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ce 전략과 가치 인식, 그리고 희소성
“이 가격, 다시는 못 봐요.”
“지금 이 시간에만 드리는 혜택입니다.”
“1개 가격에 2개,
오늘 방송에서만 가능해요!”
홈쇼핑 방송을 한 번이라도 본 시청자라면, 수없이 볼 수 있는 문장과 말들일 것이다. 그래서 혹자들은 실제로 “정말로 이런 문장과 말들이 주문에 영향을 미칠까?”하는 의심을 해볼 수 있다.
‘왜 고객은 이 말을 들으면 실제로 지갑을 여는 걸까?’
이번 글은 가격이 미치는 심리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가격은 심리다
가격은 숫자가 아니다. 심리다.
동일한 가격도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이 된다. 이를 ‘심리적 가격(Psychological Pricing)’이라고 부른다.
29,900원 vs 30,000원
1개에 5,000원 vs 2개에 9,800원
정가 60,000원 → 방송가 29,900원
고객은 숫자를 계산하지 않는다.
느낌으로 판단한다.
이처럼 가격은 단지 제품의 ‘값’이 아니라, 감정의 문턱에 있다. 이 문을 얼마나 쉽게,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느냐가 마케팅의 관건이다.
가격 전략의 4가지 기본틀
전통적인 가격 전략은 다음의 4가지로 구성된다.
List Price – 제품의 원래 가격. 기본이 되는 정찰가
Discount – 기간 한정, 수량 한정 등의 할인 전략
Bundling – 묶음 구성으로 가치를 부여
Credit Terms – 무이자 할부, 결제 유예 등 결제 편의 조건
그리고 홈쇼핑에서는 어김없이 이 4가지가 극적으로 조합된다. 예를 들어,
“정가 98,000원 → 오늘 방송가 39,800원!”
“지금 사면 1세트 더 드립니다”
“12개월 무이자 할부 가능”
단순 가격보다 ‘심리적 혜택’이 부각된 가격 설계다.
프라이싱의 진짜 의미
가격은 전략이다 (by Hermann Simon)
헤르만 지몬(Hermann Simon)은 그의 책 『프라이싱(Pricing)』에서
가격은 단지 원가에 마진을 더한 산출물이 아니라, 고객이 느끼는 가치와 심리, 경쟁 환경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사람들은 가격이 아닌
가격에 담긴 의미를 구매한다.”
-Hermann Simon-
즉, 고객이 어떤 맥락에서 이 가격을 보게 만들 것인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100만 원짜리 마사지 의자를 ‘고가’로만 보면 살 이유가 없다. 하지만 ‘어버이날 한정 혜택’, ‘하루에, 900원꼴’, ‘1등 브랜드’라는 문맥을 입히면 그 가격은 설득력 있는 투자로 바뀐다.
최적의 가격 포지셔닝
‘얼마’보다 ‘어디에 위치시킬 것인가’
가격 포지셔닝은 브랜드가 시장에서 어떤 위치에 설지를 결정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같은 제품이라도 어느 가격대에 위치시키느냐에 따라 고객의 인식이 달라진다.
1. 고가격 포지셔닝 (희소성과 상징성)
에르메스: 세일을 하지 않는다. ‘가격’이 곧 브랜드의 ‘격’이다.
다이슨: 동일 성능의 가전보다 비싸지만, 혁신과 디자인으로 가격을 정당화.
가전, 가구, 안마의자: 고가의 가격을 렌탈과 구독서비스로 전환해 초기 부담을 최소화.
활용 팁: 가격이 높은 만큼, 고객이 “왜 비싼지”를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2. 중간가격 포지셔닝 (합리적 프리미엄)
애플 아이폰 SE: 플래그십 대비 낮은 가격, 그러나 브랜드 핵심 가치 유지.
무인양품(MUJI): 과도한 마케팅 없이 품질과 디자인으로 ‘가성비 있는 프리미엄’ 이미지.
활용 팁: 중간 가격대라도 ‘브랜드 철학’과 ‘품질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3. 저가격 포지셔닝 (대중 접근성과 볼륨 전략)
이케아: 낮은 가격대, 셀프 조립, 대량 판매로 수익 구조 확보.
다이소: 균일가 전략으로 ‘싸지만 쓸 만하다’는 인식 고착.
활용 팁: 저가 전략은 유통·공급·운영 효율화가 필수다. 단순히 싸기만 하면 금방 가격 경쟁에 휘말린다.
