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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솦 솦 Aug 11. 2024

분유

"동빈아, 우리 주란이네 집 놀러 갈래?"


"왜?"


"주란이 동생이 생겼대. 주환이. 아들이래. 주란이 숙모 축하해 주러 가자."


여름의 끝무렵 엄마가 서울에서 내려왔다. 여름방학이 끝나가는 무렵이라 나도 다시 데리고 갈 겸 겸사겸사 내려온 것이었다. 엄마는 주란이네 집에 막 태어난 갓난아기를 보러 가자고 했다. 주란이에게 남동생이 태어났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장에 나가서 분유와 기저귀를 샀다. 분유와 기저귀를 들고 엄마는 내 손을 이끌고 주란의 집에 들어섰다. 주란의 집은 할머니의 집의 반만 했다. 기역자 형태로 연결된 집에는 두 개의 창호지 문이 나란히 서 있었고 끝에는 나무문이 달린 부엌이 있었다. 숙모와 삼촌이 직접 진흙을 쌓아 지었다는 이 집은 뭔가 한 쪽으로 기울어있는 것 같다. 어설픈 솜씨로 지어 집의 균형이 잘 맞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옆으로 꺾인 기역자의 다른 끝엔 외양간처럼 보이는 문이 보였지만 안은 텅 비어있었다. 집은 갓난아이가 있는 집 같지 않게 적막했다. 마치 아무도 집에 살지 않는 것처럼 덧마루에는 먼지가 뽀얗게 쌓여있다.

 

"주란 엄마 있어요?"


문풍지를 바른 오래된 창호지 문 앞에서 엄마가 큼큼, 하고 헛기침을 하며 주란이 숙모를  불렀다.


방 안에서 당황이 느껴지는 작은 소란이 일고 곧 황급히 머리를 만지며 주란의 엄마가 경첩이 삐걱-하는 소리를 내면서 문을 열고 나온다.


"아이고야 동빈이 엄마 와니까? 서울서 언제 내려왔대요."


우리 엄마보다 작고 마른 주란의 엄마. 한동안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둘째를 낳고 몸조리 중이었던 것이다. 저 작은 몸으로 어떻게 열 달 동안 아기를 품고 있었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마르고 왜소한 그녀.  주란이 숙모는 항상 앞머리를 길게 내려 그녀의 왼쪽 눈을 가리고 있곤 했는데 오늘은 미처 가리지 못했다. 우리가 예고 없이 방문해서 그런 것 같았다.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선연히 보이는 그녀의 흰 눈. 그녀의 눈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항상 흰 눈의 그녀가 무서워서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던 나는 숙모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무서운 흰 눈으로 숙모가 나를 바라본다. 나는 나도 모르게 엄마의 손을 꼭 붙잡으며 살짝 엄마 뒤로 숨었다. 엄마는 모른 척 내 손을 앞으로 잡아당기며 나를 다시 앞세운다.


"아이고, 잘 있었어요? 아기 보러 왔지요. 축하해요, 아들이라면서요!"


엄마는 낯선 사람을 만날 때 사용하는, 평소보다 두 음계는 높은 목소리를 내며 약간은 호들갑스럽게 축하를 건넸다. 엄마의 낯선 높은 옥타브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둘이 친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엄마의 낯선 사람용 목소리. 주란의 엄마는 누추하다면서 어쩔 줄 몰라하면서 방으로 들어오라며 문을 열어준다. 엄마는 나를 먼저 밀어 넣었고, 나는 엉거주춤하게 댓돌에 신발을 벗고 작은 창호지문을 통과해 들어섰다. 나는 이내 주란이 엄마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질 수 있는 구석에 가서 섰다. 숙모의 가까이에 있으면 그녀의 흰 눈이 마치 전염병처럼 나에게 옮겨 붙을 것만 같았다. 엄마는 방에 따라 들어오며 그런 나를 흘겨보곤 숙모가 볼 세라 내 손을 잡아당겨 엄마 옆에 세운다. 작은 방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진흙으로 지어진 집은 벽지도 붙어있지 않았다. 이렇다 할 장롱도 하나 없는 방. 그리고 방 한가운데 펴진 이부자리에는 흰 배넷옷을 입은 작은 아기가 누워있었다. 울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는 아주 작은 아기. 이렇게 작고 움직이지도 않은 것도 사람이라니.


'어째서 이 집 사람들은 모두 작고 말랐는데, 주란이만 살이 찐 거지?'


