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닉 30일 러닝 챌린지 8일차
오늘은 8일차 휴식일이다. 아침부터 취업비자용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 하루였는데, 오늘 하루를 보내며 달라진 내 모습에 여러 번 놀랐다. 놀란 이유는 내가 자주 화를 내던 상황에 전혀 화를 내지 않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문득 나를 30일 러닝 챌린지로 이끈 '마라닉 페이스'에 나온 저자(이재진 님)의 이야기가 떠올라 소름이 돋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한 달 동안 화내거나 짜증을 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화를 내지 않았다'보다는 '화가 나지 않았다'가 정확한 표현이겠다. 그저 아침에 달려 얻은 행복한 기분이 어디 도망가지 않도록 하루 내내 유지하며 살아가자고 생각했을 뿐이다.'
- 마라닉 페이스 (이재진 저) -
저자처럼 나도 그랬다. 달렸더니 정말 달라지고 있었다.
1. 자책
난 실수가 많고, 그때마다 스스로를 자책함과 동시에 화와 짜증을 내는 나쁜 습관이 있었다. 오죽하면 나를 가장 잘 아는 아내가 '오빤 그 말 좀 그만해.'라며 진심 어린 핀잔을 줬을까. 아내가 하지 말라던 말은 '내가 그렇지 뭐.'였다. 평소 같으면 자책하고 화와 짜증을 낼 만한 일이 두 번이나 발생했는데 화도 짜증도 전혀 나지 않았다. 하나는 업무용 외장하드를 집에 두고 출근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퇴근 후 샤워를 하다가 샤워 부스 문에 팔꿈치를 세게 부딪힌 일이었다. 외장 하드를 놓고 출근한 것을 알았을 땐 그냥 '집에 다녀와야겠다.' 하고 아무 일 없던 듯 대처했으며, 팔꿈치를 찧었을 땐 '아야' 하고 탄성을 내뱉은 것이 다였다. 내 마음의 변화에 다시 한번 놀란 순간들이었다.
2. 중국인
중국에 살다 보면 화가 나는 일이 정말 많다. 품질이나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일을 정말 아무렇지 않게 밥 먹듯이 하는 공장들과 일할 때면 부처가 아니고서야 화를 내지 않을 수 없다. 아니, 예전엔 그랬다. 공장뿐만이 아니다. 모든 중국인들이 그런 것은 아니기에 일반화는 하지 않으려 하지만, 오며 가며 상대하게 되는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인들의 상식에 맞지 않는, 소위 이해되지 않는 행동과 언행들로 기분을 상당히 언짢게 만든다. 취업비자 갱신용 건강검진을 받고 병원을 나와 띠디(중국 우버)를 불러 회사로 돌아가고자 했는데, 내가 부른 차가 내가 기다리는 곳이 아닌 길 건너편에 차를 대고 꿈쩍을 하지 않았다. 거기까지는 '애플리케이션에 위치가 제대로 안 찍혔나 보다' 하고 그러려니 했다. 차가 있는 곳으로 건너가려고 신호를 기다리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우버 기사였다. '웨이?(여보세요?' 하고 전화를 받자마자 엄청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언성을 높여서 마구잡이로 화를 내는 기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사의 말인즉슨, '네가 엉뚱한 곳으로 차를 불러서 내가 지금 여기서 기다리고 있는 거 아니냐.'였다. 평소의 나였다면 잘 되지도 않는 중국어로 상대방과 똑같이 언성을 높여 따졌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리만큼 평온했다. 난 온화한 목소리로 그저 이렇게 말했다. '응. 내가 그쪽으로 갈게.'. 와. 이게 나라고? 정말?
30일 러닝 챌린지 중 이제 8일이 흘렀을 뿐이다. 그런데 달라지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만약 아내가 오늘의 나를 옆에서 지켜봤다면 나보다 더 놀랐을 것이 분명할 정도로. 이런 지경이니 30일 챌린지를 마친 내가 얼마나 더 달라질지 정말 정말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오늘은 30일 챌린지 후를 생각하지는 않으려 한다. 당장 내일 9일차 러닝을 기대하고 싶다. 내일 달리고 나면 난 오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