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소경 Feb 03. 2024

펜을 쥐는 손이 달달달 떨리다.

달리기에는 코어가 중요하다지만, 이건 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온갖 상하체 운동의 반복. 러닝머신을 뛰는 시간보다 팔, 다리 근력 운동을 훨씬 많이 하고 있다. 


같이 운동하는 분들과 돌아가며 철봉(?)에 매달렸다. (나는 헬스장을 다녀본 적이 없어서 많은 용어가 서툴다. 여전히 놀이터 수준에 머물러있다.) 다른 분들은 턱걸이 나는 오래 매달리기. 


오래 매달리기. 운동을 못하는 약체 중의 약체인 내가 할 줄 모르는 것 중에 가장 못하는 것이기도 하다. 학교에서 체력테스트를 할 때 시작! 과 함께 내려오는 사람이 있지 않는가? 그게 나야. 정말 단 한 번도 0초 이상 매달려 본 적도 없는데 오래 매달리기라니?  그것도 10초? 근데 나의 의지와 코치님의 강제성이 합쳐지니 되긴 되는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10초, 두 번째는 20초. 두 번째 20초는 정말 손으로 봉을 제대로 잡지도 못하고 손가락으로 간신히 매달렸다. 


이게 끝인 줄 알았는데 러닝머신은 잠시 뛰자며 러닝머신 위로 올라갔다. 아. 그만하고 싶어요. 어쩌죠? 모두들 다들 운동을 즐겁게 하고 쾌감을 느끼시는 건지 궁금하다. 나는 이렇게 몇 번 안 했는데 고통의 굴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걸..  운동을 하면 활기가 생긴다는데 활기고 나발이고 집에 이대로 들어가서 누워 자고 싶다. 


그래도 내가 선택한 거니까 러닝머신을 10분 정도 뛰고 내려왔다. 언제까지 할 수 있어요?라는 말에 저 출근해야 해요!라고 말했더니 지금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그만하자고 하신다. 일상생활이 안 될 정도로 운동하는 건 맞지 않다고. 그럼 전 이미 시작하자마 집에 갔어야 해요! 


운동만큼 정직한 것도 없다는데,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그걸 알기엔 너무 조급한 걸까? 운동 막 시작한 사람들이 거울 앞에서 자기 몸 관찰 제일 많이 한다고 딱 그 꼴이다. 회사에서 업무 정리를 위해 펜을 들었는데 손이 달달 떨리고 글자가 엉망으로 적혔다. 손은 아프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손가락 밑에 피부가 까져있다. 이게 운동의 맛이라는 건가.. 아직은 고통뿐인데. 이건 운동이 아니라 다시 태어나고 있는 느낌이다. 앞으로 가는 속도가 더뎌서 나가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나 정말 10km 뛸 수 있을까? 생각한다고 답이 나오는 게 아닌데 계속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이전 03화 힘들어요? 힘든 게 맞아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