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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킴 starkim May 15. 2024

방송국 대표 소맥 장인, 술을 끊다

[김한별 아나운서의 KBS 퇴사 일기 #12]

"왜 술을 끊은 거예요?

나 한별 씨가 만들어주던 소맥 진짜 좋아했는데"


방송국은 꽤나 술자리가 많은 조직입니다

저는 사람과 술자리를 좋아했고

그 자리를 재밌게 만드는 분위기 메이커였습니다

직업이 아나운서이고 술까지 잘 먹으니 오죽할까요?

특히 소맥 자격증(?)까지 소유할 정도로

맛있게, 즐겁게 술자리를 만드는 것에 욕심이 있었어요


그런 제가 갑자기 술을 끊게 됩니다

그것도 1년 동안

정말 많은 분들이 물어보세요

왜 술을 끊었는지를요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물음에

저는 '그냥'이라고 답했습니다


진짜로..

그냥, 궁금했어요

술을 안 먹고사는 삶이요


사회생활을 하며

자연스럽게 술을 먹게 됐고

(술자리가 많고, 횟수도, 양도 많은) 언론사의 특성상

술로 맺은 인연도, 술자리에서 얻은 스킬(?)도 많았죠

너무나 자연스럽게 술자리로 이어지는 만남들

바꿔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확인하고 싶었어요

술 없이도 가능한지


제가 술을 먹지 않자 다양한 반응을 만나게 됐어요

아쉬워(?)하는 분도 있었고

강압적으로 먹이려는 분도 있었고

대놓고 서운함을 표현하는 분도 계셨죠


그러나 대부분은 응원해 주셨고

맛있는 무알콜 맥주를 추천해 주시는 분도 있었고

무알콜 하이볼 잘하는 바라고 데려가 주시기도 했죠

저의 선택에 대해 '대단하다' '부럽다' '나도 해야 되는데'

말하는 분도 많았어요


결국 ‘'술'이 아니라

저를 만나고 싶은 분들에게

'술'은 그렇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된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이유로 저처럼 술을 안 먹거나,

다이어트,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을 진행 중인 사람들과의 교류가 늘어났어요

술을 먹으면서 만났던 분들 만큼이나

술을 안 먹으면서 만나게 된 분들도 많아진 거죠

그리고 생각하게 됐어요


'이것도 연습이 필요하구나'


충분히 가능하더라고요, 술 없이도

특히나 후배들과

예전처럼 술로 풀어가기 쉽지 않은 세상이 되다 보니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어요

술은 또 언제든지 먹을 수 있으니

다른 방법을 찾는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사실은 '방법'을 몰라서

술을 먼저 찾았던 것도 있었더라고요



'술'이라는 자극을 줄이니 새로운 세상이 보이더군요



"술 안 먹고 무슨 재미로 살아?"


네, 저도 그럴 줄 알았어요

술이 인생을 조금 더 즐겁게 만들어준다고 믿었으니

술이 없으면 인생의 재미가 덜할 거라고 생각했죠

근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술 먹는 게 진짜 재미있는 거였나?'


어쩌면 저는

'재미와 자극'을 헷갈렸던 걸 수도 있어요

술을 먹으며 느꼈던 그 감정들,

먹다 보면 더 먹고 싶다고 느끼며 즐겼던 '취한 느낌들'은

재미보다는 '자극'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그 자극을 '재미'로 착각했던 거죠

당시 제가 원했던 건 재미가 아닌 '자극'이었나 봐요


그 자극을 걷어내니

술과 술자리가 달리 보였어요

세상에는 술말고도 재밌는 것 투성이거든요

왜 이제 알았나 억울할 정도로요


세상에는 술 안 먹는 사람도 정말 많고요

술을 즐기지 않으면서도

재밌게 사는 사람들도 정말 많더라고요

'술 안 먹고도' 재밌게 사는

그 방법들을 찾아가는 게 더 재밌어요

헬스도, 수영도, 러닝도 그 일부분이죠

'재미'를 먼저 찾고,

그다음 술 한잔이 더해진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술 안 먹고 무슨 재미로 살아?"


네,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안 해봐서 모르는 것일 뿐

앞으로 평생 술을 안 먹을지는 모르겠지만

술에서 ’재미‘를 찾고 싶지는 않네요


술이 아니어도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

이제는 찾고 연습하고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지금은 그 과정입니다

내가 정말 술을 좋아했던 것인지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춰서

좋아한다고 착각하고 있는지

나에게 진지하게 물어본 1년이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찾아가고 있고,

찾을 때마다, 또 다른 세상을 발견할 때마다 즐겁습니다

내 안에서 그 답을 찾게 된다면

다시 술을 먹게 된다고 해도

내가 정해 놓은 기준에 맞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때까지는 조금만 너그럽게 응원부탁드려요


어쩌면 저는
‘재미와 자극‘을 헷갈렸던 걸 수도 있어요
당시 제가 원했던 건 재미가 아닌 
‘자극’이었나 봐요



#김한별아나운서

#김한별작가

#나를 찾는육아我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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