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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경 Apr 06. 2024

처음으로 남산공원 길을 뛰다

제 고관절이 조사진 것 같아요

이번 주는 나오실래요?


한사코 거절했던 주말 달리기. 이번엔 한 번 뛰어보자 결심을 했다. 왕복 약 7km 걸어본 적은 있지만 한 번도 뛰어 본 적은 없는 길이었다. 혼자 뛸 때도 한 번도 끝까지 가 본 적 없는 길이었다. 오르막 내리막이 심해서, 이미 올라오는 것 자체가 운동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이유로  항상 두려웠고, 시도조차 해본 적 없었다. 인터벌로 2km 정도만 달리면서도 나는 누구보다 호흡이 딸렸고, 얼굴이 새빨개졌다. 이어폰에서 이제 뛰어야 한다는 신호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씨발! 하고 읊조렸다.


그래도 혼자가 아니니,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사람이 없는 타임을 노려, 뛰기로 결심했다. 생각이 많은 나는 아는 길이라 더 두려웠다. 그래도 한 번 해보자! 코치님을 믿고 달리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할만하다고 느낄 찰나 오르막이 있었고 이제 진짜 못할 것 같은데? 생각할 때쯤 내리막이 이어졌다. 뛸 만했다. 재미를 느끼기엔 벅찼지만 그래도 발은 계속 움직여졌다. 하지만 마지막 급 내리막에서 생각이 많아졌다. 여기가 이렇게 내리막이라는 것은, 반대로 돌아갈 때 쭉 오르막이라는 뜻이니까.


잘하고 있다고 코치님이 다독였지만, 나는 전혀 잘 되고 있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나의 발을 움직이게 하는 것들이 있었는데, 하나는 케이던스 소리였고 다른 하나는 발을 전혀 움직이지 못할 때쯤 어깨를 쭉 미는 코치님의 손이었다.


저 이제 진짜 못하겠어요.


이 말을 세 번쯤 한 듯하다. 근데 진짜 문제는 저 말을 내뱉는 상황이었다.

남산공원길에서 집에 가는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다. 걸어가기. 중간에 빠지는 길이 있긴 하지만, 어차피 그리로 빠져도 큰 방법 없이 걸어서 가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달리고 있으니, 달리기를 멈추고 걸어서 끝가지 가야 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바탕으로 말하자면 걷는 것보다 달리는 게 나았다. 달리다가 멈추면 다시 발을 움직이기 힘들다.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있는 것처럼 걷는 속도가 느려진다. 중력이 자석처럼 느껴진다.  달리기 좋은 도로임에도 마치 모래사장을 걷고 있는 기분이다. 그래서 나는 달릴 수밖에 없었다. 한 번 멈추면 정말 한 동안은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진짜 와 정말 못하겠다 싶을 때쯤, 마지막 오르막이 나왔고 내 발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지만 케이던스 소리에 맞춰 움직여 우리만의(?) 결승선에 도착했다. 57분, 6.6km 다들 이 거리를 뛰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관심 없다. 그냥 나는 이걸 다 뛰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니까.



어땠어요?라고 묻는데 난 정말 고관절이 조사 질 것 같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뛰는 건 6.5km 남짓이었으나 집까지도 걸어가야 하니까 이 날은 거의 10km를 움직인 셈이다. 뿌듯함도 뿌듯함인데, 뿌듯함과 함께 걱정도 생겼다. 사서 걱정하는 나답게, 어디서 또 걱정을 긁어모아 온 것이다. 


와, 6.5km가 이렇게 힘들다고? 나 10km는 어떻게 뛴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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