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P·ESP의 비밀
"지금, 왜 이걸 사야 하죠?"
우리는 이 질문을 항상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 단 한 줄의 문장이 고객에게 다가가는 첫인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질문은 고객의 입장에서든, 판매자의 입장에서든 마찬가지의 고민의 물음이다.
홈쇼핑 생방송에서, 마케팅 전략 회의에서, 혹은 자기소개서나 브랜드 소개 문구를 쓸 때마다, 이 질문에 한 줄로 정확히 답할 수 있다면, 그 상품, 자기소개서, 브랜드는 이미 절반은 성공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상품의 USP를 생각한다.
USP란 무엇인가?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는 말 그대로 "이 제품만의 유일한 강점"을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클로드 홉킨스(Claude Hopkins)로부터 시작된 이 개념은 1950년대 광고계에서 로저 리브스(Rosser Reeves)에 의해 체계화됐다. 그는 “소비자는 광고를 읽지 않는다. 혜택을 읽는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쉽게 셀링포인트라고 불린다.
그러나 그 차이는 있다. 차이점을 알아보자.
- Selling Point (셀링 포인트)
의미: 판매에서 강조할 만한 ‘특징’이나 ‘장점’
범위: 제품의 장점이라면 여러 개일 수 있음
성격: 개별적이고 부분적인 요소
예: 이 청바지의 셀링포인트는 스트레치 원단, 합리적인 가격, 유명 디자이너 협업
정리: 셀링포인트는 “팔기 위해 강조할 수 있는 장점 목록”
- Selling Proposition (셀링 프로포지션)
의미: 고객에게 제시하는 핵심 제안
범위: 여러 장점 중에서 차별적이고 핵심적인 하나
성격: 전략적, 일관된 브랜드 메시지
예: “Think Different” (애플) — 애플이 소비자에게 제시하는 유일하고 차별화된 약속
즉, USP는
무엇을 주는가
왜 그것이 유일한가
를 간결하게 표현해야 한다.
홈쇼핑에서의 USP 예시는 다양하다.
“하루 단 1포, 국내 최고 함량 비타민C”
“냄비 하나로 찜, 탕, 튀김까지, 3중 코팅 멀티쿠커”
“지금 방송에서만 10만 원 할인 + 사은품 2종”
“단 한번, 마지막, 사상최초, 국내유일 기능성”등
보통 USP는 주로 기능, 용도, 조건, 혜택에 집중한다.
홈쇼핑에서는 특히 단독 구성, 한정 수량, 1등 제품, 기술적 차별점을 강조하는 식으로 쓰인다. 순간의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에 USP는 매우 중요한 마케팅 전략이다. 그리고 이 전략에 따라 경쟁상품 우위를 선점이 쉬워진다. 그리고 고객은 고민을 좋아하지 않는다. “왜 지금 사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듣고 싶어 할 뿐이다.
ESP란 무엇인가?
반면, ESP(Emotional Selling Proposition)는 기능이 아닌 감정에 호소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이 제품을 소유함으로써, 나의 감정, 이미지,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준다.
즉, ESP는
왜 이 제품이 나를 특별하게 만드는가
어떤 느낌, 경험, 자존감을 주는가
를 중심으로 설계된다.
브랜드에서의 ESP 예시는 기업 슬로건에서 많이 볼 수 있다.
Apple : “Think Different” : 나는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이키 : “Just Do It” : 나는 도전하는 사람이다
샤넬 No.5 : “세상에 단 하나, 당신을 위한 향기”
스타벅스 : “하루를 시작하는 여유”
무신사 : “무엇이든 신상답게” 최신 감각의 자기표현
그리고 고객은 그 브랜드를 통해 “조금 더 달라질 나”를 위해 투자하고 싶어 한다.
애플 vs IBM : 창의성과 차별화의 한 줄
애플은 IBM과의 경쟁 속에서 ‘한 줄’의 힘을 극대화했다. 이 들의 경쟁은 역사적으로 굉장히 치열했다.
1984 : The Computer for the Rest of Us
전략 : 일반 사용자를 위한 접근성(USP)
1997 : Think Different
전략 : 창의성과 차별화 강조(ESP)
2002 : Switch
전략 : PC에서 Mac으로 전환 유도(USP+ESP)
2016 : Shot on iPhone
전략 : 사용자 경험 중심 감성 어필(ESP)
애플은 시대마다 “우리는 다르다”는 메시지를 변주하며, 한 줄로 브랜드 인식을 굳혔다.
