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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는 제품은 이렇게 설계한다.

Product 전략과 FCB 그리드 모델, 그리고 계절.

by 성민기
왜 잘 안 팔릴까?


일을 하다 보면 자주 듣는 질문이고 고민의 시작이다.

기능도 좋고 가격도 괜찮은데, 정작 고객은 움직이지 않는 상품들이 있다. 사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좋은 제품 ≠ 팔리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팔리는 제품은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 보여주느냐까지 설계된 제품이다.


제품 전략의 본질

마케팅 4P의 첫 번째 축인 Product(제품)는 단순한 기능이나 사양이 아니라 제품이 해결하는 것은 고객의 욕구다.

기능 중심 → “한우 1++등급, 국내산 100%”(식품)

욕구 중심 → “머리 납니까?, 머리 납니다!”(탈모제품)

긴 시간 쇼호스트를 하면서 깨달은 건, 고객은 기능보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줄 무언가를 찾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좋은 제품을 만든다는 건 곧, 고객의 마음을 읽는 일이다.


제품 전략을 설계하는 FCB그리드 모델

혹자는 제품을 판매하는 데에 상품 기획이 80%라고 주장한다. 개인적으로 동의한다. 그렇다면 상품 기획에서 제일 우선순위는 무엇일까?

“그 핵심은 바로,
소비자가 그 제품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가’다.

우리는 이를 마케팅에서 ‘관여도(involvement)’라고 부른다.” 제품을 어떻게 기획할 것인지는 소비자가 어떻게 의사결정하는지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 대표적인 모델이 FCB 그리드 모델이다. 여기에서 <관여>라는 단어가 나온다. 관여란,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냥, 관여한다는 뜻이 맞다.

FCB 그리드 모델은 미국 광고대행사 FCB(Foote, Cone & Belding)의 광고전략 모델로서 후에 부사장을 역임한 조사 전문가였던 리처드 본(Richard Vaughn)이 제안한 것으로, 고객의 관여도와 판단 기준(이성 vs 감성)에 따라 제품 전략을 4가지로 분류한다.

그리고 이 모델은 소비자의 구매결정을 두 가지 축으로 나눈다.

1. 관여도(High / Low)

고객이 이 제품에 얼마나 관여하는가?

2. 판단 기준(Think / Feel)

이성(사고)으로 판단하는가?
감성(감정)으로 판단하는가?

마치 우리가 즐겨하는 MBTI 성향분석 같이 생각하면 상품을 재미있게 이해하고 분류할 수 있다.

FCB 그리드 4 사분면에 따른 두뇌 세분화

FCB 그리드 4 사분면

1공간 고관여 / 사고형(Think):

구매 전 정보 탐색이 많은 제품

예: 가전제품, 자동차, 고가의 건강기능식품
판매전략: 원료·임상·수치 강조, 전문가 신뢰도 필요

2공간 고관여 / 감정형(Feel):

감성적 만족이 중요한 제품

예: 명품, 주얼리, 고가 화장품
판매전략: 착용감·디자인·브랜드 스토리 강조

3공간 저관여 / 사고형(Think):

일상에서 자주 구매하는 실용품

예: 가벼운 소모품, 세제, 청소용품, 주방소모품
판매전략: 가격·효율·편의성 강조

4공간 저관여 / 감정형(Feel):

기분전환, 즉흥 구매

예: 가벼운 기호식품, 디저트, 향초, 패션 액세서리
판매전략: 분위기·컬러·트렌드 포인트 강조


계절별 상품 전략 : FCB 그리드 확장

여기에 또 하나, 제품 전략을 진짜로 완성하려면 상품 특성에 맞는 계절을 읽어야 한다.
고객의 욕구는 계절에 따라 바뀌고, 그 변화는 관여도와 사고/감정 축까지 흔든다.

계절상품은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니즈를 반영해야 한다. 더울 때는 에어컨, 추울 때는 온열매트가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최근에는 여름이 겨울보다 더 길어지는 이유로 여름 상품에 대해 집중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상품들

그렇다면 1년 365일 가운데 가장 많은 기간을 차지하는 겨울과 여름에 대해 그리드 모델을 반영해 보자.

겨울의 고관여/사고형: 난방가전, 건강기능식품(면역, 관절)

겨울의 고관여/감정형: 캐시미어 코트, 연말 주얼리, 크리스마스 향수

여름의 저관여/사고형: 냉방 소모품, 휴대용 선풍기, 냉감 침구, 의류

여름의 저관여/감정형: 여행 소품, 컬러풀 패션, 시원한 팥빙수 등의 디저트


특별한 날의 상품 전략 : FCB 그리드 확장

참고로, 12월의 ‘크리스마스’와 7.8월의 ‘휴가 시즌’ 아이템은 같은 제품 전략이 아니라 같은 고객 마음의 다른 타이밍을 파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설날엔 부모님 건강을 챙기고 싶고, 5월엔 가족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고, 추석엔 정성스러운 선물을 준비하고 싶고, 연말엔 스스로를 보상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

제품은 달라지지 않더라도, 고객의 마음은 ‘시즌’에 따라 달라진다. 그걸 읽는 것이 진짜 제품 전략이다.


1월 설날

고객의 심리: 효도, 보답
대표 상품: 명절세트, 건강기능식품, 이불, 홍삼
고관여 사고형

5월 가정의 달

고객의 심리: 감사, 가족애
대표 상품: 안마기, 주얼리, 커플 스파 ,여행
고관여 감정형

7~8월 휴가

고객의 심리: 힐링, 해방감
대표 상품: 여행 가방, 아이스 음료, 선풍기
저관여 감정형

9~10월 추석

고객의 심리: 나눔,
대표 상품: 선물 한우, 명절세트, 주방가전
고관여 사고형

12월 연말·크리스마스

고객의 심리: 보상, 감성
대표 상품: 와인, 코트, 향초, 화장품 ,호텔숙박권
고관여 감정형

이렇게 같은 제품이라도 고객의 계절, 고객의 마음 타이밍에 따라 전략은 달라져야 한다.


실전 적용

제품 기획자: 제품을 출시할 때, 고객의 계절·상황·심리까지 설계해야 한다.

판매자: 방송·광고·프로모션에서 제품을 ‘언제(시즌)’ 제안할지가 매출을 좌우한다.

브랜드: 카테고리 내에서 계절별 주력 라인을 미리 준비해야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한다.


이렇듯 제품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고객의 계절과 관여 안에서 설계되고, 그리드 위에서 포지셔닝될 때 비로소 팔린다.

“제품을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타이밍에 맞춰 팔리는 설계를 만드는 것.
그것이 Product 전략의 본질이다.”

(이 글은 제품이 팔리는 구조를 마케팅의 고전 이론 FCB 그리드 모델과 계절·심리 전략을 통해 풀어낸 실전 해설이며, 쇼호스트와 브랜드 기획자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제품이 아닌 ‘마음의 타이밍’을 파는 전략이다.)


참고문헌

Vaughn, R. (1980). How Advertising Works: A Planning Model.

Kotler & Keller (2016). Marketing Management.

Cialdini (2001). Influence: The Psychology of Persuasion.

김상훈 (2019). 『마케팅 불변의 법칙』.

최인수 (2021). 『디지털 시대의 실전 마케팅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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