 작은 아기를 바라보며 나는 주란을 떠올렸다.


"삼촌은 어딜 가셨어요? 안 보이네요."


방에 자리를 잡으며 엄마는 대식이 삼촌의 안부를 묻는다.


"저기 윗마을 당숙네 밭에 일이 있다고 거기 일손 도우러 나갔어요."


"아, 당숙네 고추밭에 사람들이 많던데 거기 가셨나 보다."


"예, 주란이도 아빠 쫓아가서 거기서 놀고 있는지 안 보이네요."


주란의 엄마는 묻지도 않은 주란의 위치까지 우리에게 알려준다. 나는 속으로 '주란이가 지네 아빠랑 다니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주란이는 거기 안 따라갔을 건데'라고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엄마와 몇 마디 안부를 주고받던 주란의 엄마는 멀쩡한 다른 왼쪽 눈을 들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동빈이는 어쩜 이렇게 의젓하니. 서울애라 그런지 말씨도 이쁘고. 얼굴도 하얗네."


나를 보는 그녀의 표정에서 무언가 모를 선망이 느껴졌다. 그녀의 선망은 나를 바라볼 때 주란의 얼굴에 떠오르던 감정과 닮아있었다. 그 익숙한 감정을 그녀의 얼굴에서 보는 것이 불편했다. 숙모를 향해 주란을 향한 혐오와 비슷한 감정이 내 안에서 스멀스멀 솟아나는 것을 느껴지만 동시에 그가 나보다 한참 어른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나는 혐오를, 그리고 공포를 꾹꾹 눌러 담았다. 애써 서울에서 온 의젓하고 착한 아이 행세를 했다.


나를 들여다보는 그녀의 가느다란 얼굴을 가까이서 마주 보니 그녀는 생각보다 예쁘장했다. 두 눈은 크고, 슬프게 찌푸린 미간은 섬세했다. 가느다랗고 섬세한 얼굴은 그동안 그녀의 흰 눈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의 다른 눈동자는 유난히 크고 검은데, 앞머리로 가린 그녀의 하얀 눈은 새파랗게 보일 정도로 창백했다.  나는 눈을 피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동빈아, 담에 우리 주란이랑도 좀 놀아줘라. 너 오고 나서 효정이가 주란이랑 안 놀아줘."


이 말을 건네며 슬쩍 보이는 그녀의 웃음이 이상하게도 야비하게 느껴졌다. 보이는 그녀의 치아가 야비해 보였다고 말하면 이상할까? 내가 주란이를 따돌린 걸 숙모도 알고 있었던 걸까. 주란이랑 놀아주라는 숙모의 말에 나는 놀랐지만 엄마가 알아챌까 봐 내색하지 않고 못 들은 척 손으로 자고 있던 갓난아기의 손을 살짝 만졌다.


"어머 얘가 주환이구나. 너무 이쁘다."


내가 아기의 손을 만지는 걸 본 엄마가 자고 있던 작은 아기를 보며 말을 시작했다. 진심일까 엄마는? 빨간 원숭이처럼 쭈글쭈글하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아이를 보며 이쁘다고 하다니. 나는 엄마가 거짓말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엄마는 포대기에 싸인 주환이를 안아 들었다. 생기 없는 갓난아이는 미동도 없이 인형처럼 포대기에 싸인 채 엄마 품에 안긴다. 엄마는 아기를 들여다보며 숙모에게 거듭 축하를 건넸고, 그제야 피곤한 숙모의 얼굴에도 슬쩍 웃음이 스민다. 


마을에는 남자아이가 귀했다. 대대로 아들이 귀한 마을이라고 했다. 주란, 효정, 나도 여자아이들이었고, 그렇게 여자아이만 대대로 넘쳐나던 마을에 주란의 엄마가 몇 해 만에 귀한 아들을 낳은 것이었다. 방학이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할머니는 새끼줄에 고추를 끼우며 주란이네 대문 앞에 걸 금줄이라고 알려주었다. 숯은 여자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끼우는 것이고, 고추는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끼우는 것이라고 했다. 할머니는 큼지막한 고추를 끼우며 금줄이 아기를 지켜줄 것이라고 했다. 할머니가 만든 금줄을 현식이 삼촌이 주란이 집 앞에 내다 걸었다.


