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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집짓기1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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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한무 Oct 07. 2022

생각이 다른 부부가 집을 짓기로 결정하다

내가 집을 지어 첫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에 확신이 있던 반면, 남편은 집 짓기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단독주택은 재산가치가 떨어지며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였다. 남편은 아웃도어보다 실내 생활을 선호하는 성향이라 굳이 마당 있는 집을 원하지 않았고, 직접 집의 내 외부를 관리해야 하는 주택살이에 부담이 컸다. 무엇보다 단독주택은 아파트보다 환금성도 떨어지고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일도 없으며 오히려 집 지은 비용을 회수하는 것도 보장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모험을 피하고 싶어했다. 될 수 있으면 내내 전세 살이로 아파트에 살면서 집에 대해 손해도 이익도 회피하며 관리할 것 없이 편하게 살고 싶어했다. 


남편과 달리 나는 집에 대해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나는 집을 투자의 대상이 아닌 안정과 편안한 휴식을 주는 가치로 생각했고, 상대적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주부로서 쾌적한 환경을 원했다. 전세살이를 벗어나 내 집을 마련해서 취향대로 꾸미고 더 이상 이사와 전학 걱정 없이 안정되게 사는 모습을 그렸다. 결혼 생활 10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이대로 전세를 전전하면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집을 소유하는 경험을 통해 부부가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도 들었다. 대화를 통해 생각의 차이를 좁혀 보려고 했지만 서로 똑같은 이야기만 해대는 통에 대화의 끝은 늘 싸움이었다. 남편은 아내가 가정의 자산 운용에 대해 나몰라라 하며 비현실적으로 대처하는 것 같이 느꼈고, 나는 남편이 아내의 행복보다 돈을 더 우선시한다고 느꼈다. 집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는 늘 평행선을 달렸기 때문에 차라리 아예 대화를 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이 되었다. 


살고 있던 전세 아파트를 매매할 것이냐를 고민하다가 마당있는 집에 대한 소망이 떠올랐고 남편의 반대에 부딪쳐 거처에 대해 헤매고 있을무렵 살던 아파트가 팔렸다. 이제는 내 집 마련을, 집 짓기를 할 것인지에 대해 결론을 내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짓기를 마음에 품기 시작하면서 종종 단독주택지 산책을 하곤 했는데,  하루는 남편을 데리고 가까운 단독주택지에서 산책을 하며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은 채 나란히 걸으면서 이야기를 하니 전투태세를 벗어나 마음에 여유가 깃들었던 것 같다. 남편은 집짓는 것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산가치보다도 관리의 어려움이라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여기저기 관리하느라 시간을 빼앗기기 싫다”고 했다. 분명 자신의 손이 필요한 일들이 생길텐데 손하나 까딱하기 싫은 주말시간을 집관리에 들이기 싫다는 거였다. 재산가치 하락보다 집관리가 더 싫구나, 이사람은. 어쩐지 남편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기 싫은 일 하는 것도 싫고 그렇다고 외면하는 것도 마음이 불편하겠지. 


남편은 아내의 행복보다 돈을 우선시 했다기 보다는 내 집 마련을 했을 경우 혹시나 잘못된 선택을 해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가정에 손실을 입히는 게 아닐까 하는 무거운 책임감이 있었다. 집을 지었을 경우 집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책임감에 부담이 컸다. 나 또한 가정의 재정상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전세살이를 전전하는 것 보다는 단독주택이라도 내 집을 구매하는 것이 자산 보전에 있어서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어필했다. 그리고 집 관리에 대해 일절 남편이 신경 쓰지 않도록 하겠다고 호언장담하며 모든 집 관리를 내가 전담하겠다고 약속했다. 잔소리도 하지 않을 것이며 손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된다고 믿고 맡겨만 달라고. 그만큼 내 속에 마당있는 집에 대한 열망이 부글부글 끓었다. 남편은 결국 자신의 주장을 꺾고 드디어 집 구매를, 그것도 단독주택을 짓기로 결정했다. 결혼 생활 10년이 넘게 내 집 마련을 반대한 남편의 뜻을 존중해왔으니, 이제는 내 뜻이 존중 받아야 할 차례이기도 하지 않은가. 남편이 원하는 당구장을 만드는 조건을 옵션으로 추가하면서 우리는 집을 짓기로 극적 타결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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