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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경 Apr 02. 2024

강제 미라클모닝, 이상 없음


운동은 남는 시간에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내서 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을 하고 있다. 이건 운동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해당하는 말 같기도 하다. 


짬나는 대로 공부해야지 → 하지 않는다. 억지로 학원에 가야 한다

틈틈이 영상 만들어야지 → 절대 하지 않는다. 미리 기획해놔야 한다


운동도 똑같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며 목표로 삼았던 일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체력일 길러서 회사에서 집까지 달리기로 오겠다는 다짐이었다. 하지만 야근과 저녁 식사 시간을 생각했을 때 회사에서 집까지 러닝으로 퇴근을 하겠다는 건 거의 로또 1등만큼 허황된 일이었다. 


그렇게 나는 6시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정확히, 6시에 자리에서 털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6시에 눈을 뜨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평소에도 6시면 눈을 뜨기 때문이다. 하절기는 5~6시 사이, 동절기는 6~7시 사이에 눈을 떠서 침대에서 꼬물거린다. 정신은 멀쩡한 채로 누워있을 수 있는 최후의 순간까지 누워있는 것이다. 내가 잠들어있는 사이에 일어난 재밌는 일들을 확인하다 보면 어느새 출근 준비를 해야 한다. 


아침에 운동을 한다는 건, 그 수없이 많은 즐거움을 뒤로하고 몸을 일으켜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막상 운동하러 가려고 하니 왜 그렇게 챙겨 입어야 하는 게 많은지. 이것저것 챙겨 입고 꾸물 거리다 보면 10분은 순식간에 지난다. 


게다가 겨울엔 베란다에 널어놓은 옷을 입는 게 왜 그렇게 몸이 시린지 옷도 미리 빨아서 말려서 입을 옷을 결정한 다음에 의자에 걸어두고 잠을 청했다.


1년 365일을 이야기할 때, 내가 새해 첫날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날이 있는데 바로 동짓날이다. 동짓날을 기점으로 해가 점점 길어지기 때문이다. 나한텐 동짓날이 진정한 새해 첫날이자, 봄으로 가는 시작점이다. 

새벽 운동을 하면서 동지만큼 나에게 의미 있는 날이 생겼으니, 그날은 바로 춘분이다. 동지에서 춘분까지 꽤 텀이 있다. 그 새벽, 정말 매일 새벽마다 왜 이렇게 해가 안 뜰까? 아 이제 좀 밝아졌나? 이제 해가 좀 길어지나... 지나.... 지나....? 하다가 드디어 낮과 밤의 시간이 같아진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6시 30분이면 아침이다! 새벽마다 계절이 바뀌고 봄이 다가오는 걸 아침 시간으로 경험한 것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만, 아침 시간을 유용하게 쓴 적은 없다. 항상 누워있었고, 해가 질 때까지도 누워있었다.  미라클 모닝의 방점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아니라 출근 시간 전에 먼저 일어나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던데 지금 의도하지 않게 미라클 모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 주 2회 정도이고 아마 앞으로도 주 2회가 전부이겠지만(더 했더니 생활이 되지 않았다.) 일단 하지 때까지는 미라클 모닝 이상 없음!이다. 해가 짧아지면 그땐 생각이 좀 바뀔지 모르겠지만 일단 6월까지 이 뿌듯함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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