한 달 전쯤 주란이네 대문에 금줄을 친 날 밤늦게 대식이 삼촌이 마을 어귀 골목에서 소란을 피웠다. 항상 화가 난 얼굴의  삼촌이었지만 그래도 소리를 지른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그날은 아예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아닌 게 아니라 삼촌의 목소리를 들은 것이 그날이 처음이었다. 잘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욕지거리를 내뱉는 것 같았다. 고래고래 허공을 향해 화를 내고 있었다.  참다못한 현식이 삼촌과 뒷집 영식이 오빠가 나와 말리고 나서야 간신히 삼촌은 소리 지르기를 멈추었다. 그러고선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적삼 차림으로 대문 앞에서 구경하던 할머니 뒤에서 숨어서 바라본 삼촌은 그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에는 항상 구부정하게 땅만 보고 걷던 삼촌이었는데 그날 밤은 달랐다. 그의 구부정한 등이 펴질 수 있도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덩치가 큰 효정이 아빠와 영식이 오빠한테 붙들려 있는 대식이 삼촌은 유난히 더 작아 보인다. 손에는 막걸리 병이 들려있다. 


"좋은 날 부정 타게 저게 뭐 하는 짓이고!"


골목 어귀에서 현식이 삼촌과 영식이 오빠와 실랑이를 벌이는 대식이 삼촌을 보며 할머니는 혀를 끌끌 찼다. 우리 마당을 맴맴 도는 주란이를 보며 인상을 찌부릴 때와 똑같이 미간을 찌푸린 상태였다. 


어느새 삼촌의 등은 다시 구부러지고 어깨가 움츠러들어있었다. 하늘을 곧바로 쳐다보고 있던 그의 눈은 다시 땅을 보고 있었고 어느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손에 막걸리병을 든 채 그는 사람들을 털어내고 터덜터덜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사악한 것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준다는 금줄을 넘어 삼촌은 집으로 넘어 들어갔다.  어두운 대문 안으로 들어가는 삼촌이 쓸쓸해 보였다. 




주환이를 안아 든 엄마에게 주란의 엄마는 갑자기 울상을 지으며 하소연을 시작했다. 둘이 친한 사이였나? 우리 엄마는 낯선 사람과 만날 때 쓰는 목소리를 사용했는데 주란이 숙모는 엄마에게 울상을 지으며 무언가를 길게 이야기한다. 둘이 안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나?


주란의 엄마는 길고 날씬한 눈썹이 반으로 접히도록 울상을 지었다. 그녀의 광대에 있는 주근깨가 도드라진다. 그리고선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무언가를 길게 설명했다. 주환을 안은 채로 엄마는 숙모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엄마의 얼굴도 심각하다. 주환이는 여전히 미동도 없이 잠들어있다. 온 마을이 그토록 원하던 아들을 낳았는데도 숙모는 왜 저렇게 슬플까. 진흙집이 내뿜는 가난은 집에만 멈추지 않고 숙모의 삶도 가득 채워서 저렇게 울상을 짓게 만드는 것일까? 가난이 찐득하게 달라붙어 사람을 가리지 않고 마주 앉아주는 모든 이들에게 울며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것일까? 일 년에 며칠 보는 것이 전부인 우리 엄마에게 나누는 이야기는 대체 어떤 이야기일까? 울상을 지으며 이방인이나 다름없는 엄마에게 무언가를 토해내는 주란이 숙모는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엄마는 조용히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숙모의 말에 울음소리가 삐져나온다.


가난한 황토방에, 생기 없이 침묵하는 갓난아기를 안은 엄마와 한쪽 눈으로만 눈물을 흘리는 숙모가 어색해서 나는 그저 엄마가 앞에 둔 분유통을 노려보며 앉아있을 뿐이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엄마는 마침내 주환이를 다시 내려놓으며 숙모에게 말했다.


"주환이가 배고프겠다. 우리가 눈치 없이 너무 오래 머물렀네. 아기 밥 먹일 시간이겠어요. 우리는 이제 가볼게요."


숙모는 눈물을 닦으며 앉아있던 무릎을 펴면서 엉거주춤 엄마를 따라 일어난다.


"집에 대접할 게 없어서 그만 아무것도 대접을 못했네요. 미안해서 우야능교...."


그렇게 따라 일어나던 숙모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한쪽 눈을 반짝이며 나를 돌아봤다.


"참 동빈아 너 분유 먹어본 적 있나? 아기들 분유 엄청 맛있다."


