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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경 Oct 14. 2022

내 친구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신문을 보고 둘러본 나의 친구들

얼마 전 한 신문에서 <강릉 소녀들은 '서울'이라는 무지개를 좇아 대관령을 넘었다> 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한 도시의 여고생들의 ‘인 서울’ 에 관련된 기사였다. 나 역시 '인 서울'을 한 입장에서 그 기사를 무척 흥미롭게 읽었고, 생각이 많아졌다. 


내 친구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난 이제 서울에 친구들이 더 많아. 이런 말을 농담처럼 했었다. 농담으로 하는 말이지만, 거짓말은 아니다. 적지 않은 수가 지금 서울에 자리를 잡고 있다. 한 때는 고등학교 때 가장 친했던 무리 중 절반이 수도권에 있는 시기도 있었다. 이제는 혼자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결혼 후 아이를 준비하면서 다시 부산에 내려간 친구들도 간혹 있다. 편하게 친구들이라고 표현하지만 친구들 말고도 학교 선후배들과 여러 지인들도 서울에 자리를 잡고있다. 이제 이들은 단순 자취가 아닌 부모로부터 독립을 한 '한 가구'이다. 그들은 혼자 살기도 하고 결혼 후 수도권에 자리 잡은 친구도 있으며 형제자매가 같이 올라와 있는 경우도 있다. 많은 수가 다양한 형태로 수도권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부산의 슬로건은 ‘다이나믹 부산’이다. 실제로 부산은 억양도 다이나믹하고 사람들의 성격도 다이나믹하다. 나는 특유의 오지랖 넓음도 너무 좋아한다. 하지만 그 내면을 보면 어떨까?


부산에서 회사를 다닌다고 하면 부산은행 아니면 선생님 아니면 공무원이라는 농담. 셋 다 아니면 서비스직 근무자라는 농담. 이 말들 역시도 농담이지만 거짓말은 아니다. 


부산은 제 2의 도시라고 말하고 있음에도 부산을 본사로 두는 대기업 하나 없으며, 인구 이탈이 심한 도시 중 하나이다. 한때 400만에 육박하던 인구는 어느새 300만이 되었다. 


저 기사를 읽고 고등학교때 같은 반이었던 동창들이, 초등학교 동창들이 뭘 하고 있는지 확인해 본적이 있었는데 직업이 있는 친구들은 정말 공무원 아니면 선생님이라서 좀 놀라긴 했다. 사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은 서비스업에 종사한다. 아, 물론 자영업을 하는 있는데 보통 고객을 바로 상대하는 일이어서 이 역시도 서비스업에 포함 시켰다. 일반 회사에 일했던 친구들은 공무원 준비를 해서 공무원으로 직업을 바꿨다. 결혼과 출산으로 육아에 집중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다. 이렇게 친구들의 직업을 확인하다가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은, 성별에 따라 직 업의 구분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남자들의 경우는 사기업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던 반면, 여자 친구들은 공무원, 교사 등 농담속의 ‘공무원 아니면 교사’로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인 서울’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서울로 올라 오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는데 큰 포인트 두 가지를 잡자면 대학과 취업이다. 대학으로 인 서울을 하는 방법은 공부를 잘 하고, 집에서 어느정도 지원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대학을 꽤 오래전에 졸업했고 그 때는 지방거점대학과 서울의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대학들의 입결이 많이 차이 나지 않았다. 요즘은 서울에 있다는 이유로 어드밴티지를 갖는 학교들도 그 때는 거기 갈 바에 굳이? 라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등록금과 생활비도 걱정거리가 한가득이다. 등록금을 걱정해서 국립대로 인 서울을 하려면? 우리 모두가 알 듯, 공부를 정말 잘 해야 한다. 


서울에 있는 국립대라고 하면 생각나는 한 곳 -사실 서울에는 국립대가 7곳, 공립대가 1곳이 있다- 서울대. 서울대는 부산대보다 등록금이 평균 이백만 원정도 비싸다.(포털 검색 평균 비용 기준) 장학 제도가 잘 되어있어 실제 등록금은 얼마가 될 진 모르겠지만 눈앞에 닥치는 부담은 생각보다 크다. 등록금 외에도 생활비도 무시 못 하는 부분인데, 경제력이 없는 상태에서 훨씬 많은 돈을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며 서울에 살아야한다. 


두 번째는 취업이다. 취업의 경우 대학을 올 때 보다 경제적인 부담이 조금 적어진다. 일단 취업을 하면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자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학때 인 서울을 실패한 사람들이 두 번째로 노리는 타이밍이다. 서울도 일 자리가 없다고 하지만, 직업과 직군의 스펙트럼이 꽤 넓어지기 때문에, 원하는 직업을 찾아 서울로 젊은이들이 모인다. 내 주변 역시도 전공을 살려서 서울에 온 친구들이 많다. 주로 마케팅을 업으로 가졌으며, 비전공자임에도 개발자가 된 친구들도 있고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도 있다. 그리고 이들은 이미 10년차를 넘어선 엄청난 경력직들이다. 

이쯤이면 다들 이제 부산에 가는 것을 포기한다. 포기의 이유는 연봉이다. 이들이 부산에 갔을 때 경력을 살려 연봉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사실 잘 모르겠다. 취업 관련 사이트는 연봉정보가 거의 비공개로 나와있어서 정확히 추산하기 힘들다. 내가 지금 받는 연봉의 테이블이 어떤 지 모른다는 것. 이것 역시도 다시 돌아가는 데 있어서 큰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정확히 알 수 없다면 통계로 알아보자.


부산의 청년임금노동자의 연봉은 주요 8대 도시 중 가장 낮고, 비정규직의 임금 역시도 8대 도시 중 6번째다. 6-8위의 격차가 6만원, 5-6위의 격차가 14만 원이다. 코로나로 평균 임금도 하락했는데 전국 이 0.1%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때 부산은 1.9% 하락했다. 

모든 회사들이 그렇진 않겠지만, 신입의 연봉은 그저 최저 임금일 때가 많았다. 나 역시 부산에서 일할 때 최저임금만 받고 일했고, 최저임금이 오르면 급여가 오르는 수순이었다. 10년 전, 신입 월급 200만원으로 시작했던 곳이 있었다. 그 곳은 근무시간은 9-6이었지만 30분 전에 오고, 30분 후에 가는 것을 강요했다. 그리고 지금. 여전히 신입의 한달 급여가 200이며, 정식 근무시간이 8-6인 곳도 종종 보인다. 취업 관련 포털을 보면서 ‘개똥밭에 굴러도 서울이 낫지’라고 생각한다. 


 살기 좋은 곳 부산. 나 역시도 살기 좋은 곳이라는 것에 반대 의견은 없다. 하지만 조건은 하나 붙는다. ‘돈이 많으면’ 돈이 많으면 서울만큼, 아니 서울보다 살기 좋은 곳이 부산이다. 날씨도 사람도 인프라도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곳이다. 하지만 나의 발목을 잡는 단 하나의 문제. 일자리. 하나일 뿐인데 그것이 내 삶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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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었던 기사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110191028001

연봉 통계:https://blog.naver.com/tradepeople/222266306661


코로나로 줄어든 임금 관련 기사 : https://www.hani.co.kr/arti/area/yeongnam/10118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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