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너무 마음이 빡쳐서
올 시즌 스윕도 긴 연패도 없었던 롯데에게 첫 위기가 닥쳤다. 6연패째다. 오늘 경기 진행사항을 보아하니 7연패도 눈앞에 있는 듯 하다. 소총 부대 롯데의 배트는 빗자루가 된 듯 하다. 롯데에게 어울리지 않았던 ‘투수의 팀’이라는 타이틀도 이제는 약발이 떨어졌다. 이렇게 타격이 다같이 떨어질 땐 선수들은 뭘 하는 지 궁금하다.
팬들이 할 것은 욕 또는 응원밖에 없다. 그런데 뭐랄까. 응원도 희망이 있으면 할 맛이 나는데, 영..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응원이 아니라 욕으로 경로를 변경해 본다. 욕 위에 욕이 쌓인다. 또 덮어놓고 욕을 하자니, 시즌 중반까지 잘했던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욕을 삼키게 된다. 어제의 내새끼가 오늘의 개새끼인게 야구라지만 그간 봐온 경기들을, 잘 해왔던 순간들을 잊을 순 없다.
그래도 매이닝 매이닝 참신한 욕 없이 ‘씨발!’만 입에서 맴돈다. 이제 외국인들도 알아 듣는다는 욕. 이 욕을 어디 써야하는 지 정확한 용례가 궁금하다면 고개를 들어 롯데의 야구를 보면 된다고 말하고 싶다. 기회가 아닌 위기의 만루만 이어지고 잔루만 쌓인다.
쳤다하면 병살이다.
아주 옛날에 야구를 막 보기 시작한 친구가 병살타의 뜻이 ‘병신처럼 살살치는 타구’라던데 진짜야? 라고 물은 적이 있었다. 한자는 정확히 알지 못해 그것의 줄임말은 아니라고 했지만, 요즘엔 그 말이 떠오르며 사실은 저 뜻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롯데는 병살타가 106개다. 2위와는 20개 넘게 차이가 난다. 출루가 많은만큼 병살타의 기회도 많은 거라고 하지만... 무너진 타격에 어느새 안타 2위와는 30개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물론 팀 삼진도 압도적으로 적은 편이긴하다. 그만큼 방망이가 공격적으로 나간다는 이야긴데, 지금 롯데는 그런 공격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다. 롯데 병살 106개와 함께 나오는 얘기가 삼성의 홈런 개수다. 삼성은 홈런이 117개. 맨날 홈런치는 것 같은데(실제로도 그렇다) 우리는 삼성이 홈런치는 것만큼 병살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의 홈런은 삼성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응원할 맛이 나지 않는다. 관성적으로 야구를 보고 있다. 그리고 이제 그 관성을 접어도 될 듯 하다. 아니면 옛날의 그 아재들처럼 술에 얼큰하게 취해서 그물이라고 타고 폴대를 기어올라가고싶다. 아니면 구단 버스를 밀어넘어뜨리고싶다. 그때만큼 강하지 않는 내가 할 수 있는건 돈을 써서 익사이팅 존에 앉은 다음에 ‘집중해’ ‘정신차려’따위를 소리로 지르는 걸까? 이것도 가능한 진 모르겠다. 요즘 워낙 이런 것도 뭐라하다보니.
오늘도 졌다. 1번이 출루를 하면 뭐하지? 2번이 0안타인데? 3번은 2삼진인데? 4번은 홈런을 못 치는데? 요즘 계속 안타보다 삼진이 많다. 삼진이 적은 팀이라는게 믿을 수 없다. 오늘 선발투수가 6실점으로 무너졌는데 걔가 안 무너졌어도 졌을 경기다.
이럼에도 3위라는 사실이 믿을 수 없다. 초반 좋은 흐름일 때 쌓아놓은 위닝이 빛을 발한다. 근데 언제부터 3위하는 팀이었다고 이렇게 안일한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팀 컬러는 사실 이게 맞지만(?) 아니다. 야구 정말 관성적으로 한다. 실제로 가서 보는 편이 덜 열받을 지도 모르겠다. 저 맥아리없는 얼굴들 클로즈업으로 보지 않아도 되니까. 응원하다가 얼레벌레 넘어갈 때도 있으니까. 내일은 이길까? 모레는? 야구를 못 하는 것도 안 괜찮은데, 타팀의 기록에 들러리를 항상 롯데가 서는 것도, 롯데를 무시하는 해설이 롯데가 못할 때 입에 모터를 다는 것도 싫다.
정신적 지주가 다쳐서 9월이나 되야 복귀가 가능하단다. 정신적 지주가 빠지며 실력도 빠져버렸다. 객관적 지표가 흔들릴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주관적인 정신적 지주가 없다고 이럴 일인가? 나태하기 그지없다. 한심하다. 이 한심함을 매일 매일 빠지지 않고 보고 있는 내가 제일 어이없다. 내 전기세가 아깝다. 제발 근성있게 경기에 임해줬으면 좋겠다. 지금은 그냥 10개 팀 숫자 채우기 그 이상도 이하도 없는 팀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