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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집 Oct 18. 2021

어서 와, 공동육아는 처음이지?

프롤로그

이 글은 공동육아 7년으로 두 아이를 길러내며 겪은 일들을 정리한 기록이다. 여기서 미리 말해두어야 할 점 두 가지가 있다.


하나, 경험에 의거한 기록이지만, 실제와 다를 수 있다.


이것은 다분히 주관적인 나의 시선, 나의 기억으로 편집될 것이라는 점을 밝혀둔다. 등장하는 인물의 별명이나 세부사항은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바꾸었다. 때로는 글을 '쓰는' 사람의 욕구와 희열을 최대로 충족시키기 위한 과장이나 세세한 변경사항도 있을 것이다. 고백하건대, 이 글은 나를 위해 세상에 나온 글이다. 공동육아의 정신을 알린다거나, 공동체 경험을 통해 뭔가를 배웠다던가 그런 숭고한 의도로 나온 글이 아니라는 말이다. 7년 동안 고작 '어린이집'에 바친 나의 삼십 대 대부분의 시간과 그 수 많았던 감정의 도가니탕에서 펄펄 끓어 올라 뼛속 골수까지 우려낸 나 자신에게 보내는 '정말 수고 많았다!'는 격려이자 수료장이 될 것이다.


둘, 어린이집 이야기지만 어린이가 아닌 어른들에 대한 이야기다.


장르로 따지자면 육아일기보다는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오로지 내 아이를 잘 길러보겠다고 '부모'라는 이름의 사람들이 모인 곳에도 들끓는 욕망과 이기심이 있다. 움트는 마음들은 봄 꽃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아서 때로는 낯 뜨겁고, 자기밖에 모르며, 어리숙한데 또 용맹한 구석이 있다. 가족은 아닌데 부모님이나 형제자매들보다 자주 보는 사람들이 있는 이곳을 '어른이집'이라고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처음엔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유년기의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서'라는 바람직한 부모상의 이유로 이곳에 들어왔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곳에서 산전수전 다 겪고 중년기를 버텨냈던 내가 있었다.


공동육아에서 새로운 원아를 모집할 때면 '부모들이 함께 기르는', '자연친화적', '생태, 평등, 자유의 가치관' 같은 문구를 내세워 홍보한다. 그러나 진짜는 이런 문구가 쓰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혹시 삶이 무료하십니까? 새로운 변화를 원하신다고요?
그렇다면 자신 있게 공동육아를 추천드립니다!




실제로 글로 밥 벌어먹고사는 동생네 부부에게 내가 겪은 공동육아의 얘기를 들려줄 때마다, 그들은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을 노리는 사냥꾼처럼 눈에서 빛을 냈다.


"언니, 나 공동육아할까 봐! 거기 있으면 소설 소재거리가 끝도 없이 나오겠다."


라며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저 선량한 눈빛에 욕을 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고 있으면, 그새 눈치 챙긴다고 동생이 덧붙이는 말이 이런 거였다.


"괜찮아 언니, 뭐 '나를 망치러 온 구세주' 정도로 생각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


정말 얄밉게도 딱 들어맞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공동육아가 어떻게 나를 망쳤는지, 또 어떻게 구제했는지 얘기해보는 글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공동육아를 설명하는 데에 종종 등장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아이 하나를 기르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여기엔 아주 깊은 수렁이 하나 숨겨져 있다.


'마을'


입에서 나올 때 걸리는 발음 하나 없이 매끄럽고 온화하게 발성되며, 듣는 것만으로도 평안을 주는 저 단어야말로 공동육아의 핵심이다. 그냥 들으면 한 편의 그림같이 창문 너머로 산등성이가 펼쳐지고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은 장면이 떠오른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밖에 있을 때는 그랬다. 그런데 일단 안에 들어가면? 내가 저 마을의 일부가 된다면 어떨지 상상해보자. 아이 하나를 기르는데 필요한 마을은 곧 사람들이다. 서로 손을 잡고 때로는 촘촘하게 때로는 느슨하게 얽히고 설킨 울타리를 만드는 것.

그 마을이 되는 일에 정말 함께 할 자신.... 있으세요? 등원하시기로 한 거 맞습니까? 자, 그럼 시작합니다. 웰컴! 공동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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