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하나가 닫히는 과정은 대게 고통스러운 감정을 경험하는 시점인 것 같다.
연애를 끝내고 싶어 하지 않는 마음이 여전한데 상대방이 더 이상 내게 관심이 없거나 이미 다른 연인이 생긴다거나 나보다 더 관심을 기울일 일이나 취미에 빠져 지내는 모습에 이 관계가 영원할 수 없음을 받아들일 때 '아프다'. 아주 많이 아프다.
이 아픔을 느끼지 않고, 갑작스레 문을 쾅 닫아 버리는 것(잠수)도 후유증이 크지만, 이 문이 닫히기도 전에 옆에 열린 문을 갑자기 열고 들어 가서 남은 문을 채 닫지 못한(환승) 후유증도 깊은 상처로 남는다.
문 하나가 닫힐 때에는...
이 문이 닫히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문 밖으로 나와 그간의 상황을 찬찬히 돌아보며 이별을 받아들이는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좋았던, 설레었던, 기대되었던, 인정받아 행복했던, 영원할 것처럼 부풀었던 순간은 물론 예민하게 이상신호를 감지한다거나, 서운해진다거나, 오해한다거나, 미워진다거나, 원망스러워진다거나, 화가 나거나, 불안해했던 순간들 역시 있는 그대로 '그 순간의 진실'이었음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일부러 좋은 의미로만 포장해서 문을 닫을 필요도 없다.
일부러 나쁜 의미로만 포장해서 문을 닫을 필요도 없다.
좋았던 것과 나쁜 것이 함께 있었음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혹여나 놓친 것이 있다면 살펴보고 그 자리에 놓아 두면 된다. 억지로 해결하려 들면 닫힌 문 속에 갇혀야 한다.
아. 놓친 게 있구나.
그것이구나.
이제 와서 알게 되니 조금 아쉽네.
다음에는 이런 부분도 잘 챙겨야 되겠구나.
기록만 해 두면 된다.
애써 기억하려 노력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문이 닫히면, 잠시 애도를 표하고 크게 심호흡 세 번 하고 다음 문으로 걸어가면 된다.
어떤 위기가 닥쳐올 때, 우리는 위기에만 빠져 스스로를 더욱 엉망진창 만들어 버리지 않았는지만 살펴보고,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해결하되 깊은 절망과 고통으로 이 순간을 허비하지 않길 바란다.
절망과 고통은 문이 닫힐 때 충분히 느끼면 된다.
위기는 문이 닫히는 것과는 다른 것일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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