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여행으로 타이베이와 사랑에 빠진 사람의 여행 이야기
동행인은 3번째 방문, 나는 처음이었다. 이미 주변엔 대만을 한 번쯤은 갔다왔거나, 대만에 관심이 없는 사람으로 나눠져있었다. 혼자 여행을 안 하는 나는 대만여행은 사실상 포기상태였다.
나는 혼자 여행을 못한다. 대화를 자주 해야하고 음식을 많이 시켜야하기 때문이다. 혼자 여행은 6시간. 딱 외출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하다.
대만 여행은 충동적으로 결정되었다. 누군가 인터넷에 올린 대만의 여름 사진을 보고나서이다. 너무 더운 날은 피해야한다는 생각에 10월로 비행기표를 잡았다. 대만 항공권이 풀리자마자 바로 타이베이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할부가 끝난 지 한참에서야 우리의 여행은 사직되었고, 마치 돈을 한 푼도 안 쓴 듯한 착각을 들게했다.
여행지에 따라 뭘 볼지 뭘 할지 달라지는데, 타이베이의 여행 정보들은 볼거리보다 먹을거리에 초점이 맞춰져있었다. 하나도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발견할 때마다 구글맵 타이베이 폴더에 차곡차곡 저장을 해나갔다. 여행 계획을 짜보자고 마음을 먹고 폴더를 열고서야 깨달았다. ‘뭐야, 먹을거 밖에 할 게 없어?’
그 때부터 우리는 부랴부랴 박물관, 온천, 야경 등 이것 저것을 찾아 폴더에 추가했다. 굉장히 계획적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계획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그저 선택지를 만들어 놓는 과정에 불과했다. 게다가 나는 처음 여행이라 어디든 괜찮았지만, 동생은 이미 세 번째이기 때문에 약간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10여년 전 처음 여행 갈때도 거기였는데 아직도 거기야?’ 라는 생각이 들면 여행이 지겨워질 수 있어, 가본 곳과 가보지 않은 곳을 적당히 섞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 다 가는 곳도 가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가보자고 결정했다. 이 것은 어디를 ‘방문’한다라기보다는 호텔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우리의 선택지는 '다안'과 '티엔무'였다. 다안은 타이베이 여행을 계획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거라고 생각하지만 티엔무는 생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아침을 먹기 위해 티엔무를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고 있어도 한국인을 단 명도 만나지 못했다.
어릴 땐, 한국인이 없는게 마냥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인이 이렇게 없다는 건 뭔가 불편한게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티엔무의 불편한 점은 교통이었다. 티엔무는 지하철이 없다. 우리도 공항을 오고 갈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버스를 타고 다녔다.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알게 된 건데, 구글맵은 버스 시간을 참 못 맞췄다. 구글맵으로는 버스 정류장 위치만 체크하고 안내 시스템이나 버스 어플로 다시 한 번 봐야했다.
여섯달 전에 호텔과 비행기를 결정짓고 대략의 일정도 짰지만, 우린 그렇게 철두철미한 스타일이지 못했다.
“그래서, 호텔엔 어떻게 가는데?”
“니 첨 대만 갈 때 어케 감?”
“버스 같은거 타고 갔던거 같은데?”
동생과 나는 답은 없고 질문뿐이었다. 이럴 때 믿을만한건 역시 네이버밖에 없었다. 네이버로 타오위안에서 타이베이로 들어가는 법을 검색한 후, 기차를 예매했다. 우리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