코카콜라 vs 펩시 : 세대와 감성의 한 줄 전쟁
그다음 예시는 코카콜라와 펩시다. 이 둘은 탄산음료 시장에서도 한 줄 싸움은 치열했다.
코카콜라는 ‘전 세대 공감’을, 펩시는 ‘젊음과 도전’을 전면에 내세웠다.
- 코카콜라 주요 슬로건
1929 : The Pause That Refreshes
전략 : 상쾌한 휴식(ESP)
1971: I’d Like to Buy the World a Coke
전략 : 평화와 연결(ESP)
2009: Open Happiness
전략 : 행복을 나누는 감정(ESP)
2016: Taste the Feeling
전략 : 맛+감정 결합(ESP)
- 펩시 주요 슬로건
1939: Twice as Much for a Nickel
전략 : 가격 대비 가치(USP)
1961: Now It’s Pepsi for Those Who Think Young
전략 : 젊음 타깃(ESP)
1984: The Choice of a New Generation — 전략 : 세대교체 이미지(ESP)
2012: Live for Now
전략 : 즉각적 즐거움(ESP)
펩시는 코카콜라의 전통성에 맞서 “지금 이 순간”을 강조했고, 코카콜라는 일관되게 행복과 감정을 포장했다.
홈쇼핑에서도 기능 위주의 설명만으론 부족하다. 소비자의 감정과 ‘셀프이미지’에 닿아야 구매로 연결된다.
예) “이 제품, 저도 써봤는데요. 하루의 피로가 정말 다 풀리는 느낌이더라고요.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당신, 오늘 하루 이걸로 마무리하세요.”
이런 문장이나 멘트는 데이터를 보여주기보다, 고객의 마음을 먼저 공감한다. 특히 고가 상품, 신상품, 가전, 뷰티나 명품, 감성 제품, 브랜드 이미지 구축이 중요한 상품에서 ESP 전략이 효과를 발휘한다.
USP와 ESP, 언제 어떻게 쓸 것인가?
- USP가 필요한 상품
주요 상품 : 기능성 제품, 가전, 식품 등
강조점 : 기능, 성능, 혜택
예 : “칼로리가 낮다”
- ESP가 필요한 상품
주요 상품 : 뷰티, 패션, 건강, 여행, 프리미엄 브랜드
강조점 : 감정, 이미지, 가치
예 : “가볍게 먹고 기분은 든든하게”
결론적으로 USP는 “왜 좋은가”를 말하고,
ESP는 “왜 나에게 어울리는가”를 말한다.
USP가 없으면 팔리지 않고,
ESP가 없으면 기억되지 않는다.
진짜 팔리는 문장은 이 두 가지를 적절히 섞은 문장이다. 기능은 명확히, 감정은 자연스럽게.
"왜 이걸 사야 하죠?"
그 질문에 한 줄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마케팅은 결국 설득의 한 문장을 소비자에게 반복적으로 인식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문장은, 고객이 자기 이야기를 듣는 듯한 공감 가능한 느낌이어야 한다.
참고 문헌
Rosser Reeves, Reality in Advertising (1961)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 개념을 체계화한 대표 저서. “소비자는 광고를 읽지 않는다, 혜택을 읽는다.”는 명언의 출처.
Al Ries & Jack Trout, Positioning: The Battle for Your Mind (1981)
포지셔닝과 USP 개념을 브랜드 전략에 통합해 설명한 마케팅 고전. 소비자의 ‘마음속 위치’가 모든 마케팅 전략의 시작점이라는 이론 제시.
Marc Gobe, Emotional Branding: The New Paradigm for Connecting Brands to People (2001) ESP(Emotional Selling Proposition)와 감성 브랜딩 전략의 대표적 참고서. 브랜드와 고객의 감정적 연결이 왜 중요한지를 풍부한 사례로 설명.
김상훈, 『브랜드는 어떻게 행동하는가』 (2021, 인플루엔셜) 국내 브랜드 사례를 중심으로 USP/ESP를 감성적으로 풀어낸 실전 마케팅 분석서.
이동연, 『기억에 남는 광고는 다르다』 (2023, 비즈니스맵) USP와 ESP를 활용한 광고 문장 설계와 브랜드 문구 전략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