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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채 Jun 10. 2024

작가의 말

표지. 이십 세기 식-보이 / 일러스트


  여기에 수록된 글은 오래전 틈틈이 썼던 이야기를 시간을 두고 새롭게 다듬은 것이다. 이제 와서 손을 대려니 난감한 부분이 많지만, 풋풋하고 미흡한 대로 진심을 담아 썼었기에, 나름 완결된 형태로 마무리하고 싶었다. 지금의 나는, 어떤 식으로든 그때의 ‘너’에게 제대로 된 작별을 고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글의 배경은 이제 막 세기가 바뀌었던 무렵이다. 등장인물은 원래 각기 이름이 있었을지언정 하나의 흐름으로 다듬으며, 주로 ‘나’와 ‘너’ 그리고 ‘형’으로 추렸다. 그 결과, 복학을 망설이는 나와 좌절을 극복하는 너의 이야기(안전요원), 집착적인 편지광으로 작가를 꿈꿨던 나의 이야기(너에게 쓰는 밤에), 한 번도 만나지 못한 형과 나의 이별 이야기(보험 형), 세기말 학번으로 새로운 세기에 복학해야 하는 나의 이야기(복학병자), 하나라고 믿고 싶은 두 명의 너와 만난 이야기(너와 너)가 되었다.

  물론 실제로 경험한 일만은 아니다. 여러 가지 물감을 섞어 하나로 조색하듯 하나의 인물 안에 여러 사람의 이미지를 반영했고, 실제 일어나지 않은 상상 속의 사건을 가미했다. 실제의 나는, 가벼운 신경증과 더불어 다소 싱거운 학창 시절을 보냈고, 좀 더 납득할 만한 사람들과 어울렸다(고 밝혀두고 싶다).

  그래도 전철을 타고 아무 곳에나 내려 무작정 걸었던 것은 사실이고, ‘너’라는 대상이 그 시절 나에게 누구보다 소중했던 존재임은 틀림없다. 그때의 감정은 이 글에 솔직히 담겼다고 말할 수 있다.

  분명 그때의 나는, ‘너’라면 다른 모든 것을 제쳐 두고, 어디든 찾아갈 수 있었다.


  이십일 세기로부터 / 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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