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이 꾸준하게

노처녀 성장 소설 <유니스 다이어리>

by 유니스 황


울 언니의 두 아들은 공부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 일단 문제 읽는 게 귀찮다고 긴 지문은 절대 읽지 않고, 단답형이 아닌 주관식은 글씨 많이 쓰면 팔이 아프다고 안 쓰는 신기한 녀석들이었다.
초등학생인데 20점을 맞고는 다음에 25점 맞으면 지난번보다 올랐다며 자랑스러워하는 녀석들이었다. 어찌나 삶이 긍정적인지...

모든 선생님들이 죄송하다며 다 포기하고 간 그 녀석들을 언니는 나에게 부탁했었다. 부디 헬렌 켈러를 가르친다는 심정으로 제발 좀 맡아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는 언니를 뿌리칠 수 없어 두 녀석을 가르쳤다.
영어, 피아노, 국어를 가르쳤는데 그중에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이 책 읽기였다. 워낙 읽고 쓰는 걸 싫어하니 책 읽고 3~5줄 정도의 짧은 감상을 쓰도록 시켰는데 매번 어찌나 하찮게 써오던지...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녀석의 감상문을 보면 세상의 모든 위인들이 참으로 하찮고 찌질하게 느껴졌었다. 가끔 너무 웃겨 인증샷을 찍어 올리면 자신이 뭔가 대단한 일을 한 줄 알고 으쓱해하던 녀석.


그런데... 하드에 있는 사진을 정리하다 오늘 문득 다시 보게 된 녀석의 독서록 안에 진리가 담겨있었다.
그래, 무언가 인정을 받는 큰 사람이 되려면 어떠한 일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계속 해야만 한다는 깨달음이 그 안에 담겨있었다.

"이야기나 많이 만들고 잡혀도 계속 만드는.." 정도의 열정과 꾸준함이 있어야 함을 녀석은 자신도 모르게 말해주었던 것이다.

아, 역시... 세상 어떤 것에도 배울 게 있고, 누구라도 스승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p.s 저런 독서감상문을 썼던 녀석이지만, 하늘의 도우심으로 훌륭하고 건강하게 자라서 지금은 대한민국의 국방 안전을 지켜주고 있다.ㅋ 가끔은 녀석들에게 우리나라의 안전을 맡기는 게 살짝 불안하기도 하다만... 그래도 역시 될 넘들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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