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였던
나의 아버지를 생각한다
흙 한 줌 스스로 덜어내고 보태는 일을 해본 사람은 안다
보드라운 흙이 모종을 감싸고
따스히 끌어 안아 생의 줄기를 피워 올릴 때까지
피땀을 흘려 본
사람만이 아는 그 눈물을
비탈진 산허리를
칡덩굴 걷어내며 크고 작은 돌들
이고 지고 담을 쌓으며 희망과 절망의
경계를 오가던 그 억겁 같은 시간을
해 오르기 전 새벽부터
해 지고 어둑한 그림자 사라질 때까지
수천 번 지고 나른 그의 무겁고 아득했던 생의 무게를
그 비탈진 산등성이가
기름진 밭이 되어 해시시 담배꽃이 피워오를 때까지
아버지의 등걸 뒤에서 나는
그의 타버린 젊음을 보았다
한 사람의 세상이 꿈으로도 열리지 않는 시간을 보았다
온몸을 불태워도 지워지지 않는 가난의 그림자 앞에
절망한 사내의 세계가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남은 자들이 사치로 허기를 메꾸는 일
시 한 편 쓰는 일이
때로는 자신도 구제하지 못하는데
막내딸이
그리 될 것을 아셨는지
아버지는 딸을 위하여
신에게 재물이 되었다
거친 땅에서 걷어내야 하는 돌이 되는 것
고르고 골라야 드러나는 보드라운 흙
아버지는 큰 바위로 비켜서서 돌담이 되었다
나는 아버지가 내어준 울타리 안에서
보드라운 흙 위에서 피어나는 꽃
고통의 농사짓는 일
시를 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