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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경 Feb 24. 2024

되는 운동이 없네

러닝이라는 거창한 명목아래 운동을 시작했지만, 지금 내 수준을 이야기하자면 재활, 부활 또는 갱생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매일매일 새롭고 다시 태어나고 있다. 내 나이를 개월수로 셀 수 있던 그때, 걷기 위해 얼마나 많이 넘어지고 엄마라는 말 한마디를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이 옹알이를 했을까. 그 수준으로 비유를 하자면 아직 좋다 싫다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기초는 잘 따라가는 편이라 초반에 따라붙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초반부터 힘들다.  


친구 찬스로 필라테스를 처음 간 날.  곧잘 따라 하는 내게 강사는 이전에 한 적이 있냐고 물었다. 물론 그게 다 긴 했다. 나는 그때 이후로 하나도 늘지 않았으니까. 스포츠를 시작할 때도 그렇고 어지간한 운동은 초반에 바짝 따라붙고 그걸로 끝까지 버텼다. 그런데 이건...... 늘지 않는다. 진짜 심하다.


코치님이 뻔뻔하게 운동을 해라, 진짜 못 봐주겠으면 그땐 자세를 확실히 잡아주겠다고 말씀하시는데... 매일매일 못 볼 꼴의 연속이다.


윗몸일으키기를 시작했다. 온갖 기구 위에서 하다가 결국은 보수볼 위에 정착했다. 어디에 힘을 줘야 하는지 찾기가 어려웠다. 대체... 대체? 여기 힘을 주는 건 뭘까? 여태껏 살아있는 게 영할 정도로 근육을 거의 쓰지 않고 있었다. 최소한의 근육만을 이용하여 가성비와 효율로 삼십 년 넘게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대체 팔에 힘을 어떻게 주는 것이며 등 근육은 어떻게 쓰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


나의 삶은 가성비와 조금 멀다. 많이 먹고 잠도 많이 자고 돈도 많이 쓴다. 차로 따지면 롤스로이스다. 1L를 넣어봤자 4km밖에 못 가는 것이다. 보기에는 경차, 스쿠터인데 어지간한 외제차 같은 유지비를 자랑한다. 하지만 근육은 이렇게 가성비로 사용하고 있었다니. 그럼 나머진 다 어디로 간 것인가. 솔직히 알고 있긴 하다. 살이지 뭐.


근육을 움직여보고서야 알았다. 내 몸 사용설명서가 있다면 첫 페이지만 펴서 스위치만 확인하고 다른 기능을 아무것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스쾃도 런지도 힘들다.


런지를 힘들게 했던 날은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는 계단도 고통 그 자체였다.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게 더 힘들다는 것을 겪게 된 것이다.


호흡이 얕아 숨도 간신히 쉰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려면 굉장히 내 몸을 의식하고 움직여야 한다. 운동 뭐 하세요?라고 말하면 숨쉬기 운동이요라고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도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세상에, 난 정말 하고 있는 운동이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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