홈쇼핑 적용 포인트
프리미엄 가전: 고가격 포지셔닝 + 방송 한정 혜택
소모품: 번들·균일가 전략
계절상품: 중간 가격 포지셔닝 + 시즌 메시지
‘지금’ 사야만 하는 이유
홈쇼핑의 가격 전략에서 가장 강력한 심리 장치는 시간 한정성이다.
“오늘만 이 가격입니다”
“매진 임박!, 마감 3분 전!”
“예약 폭주! 곧 품절됩니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희소성 효과(Scarcity Effect)와 손실 회피(Prospect Theory)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다.
“얻는 기쁨보다 잃는 두려움이 더 크다.”
-대니얼 카너먼-
이 말처럼, 고객은 혜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사지 않으면 놓친다는 두려움 때문에 구매를 결정한다.
번들 가격은 더 합리적으로 느껴진다
홈쇼핑에서 흔히 쓰는 번들 구성은 심리적으로 가치 대비 가격을 낮게 느끼게 만드는 대표 전략이다.
예를 들면
“한 세트 가격에 두 세트 구성!”
“추가 구성품 3종 모두 포함!”
“1개 사면 1개 더!”
소비자는 1개의 ‘비싼 느낌’보다, 2개 구성의 ‘할인된 느낌’을 더 납득하기 쉽다. 그럴듯한 이유와 조합만 있다면, 구성만으로도 가격 저항을 극복할 수 있다.
방송 한정 혜택의 심리
생방송 구매 가격, 생방송 전용 구성, 앱주문 한정 혜택 등은 단지 ‘가격 할인’이 아니다. 행동을 유도하는 장치다.
“지금 보고 있는 당신만을 위한 혜택”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는 방송 한정 혜택”
이건 ‘심리적 선물’이다.
고객에게 특별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특별한 가격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온다. 그리고 그 ‘특별함’을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세일과 가격인하를 혼돈하면 안 된다.
세일은 잠시동안 가격이 내려갔다가 어느 시점에서 가격이 상승하는 의미를 포함한다. 그리고 가격인하는 정상가에서 한 번 내려간 가격이 고정이 된다. 그래서 세일의 영향력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Eduardo Porter가 말한
‘모든 것의 가격’
『모든 것의 가격(The Price of Everything)』에서 에두아르도 포터는
가격을 단순 숫자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가치를 측정하는 수단으로 보았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가격은 가치의 언어이자,
우리가 얼마나 그것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Eduardo Porter-
이 책 속에서 특히 인상적인 3가지 개념이 있다.
공짜의 가격 (The Price of Free)
무료 배송, 무료 앱, 무료 샘플은 절대 공짜가 아니다. 우리는 개인정보, 광고 노출, 혹은 다른 제품 구매로 그 대가를 치른다.
행복의 가격 (The Price of Happiness)
여행, 취미, 미식 같은 ‘경험 소비’는 순간적인 행복을 주지만, 동시에 시간·금전·기회비용을 요구한다.
미래의 가격 (The Price of the Future)
오늘의 저렴한 선택이 미래의 유지·관리 비용, 환경비용, 혹은 품질 저하라는 형태로 돌아올 수 있다.
‘무료’는 절대 무료가 아니며, ‘지금 싼 가격’은 미래 비용을 감추고 있는 경우도 많다. 우리는 언제나 “지금의 감정”을 기준으로 가격을 평가한다.
결국 가격은 ‘지금의 기분’만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까지 품고 있는 시간의 언어다.
고객은 가격이 아니라
이유를 산다
제품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가격이 ‘이유 없이 비싸게 느껴지면’ 절대 팔리지 않는다. 반대로 가격이 합리적이기만 해도 ‘왜 지금 사야 하는지’ 납득되지 않으면 망설이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가격 자체보다 가격에 담긴 '심리적 설득'을 디자인해야 한다.
가격은 계산의 결과가 아니라, 고객의 머리와 마음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다. 그리고 그 다리를 건너게 만드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지금 사야 할 이유’다.
참고문헌
헤르만 지몬, 『프라이싱 : 가격이 모든 것이다 (The Pricing)』, 쌤앤 파커스
에두아르도 포터, 『모든 것의 가격 (The Price of Everything)』, 부키
대니얼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Thinking, Fast and Slow)』,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