그러면서 숙모는 그대로 다시 주저앉아 엄마가 들고 온 분유통 뚜껑을 열고 숟가락으로 분유를 푼다. 나가려던 엄마는 엉거주춤 어정쩡하게 그 자리에 멈춰 선다. 엄마를 따라 일어나던 나도 어색하게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한 번 먹어봐. 엄청 맛있어."


숟가락 가득 한 분유를 내 얼굴 앞으로 내민다.


나는 당황한 얼굴로 엄마를 쳐다보고, 엄마는 먹어도 된다는 듯이 나를 보고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다시 고개를 돌려 숙모가 퍼 준 분유를 받아먹었다. 분유 분말이 가득 퍼지며 순식간에 입 안을 가득 채운다.  텁텁하고 달달한 맛. 입 안에서 퍼지는 달콤한 우유맛 가루에 나는 화들짝 놀란다. 아기들은 이렇게 맛있는 것을 먹는 거구나. 엄마 젖을 먹고 자랐을 테고, 조금 커서는 분유도 먹었겠지만 내가 그 맛을 기억할리가 만무했고, 분유는 눈이 동그랗게 떠질 만큼 맛이 좋았다.


"맛있나?"


주란이 엄마가 기대에 찬 눈으로 쳐다본다. 섬세한 그녀의 얼굴은 눈을 크게 틀 때 더욱 선명해진다. 가까이서보니 그녀의 다른 흰 눈도 희미하게 눈동자가 보인다. 저 눈으로도 볼 수 있는 걸까? 하얀 눈동자가 유난히 크다.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나는 꾸벅 인사를 한다. 맛있다는 나의 말에 숙모는 한 스푼을 떠서 한 번 더 입에 넣어준다. 그녀의 얼굴에 퍼지는 미소는 여전히 어딘가 이상하다. 나는 난생처음 맛본 분유가 맛있어서 한번 더 염치없이 덥석 받아먹는다. 


"얘가 왜 이래. 애기 먹어야지 네가 자꾸 먹으면 어떡하니."


덥석 받아먹는 내 모습에 당황한 듯 엄마가 손사래를 치며 나를 떠민다. 


"왜요, 이거라도 먹이니까 좋구먼."


엄마 손에 떠밀리듯 밖으로 나와 나는 두 손을 모으고 평소 배운 대로 숙모에게 감사인사를 전한다. 


"잘 먹었습니다. "


숙모는 대견한 듯, 뭐라도 먹여 보내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듯이 내게 "오냐"라고 답했다. 엄마 손을 잡고 할머니 집으로 다시 돌아온 나는 그날 밤 할머니 곁에 누워 낮에 먹은 분유맛을 생각했다. 오래된 낡은 초가집에 있는 그렇게 맛있는 가루가 있는 것이 어울리지 않았다.




새벽에 나는 잠시 잠에서 깼다.


밤늦은 시간까지 오랜만에 옛날이야기로 꽃을 피운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느라 피곤했음에도 나는 꿈인지 기억인지 모를 옛날이야기에 밤새 떠돌다 새벽녘에 잠시 눈이 떠졌다. 다시 잠이 들지 않아 가만히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누웠다. 창 밖 가로등 불빛이 천장에 희미하고 눅눅한 빛을 드리운다. 찐득한 불빛이 벽지에 닿아 벽지의 도톨 한 패턴이 뭉근하게 모습을 보인다. 초등학교 때 이사 온 집에 여태 사는 탓에 내 방은 이사 올 때 붙인 벽지가 그대로 붙어있다. 가로등 불빛이 벽지의 세월을 읽어준다. 아직 밝지 않은 빛이 이른 새벽임을 알게 해 준다. 


침대에 누워 천장에 반사된 가로등 불빛을 보고 한참을 누워있었다. 멍하니 잠과 그렇지 않은 세계의 중간 어디 즈음엔가 걸쳐 있는 상태로. 그때 곁눈으로 보이는 어둠의 끝에 무언가가 움직이는 듯이 보였다. 저쪽에도 가로등 불빛이 비추던가?


그제야 나는 나를 따라 들어온 유령이 생각났다.  내 방 문 앞 깊은 그늘이 움직이는 것은 따라온 유령의 움직임인 걸까? 나는 고개를 돌려 어둠 쪽을 쳐다보았다. 


유령이 그곳에 서 있었다. 이번에도 여전히 긴 머리카락이 바람이 불지 않는 방 안에서 흔들린다. 그림자 유령은 왜인지 슬퍼 보였다.


나는 유령을 보며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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