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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이 잘 되면 좋겠어

by 석은별

"며칠 동안 괜히 오해받았을 텐데 괜찮아?"


"응! 오해니까. 사실이 아니니까!"


"남한테는 참 관대하단 말이지..."




열흘 전에 자료를 전송했던 업체에서 왜 아직까지 자료를 주지 않느냐고 진행할 것인지 확인하는 전화가 왔다. 열흘 전 통화에서 다음날까지 자료 드린다고 하고 그렇게 했다. 확인해보시라고 하니 혹시 메일이 안 들어왔다면 다시 연락드리고, 들어왔으면 처리하고 연락 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곧 이어서 전화가 와서는


"이거 너무나 죄송합니다. 그때 자료 주셔서 바로 처리를 했었네요. 다른 업체랑 헷갈렸습니다. 바로 회신드릴게요! 죄송합니다!" 한다.


"괜찮아요. 놓치지 않고 다 해주셨다니까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옆에 있던 남편이 "왜? 무슨 문제 생긴 거야?"


여차 저차 사정을 이야기하니 괜히 자기가 화낸다. 그럼 며칠 동안 내가 자료도 안 주고 늑장 피우는 사람이 된 건데 괜찮냐고, 그 사람이 착각했다는 그 말도 거짓말 아니냐고, 아직 처리 안 한 거 아닌지 꼼꼼하게 확인해하라고 종용한다.


"아니. 다 했다잖아. 결과 보내 준다잖아. 난 이렇게 자기가 오해했다고 말하고 바로잡아 주는 사람이 좋더라. 오해한 사람이 답답했지. 나한테는 아무 문제없었는데?"


"그 사람이 오해하는 동안 괜히 너만 늑장 부리는 사람 됐을 거잖아. 얼마나 뭐라 했겠어!"


"나한테는 그런 말이 안 들렸잖아. 그럼 된 거 아닌가? 그리고 시인하잖아. 그럼 된 건데 왜 자꾸 내가 기분 나쁘길 바라는 사람 같이 굴어?"


"아.. 진짜 답답하다. 이렇게 어리숙하게 살면서 일이 된다는 것도 참 신기하다 신기해!"


"그쪽 일은 막 따지고 싸워야 될지 몰라도, 여긴 그렇지 않아. 왜 날 자기처럼 대하게 하냐고! 꺼져!"


솔직히 시인할 줄 알는 사람이 잘 되면 좋겠다. 실수인 줄 알고 즉시 바로잡고 사과까지 했으면 된 거 아닌가?





남편이 습관적으로 하는 가스라이팅화법에서 빠져나오는 길은 내가 어떤 상태인지, 어떤 감정인지를 먼저 만나고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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