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처녀 성장 소설
다른 주말보다 한 시간쯤 일찍 일어났다고 뭔가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청소기 돌리고 스트레칭 살짝 하고 요즘 밀린 성경책도 며칠분 몰아 읽고는 잠시 쓰레기 버리고 오며 빵집에 들러 크루아상도 사들고 왔다.
전 세계의 통화 가치를 알아보는 빅맥 지수나 스타벅스 지수와 결은 좀 다르지만 나에게도 뭔가 나의 경제 지수를 알아보는 두 가지 아이템이 있다.
내가 몹시 좋아하는 체리와 크루아상. 체리를 흔쾌히 살 땐 그즈음의 잔고가 나름 괜찮거나 내가 뭔갈 잘했다는 증거다. 이상하게 다른 과일 앞에선 별로 안 그런데 체리 앞에선 갈등을 많이 하며 넘 맛있지만 가성비가 몹시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 대신 다른 배부른 과일을 몇 개 더 살 때가 있다.
집 앞에 숨겨진 크루아상 맛집이 있다. 간판도 잘 안 보이게 해 놓고 다 떨어졌다고 문도 잘 닫는. 거기 크루아상은 정말 맛있다만 하나에 4천 원이 넘었다. 흠… 뭔가 5-6천 원짜리 커피는 아무렇지도 않게 잘 사 먹으면서 크루아상이 4천 원 넘으면 내가 뭔가 사치하는 것 같아 2천5백 원 정도 하는 빵집에서 사덩가 아님 바로 옆 파바에서 적당히 사 온다.
이게 두 개만 먹어도 바로 만원이니 뭔가 크리넥스 팍팍 뽑아 낭비하는 것 같아서…
그래서 뭘 참 잘했을 때만, 괜히 기분을 내고 싶을 때만 가서 두 개 정도 페이퍼백에 담아 흐뭇한 발걸음으로 들어오곤 한다.
곧 추석이고 지나면 여행에 돈 쓸 일이 한가득이라 오늘은 조용히 파리바게트에 가 양 많은 패스트리 식빵과 크루아상을 사와 에어프라이에 살짝 돌려먹었다. 이렇게 돌려먹으면 한 천 원어치쯤은 더 맛있어진다.ㅎ
혼자서 뭘 얼마나 먹는다고…(아 좀 많이 먹긴 하지만...ㅋ) 그냥 맛있는 거 좋은 거 챙겨 먹어야 하는 거 아닌가도 싶다만, 그러다 보면 일상의 감동과 감사함도 자꾸 당연해지기에 이런 행복의 부분은 계속 쉽지 않게 놔두고 싶다. 좋아하는 행복함이 별 의미 없는 일이 되지 않게 조금은 조심히 누리고 싶다.
행복은 너무 허겁지겁 팍팍 먹기 보단 조금 더 야금야금 아껴먹고 싶다.
이러면서 비싼 와인은 팍팍~사지..ㅋ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