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책은 혼자 조용히 눈으로 읽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책을 읽는 시간은 거의 움직임이 없는 시간이다. 그렇다 보니, ‘책 = 조용함 = 지루함’으로 연결되기 쉬운 것 같다. 조용한 곳을 찾아, 혼자 빽빽한 영어책을 읽고 있노라면 졸린다. 또는 금세 지루해진다. 책은 꼭 조용히 읽을 필요는 없다. 영어공부 관점에서 원서를 접한다면, 입으로 크게 소리 내서 읽는 것이 익숙함(familiarization)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된다.
어렸을 때, 아이가 ‘엄마’라는 단어를 똑바로 말하기까지, 얼마나 많이 소리 내서 말했을지 생각해보자. 처음에는 어색하고 어눌할지라도,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해서 말하다 보면, 엄마라는 단어는 아이에게 더 이상 힘들고 낯선 단어가 아니다. 어른이 돼서 배우는 외국어도 비슷한 이치라 생각한다. 얼마나 많이 말하고 접하느냐에 따라 친숙도가 올라가고, 비로소 내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원서 책 한 권에는 수많은 단어가 있다. 이중 내가 이미 아는 단어도 있지만, 생전 처음 보는 단어도 있고, 눈으로 읽을 수는 있지만 일상생활에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단어도 있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발음하려고 하면 막히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내 평생 절대 쓸 일이 없을 것 같은 단어를 보면, 내가 굳이 알아야 하나 싶은 것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원서는 모든 단어들의 비빔밥 같다. 다양한 나물과 재료들이 비빔밥에 들어가 있지만, 그 안에는 내가 익숙하고 좋아하는 것들도 있지만, 내가 싫어하거나 낯선 재료도 들어 있을 수 있다. 낯선 것을 피하고 싶은 것은 사람의 당연한 본성일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피하고 가리다 보면, 더 낯설어지기 마련이다. 낯선 것에 대해 한번은 살짝 트라이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원서 낭독이다.
"너무 완벽하려고 하면 오히려 완벽과 더욱 더 멀어진다"는 말이있다. 낯선 단어라 해도 일단 한번 소리 내서 읽는다. 엉터리 발음도 괜찮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 단어가 두 번, 세 번 등장한다. 중요한 단어라면, 수십 번, 수백 번도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 단어가 등장할 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발음하는지도 들어보고, 나도 소리 내서 또박또박 발음해본다. 요즘 영어사전이 잘되어 있어서, 발음 듣기도 가능하니, 복습으로 팔로 업한다면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노출된 단어는 점점 친숙해지고 편하게 된다. 일부러 외우고 암기하지 않아도, 책을 읽는 동안 그 단어나 문장들이 계속 나를 찾아온다. 그때마다, 피하지 말고, 소리 내서 읽으며 자연스럽게 반겨주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점점 낯선 것들과 친해져 가다 보면, 더 많은 다양한 단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새로운 단어나 낯선 단어를 만나도 두려움이 없어진다. 우리는 알고 있다. 처음은 낯설지만,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친해질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