 내가 설명을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헷갈리기도 한다.
그나마 두세 번 정도의 설명을 거치면 아주 조금 수월해진다.
"범죄에 관련된 현상들을 연구해요."
"아, 프로파일러~ 범죄심리학~"
이쯤에서는 확실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구구절절이 내가 하는 공부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인가, 여기 까지만 하고 내 전공에 대한 설명을 마칠 것인가. 일반적으로 크게 관심이 없으나 질문거리가 없어 물으시는 분들을 위해서는 여기까지가 대부분이지만, 조금이라도 그게 무엇인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 조금은 자세히 설명에 들어간다.
"저는 ......를 공부합니다."
여기까지 이야기가 나오면 대부분의 경우 다른 화제로 이야기가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나의 범죄학'에 관련된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물론 모든 경우에 이렇지는 않다. 조금이라도 범죄학과 관련해 어디에선가 무엇인가 들어본 분들이 본인의 지식을 나에게 뽐낼 때도 있고, 범죄현장을 가본 적이 있는지 궁금해하거나,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을 만나보았는지를 묻거나, 실제 케이스를 리뷰해본 경험이 있는지를 묻기도 한다.
건축학과, 수학과, 정치외교학과, 경제학과, 국문학과 같이 과 이름만 말하면 생각하게 되는 그런 이미지를 '범죄학과'에 대입하자면 CSI 같은 과학수사나 프로파일러, 범죄심리학자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나의 대부분의 만남에서, 일반적인 경우, 이 이상 '범죄학자'를 설명할 시간은 없다.
'나의 범죄학'에 대해 알아주지 않는 것에 대해 한때는 화가 나기도, 억울하기도 했었던 시절이 있었다. 누군가가 알아달라고 한 공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오해를 하게 하고싶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이제껏 누군가에게 '나의 범죄학'에 대해서, 당신이 궁금하지 않아해도 끝까지 밀어붙여 이것에 대해알아 달라고 할 용기도, 패기도 없는 게 사실이었다.
그런 나에게 찾아온 이번 연재 매거진에서라도, 한 번쯤은 패기 있게 '나의 범죄학'에 대해 눈치 없는 사람처럼 이야기해보고 싶기도 한 마음에, 이렇게 그 시작을 해보고자 한다.
"그래, 그래서 도대체 당신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이제부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아주 상세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