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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별 아나운서 Nov 20. 2020

세상이 변하고 있다, 우리만 모를 뿐

[AI가 방송하면, 아나운서는 뭐해? #08]

성공하는 플랫폼은 진화한다


‘당근~ 당근~’


아내는 <당근마켓>을 자주 이용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내의 스마트폰에서 울리는

‘당근’ 소리가 뭔지 궁금했습니다. 

물어보니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이라는군요. 

응? 중고거래는 <중고나라> 아닌가?

 예전 가수들이 본인들의 음반을 중고거래에 내놓은 거래자를 

직접 찾아가는 웹 예능이 나올 정도로 

중고거래의 대명사는 <중고나라> 였는데? 


<당근마켓>은 지역을 기반으로 합니다. 

동네에서, 주민들과 하는 거래. 

그래서 ‘중고사기’도 적죠. 

가까운 거리만큼 마음의 거리도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중고거래를 뛰어 넘는 특별한 역할까지 하고 있습니다. 

바로 커뮤니티 역할. 

지역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간단한 정보 교환이 가능했고, 

처음에는 작은 정보 게시판이 

이제는 당당히 메인 메뉴를 차지합니다. 

재밌고 유익합니다. 

무엇보다 친근하죠. 


인스타그램 당근마켓 계정에서 

‘기상천외한 이용후기’를 검색하면, 

전성기 <디씨 인사이드(DC Inside)>의 ‘허언증 갤러리’에 필적할만한 

위트와 재치들이 등장합니다. 

실제 사례로 동네 주민 중에서 ‘동반 입대자’를 구하기도 하고, 

공부에 지친 고3 학생이 생일을 맞아, 

자신의 독서실로 찾아와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줄 사람을 찾기도 합니다. 

에어팟의 왼쪽을 분실한 사람이 

같이 음악을 듣자며 오른쪽만 가진 사람을 찾아 

실제 만남이 성사되기도 하죠. 


지역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지역마다 특색 있는 매물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제주도에서는 그 귀하다는 ‘다금 바리’가 매물로 올라오기도 하고, 

횡성에서는 한우 매물도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당근마켓은 단순한 중고 거래를 넘어 커뮤니티의 역할을 하면서 

네이버, 다음, 배달의 민족의 월 이용자(MAU) 1000만을 달성한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플랫폼으로 진화 중입니다.


당근마켓은 '중고 거래'를 넘어, 지역 커뮤니티이자 놀이터로 진화중입니다


얼굴도 한 번 안 본 사람과 하는 거래. 

지역이라는, 커뮤니티라는 보이지 않는 결속력이 작용합니다. 

같은 취향과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느슨한 연대감’이 

특정 목적의 플랫폼도 변형시켜 사용하게 합니다. 

놀이터에 있는 놀이기구도 

누가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모습이 천차만별이듯, 

성공한 플랫폼은 느슨하고 자유롭습니다.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게 개방해놓고, 

스스로 활용하고 변형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줍니다. 

나머지 여백은 이용자가 채울 수 있게. 

이 여백 속에서 이용자는 마음껏 뛰어 놀면서, 

플랫폼에 대한 애정을 담아갑니다.  



당근마켓은 단순한 중고 거래를 넘어
커뮤니티의 역할을 하면서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플랫폼으로 진화 중입니다.


미디어 플랫폼도 변해야하는 세상,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는 미디어 플랫폼도 마찬가지죠. 

이제는 시청자가 더 이상 수동적이지 않습니다. 

기존의 무거운 미디어도 얼마든지 놀이기구로 만듭니다. 

재미와 위트로 비틀어서, 밈(meme)을 만들고,

댓글로 소통하고 공유하며, 

가수 비의 ‘깡’처럼 가지고 놉니다. 


자신은 알기도 못하는 시대의 예전 가수에게 

‘천둥 호랑이(권인하)’라는 애칭을 부여하며 

세상 밖으로 불러냅니다. 

기존 미디어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주목받는 사람들을 

다시 기존 플랫폼으로 받아들이죠. 


뉴미디어 플랫폼이 변화하고 진화하면서 영향력도 높아집니다.  

최근 <틱톡>에서 미국 아이다호의 한 노동자가 

크랜베리 주스를 마시며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출근하는 

단 20초짜리 셀피 영상이 화제였습니다. 

화제를 넘어 그야말로 난리가 났죠. 

조회 수가 5천만 회(2020년 10월 기준)을 넘으면서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Fleetwood Mac의 43년 전 노래 <Dreams>가 

아이튠즈 차트 1위로 올라갔습니다. 

이 영상 하나로 인해서 말이죠. 

주인공의 팔로워는 순식간에 400만 명으로 늘었고, 

크랜베리 주스 회사는 홍보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주스를 가득 실은 최신 닛산 트럭을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레거시 미디어인 BBC는 뉴스를 통해 

뉴미디어로 주목 받은 이 동영상의 주인공과 

Mick Fleetwood의 만나게 해줬고, 

일반인뿐만 아니라 스타들도 패러디 영상을 만들며, 

또 하나의 놀이, 문화 현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시청자가 더 이상
수동적이지 않습니다
기존의 무거운 미디어도 
얼마든지 놀이기구로 만듭니다







뉴미디어, 그리고 플랫폼, 이용자가 

이제는 생산자가 되어 또 다른 문화현상을 만들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예는 정말 많습니다. 

그만큼 세상이 바뀐 거죠. 

그렇다면 플랫폼의 영역에서 방송은 어떤가요? 

이용자(시청자)가 마음껏 뛰놀고, 

참여할 수 있는 여백이 있나요? 

놀이터가 되어주고는 있나요? 

‘시청자가 주인’이라고 말하는 방송국, 

그리고 방송에서 시청자는 진정한 ‘주체’가 될 수 있나요? 

미디어 플랫폼도 변화를 피할 수 없는 현실에서, 

방송이라는 플랫폼의 전달자이자 얼굴인 ‘아나운서’는 

과연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우리는 오늘도 수많은 고민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성공한 플랫폼은 
‘판’을 만들어줍니다. 
이용자는 마음껏 뛰어 놀면서, 
플랫폼에 대한 애정을 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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