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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msk Feb 21. 2021

직장생활은 사회생활이 아니다.

적응기 "직장생활은 사회생활이 아니다."

"취업이라는 두 글자를 머릿속에 새겨 놓은 상태로 보내는 4학년 생활. 이 시간을 어떻게 써야 성공적이지는 못하더라도 남부끄럽지 않은 취업을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4년은 충분히 힘들었는데, 앞으로 또 어떤 고난이 나를 쥐어뜯을 것인가. 돈 내고 다니는 학교 생활 뿌듯하게 끝내고 당당하게 입사해 멋지게 시작하고 싶은 사회생활, 아무 일 없이 큰일 없이 합격이 되면 좋겠다."


결국 승리(?)하고 무사히 취업에 성공한다. 이제 정말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말했었지. 돈을 받으며 일하는 순간 프로가 되는 것이라고. 이제 정말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잘해보자. 앞으로 펼쳐질 직장생활은 어떨까. 두렵긴 하지만 그래도 견뎌내야지. 만만치 않은 동기들이나 선배들과의 경쟁이 두렵지만 이겨내야지. 취직하는 순간 본격적인 사회생활이 시작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 정말 성인으로서 사회의 한 축으로서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신입사원 연수기간 보고 들었던 회사의 모습과 선배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설레는 마음을 부여잡기 위해 애쓴다. 그 정도로 괜찮은 회사에 왔다는 생각도 들어 나름 첫 번째 성공의 축배를 동기들과 나눈다. 매일 밤 배정된 부서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다른 부서와의 협업이라는 것은 어떤 모습일지 앞에 서 있는 인사팀 직원은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증을 나누기도 한다. 그렇게 졸업 후 첫 발걸음을 시작한다.


모든 것은 꿈이었고 많은 것이 착각이었다는 확신이 들기까지 1년이 걸리지 않는다.


그렇게 준비도 많이 하고 견뎌내며 멋진 사회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고민한 나의 앞에 펼쳐진 것은 무엇인가 이상하다. 이런 것이 회사인가? 내 옆에 앉은 이런 사람이 회사에 남아있어도 되는 것인가? 저런 사람이 잘 나가는 사람이라고? 엘리트라고? 모두들 우물 안의 개구리다. 밖으로 나가는 순간 말라죽어버릴 것 같은.


도무지 다른 생활을 상상할 수 없는 루틴을 가진 사람들이 나를 항상 옭아매려 한다.  


모든 일상을 회사에만 바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회사라는 울타리로 자신을 감싸고 있는 것 같다. 오랜 기간 자리를 지키는 사람일수록 심각하다. 흔히들 공무원 생활을 얘기할 때 일반기업에 비해 비교적 박봉이랄 수 있는 돈을 받으며 정년까지 오래 다닐 수 있는 조직생활이라고 한다. 다소 반복적이고 재미없는 업무와 경직된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는 그 속에서 어떻게 견딜까를 얘기한다. 하지만 대개의 직장인들은 본인의 회사에서 이런 생활을 꿈꾼다. 정년을 목표로 버틸 수 있는 만큼 버티면서 안정적인 삶을 꾸리고자 한다. 그렇게 본인을 회사 안에 옭아매기 시작한다. 회사 내에서 성장(?)하며 인정받거나 임원 자리를 따내는 등의 미래를 꿈꾸었던 사람들은 본인의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 본인을 가두고 그 안에서의 성장을 즐긴다. 회사 밖은 쳐다볼 틈도 없이 말이다.

그런데 그들이 생각하는 회사 내에서의 성장은 조직문화에 얽매인 그저 소꿉놀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들이 하는 업무는 사실 일이 아닐 수 있다. 그저 회사라는 조직이 유지될 수 있는 최소한의 작업일 뿐이다. 그럼에도 성과를 인정받아 승진을 하고 업적에 따른 과급을 받는다. 무엇을 인정한 것인가. 그 성과가 정말 성과일까.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을 인정한다는 말인가. 사람이 모인 조직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연결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조직 생활에 대한 한계를 바로 느끼게 해 준다. 의심이 가득할 즈음 그 사람들은 나에게 충고한다.


"당신은 책임감이 없어 보여. 젊은 사람이 목표의식도 없는 것 같고."


직장생활은 사회생활이 아니다. 사회생활은 세상 밖으로 나가 수도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생활하는 상황을 말한다. 직장생활은 그야말로 특정 조직 안에서의 상황이다. 언제나 매뉴얼 안에 있고 특정인을 향한 처세만 존재한다. 그 조직의 맥락에 갇혀 버린 생각의 스케일은 한없이 작아진다. 그래서 생각보다 소시오패스 같은 인간들도 인정받고 성장하는 사례가 보인다. 정말 특수하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3개월이면 첫 번째 위기가 찾아온다. 생각하던 회사생활과 다르거나 충격적인 조직문화를 접했거나 강아지를 만났을 가능성이 크다."

"3개월을 넘겨 1년이 지나면 두 번째 위기가 찾아온다. 앞서 3개월 차 느낀 것들을 견디거나 극복하거나 바꿔보자 노력했으나 실패했을 경우와 성과보상에 대한 그 조직의 루틴을 확인했을 경우다."

"1년을 지나 3년이 지나면 마지막 위기가 찾아온다. 더 이상 이 조직에 있다간 똑같은 사람이 될 것 같은 공포를 느꼈을 경우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떠날 마음을 먹게 된다."


3년을 넘겨 4년 차가 되면 당분간 더 이상의 위기는 없다. 이후엔 승진 누락이나 다툼, 정쟁, 가족문제 등 다른 문제가 생기는 등 돌발적인 위기가 찾아올 뿐이다. 돌발적인 위기가 없다면 개인적인 목표나 의지가 발동해 스스로 뛰쳐나가지 않는 이상 결국 모두가 안주하며 정년 가까이 가기를 원하게 된다. 그렇게 그 무리에 젖어들게 된다. 언제나 회사 밖은 춥고 뜨겁고 아프니까.


회사는 당신의 꿈이 아니다.

20년 공부하고 30년 일하고 20년의 노후를 준비하던 20세기에서

30년 공부하고 20년 일하고 40년의 노후를 준비하는 21세기다.


회사는 더 이상 요람이 될 수 없다. 30년 일하던 옛날 직장이라면 꿈일 수 있고 직장생활이 곧 사회생활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직장은 당신의 인생에 있어 경로일 뿐이다. 40년의 노후는 명예로이 은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즐거운 인생이 아니다.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20년이라는 시간만 제공하는 직장생활은 더 이상 사회생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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