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팀에선 복장만 터지게 하더니...
6월 2일. 롯데와 kt의 트레이드가 있었다. kt의 투수 박세진과 롯데의 외야수 이정훈. 이정훈이 누구더라..? 들어는 봤는데?라는 생각도 들지만 두 선수의 이름을 모를 수도 있다. 두 선수 다 붙박이 1군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두 팀이 트레이드를 위해 선수 카드를 맞춰보고 있다는 소문은 꽤 예전부터 있었는데 오래 소문이 돌았던 것 치고 트레이드 화제성은 낮았다. 2군과 1군을 오가던 외야수와 언제 포텐이 터질 지 알 수 없는 좌완 투수. 냉정하게 들릴 진 모르겠지만, 애매했다. 선수 트레이드를 기사가 나면 팬들이 큰 충격을 받기도 하는데, 반응도 소소했다. 누가 이익이고 손해니 두 팀의 손익을 따지는 계산도 그다지 나오지 않았다.
롯데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것이 있다면, 형 박세웅과 동생 박세진이 한 팀에서 뛰게 되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형제가 다 kt에 지명을 받고, 롯데로 오게되었다.
박세웅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최근 같은 팀 송재영이라는 투수와 닮은 꼴로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있다. 형제 아냐? 라는 이야길 들을 정도였는데 그런 투수의 진짜 동생이 롯데로 온 것이다. 그리고 그 동생은 형 박세웅과 많이 닮지 않아 팬들 사이에서 그저 재밌는 일이 생겼네 정도의 트레이드였다.
롯데에서 트레이드 되어 kt로 간 이정훈 선수는 그날 바로 1군에 등록되었다. 올해 롯데에선 단 하루도 1군에 있지 않았던 선수였다. 하루 이틀은 삽질하는 듯 보였지만 이내 적응을 한 듯 안타를 때려냈다. 원래도 장타력은 좋은 선수였다. 그렇게 1군에 적응하며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로 거듭났다. 멀티히트(한 경기에서 안타를 2개 이상 치는 것)를 치고, 적시타를 치며 타격감을 끌어올리더니 이적한 지 2주도 되지 않아 1군에서 홈런을 기록했다. 첫 끗발이 개 끗발일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지 이정훈은 그 다음 날도 바로 홈런을 쳤다. 군복무를 제외하고 7시즌을 뛰며 쳐낸 홈런은 3개. 그러나 kt로 이적한 지 2주 만에 2개의 홈런을 친 것이다. 그렇게 6월 한 달 동안 이정훈이 친 홈런은 3개로 7년간 친 홈런과 숫자가 같았다.
가끔 야구에는 이런 선수들이 있다. 이적 전에는 팬들의 안타까움만 사거나, 존재감이 없었지만 이적 후에 딴 사람처럼 변하는 선수들. 메이저리그까지 갔다 온 박병호가 그랬다. 1차 지명으로 LG트윈스에 입단했지만 그놈의 포텐(포텐셜, 잠재력)은 언제 터지냐며, 포텐 터지길 기다리는 내 복장만 터지겠다며 기대보다 못한 활약을 보내다 히어로즈로 옮기고는 ‘히어로’로 거듭났다.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했던 박병호는 아직도 삼성에서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팀을 옮겼다고 실력이 갑자기 좋아졌거나, 엄청난 각성을 한 게 아닐 텐데. 이렇게 갑자기 잘 하는 선수들을 보면 기분이 이상해진다. 홈런을 못 때려내는 롯데가 왜 이정훈을 보냈을까? 결과적으로 롯데가 아쉬운 장사를 한 게 아닐까?와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저 선수는 계속 1군 언저리를 맴돌며 자신의 실력을 꽃피우지 못했을 수도 있다.
팀을 옮기자마자 잘 하는 선수를 보고있자면 다들 풀리는 시기가 있고, 운이 맞는 때가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능력이 어마어마하게 오르지 않더라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면 예기치 못한 순간에 나를 찾는 운이라는 게 찾아 올 것이라고. 또 반대로 지금 뭐가 안 풀리더라도 너무 나를 탓하며 땅굴을 들어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성공이 모두 나의 공이 아니고 실패가 모두 나의 잘못이 아니다. 단지 때를 못 만난 것 아닐까?
트레이드의 손익 역시 그렇다. 시즌은 계속 되고 한 해 한 해 어떻게 될 지 모르는게 스포츠니 시즌이 끝난 뒤에, 몇 년이 지난 뒤에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세진의 때도 너무 늦지 않게 찾아오길. 간절하게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