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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과 산책 Sep 14. 2023

30. 너무 좋았지!

감사의 기술

 밤을 날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는 일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비행기 탈 작전을 세우겠지? 밤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한 달 살이의 마지막 날이자 만 44세의 생일아침을 방콕에서 맞이했다. 생일날에 방콕에 있다는 것 자체가 선물처럼 느껴졌다. 아이들과 무사히 여행을 했다는 것은 더 큰 선물이었다. 내게 주어진 오늘이 감사한 이유를 생각하니 삶이 충분하게 느껴졌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쭈굴쭈굴해진 기분이 드는 날이 찾아오면 오늘의 기분을 떠올려야지.' 아침 산책을 하며 혼자 중얼거렸다.

 여행 마지막 날엔 숙소 근처 벤자낏티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스타벅스에서 에어컨 바람으로 땀을 식히고 수완나품공항으로 향했다. 공항 가는 택시 안에서 첫째 아이가 우리 여행을 날짜별로 정리해 보자고 했다. 첫째 아이의 입에서 먼저 그 말이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좋았다! 엄마도 좋았지?!”

“응! 너무 좋았지!!! “


끄라비타운, 아오낭, 라일레이, 코리페, 칸차나부리, 방콕순으로 우리가 여행했던 일정을 훑고 최고의 호텔, 최악의 호텔, 제일 맛있었던 음식, 제일 맛없었던 음식, 제일 힘들었던 순간, 제일 인상적인 기억 등등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다음 여행지는 어디야?"라고 묻는 아이들,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여행의 좋은 기억으로 다음 여행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꽤 성공적인 여행이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혹시라도 코로나에 걸리거나 아플까 봐 일주일치 약을 처방받아 갔는데 꽤 무거운 그 약을 쓰지 않은 것으로 감사하고 완벽한 여행이었다.


 아이들은 집 현관문을 열며 "엄마~ 이번엔 어느 호텔이야?"라고 말하며 능청스럽게 웃었다.

"이번 호텔은 Teeyang Hotel이야!" 호텔리어가 된 엄마는 making a room을 하기 위해 집에 도착하자마자 방을 닦고, 이불보를 갈고, 빨래를 정리하고, 화초들을 돌아보고, 여행 가방을 풀었다. 점심은 순댓국으로 뱃속을 따땃하게 채웠다. 일상이라는 여행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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