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상에서 평생 시를 쓰는 일은
그냥 오지 않는다
고통을 길어 올려 희망을 이야기하는 일
농부가 평생 밭을 갈아 싹을 키우듯
바라는 요행 없이
고통의 무게를 켜켜이 쌓아 거름을 만드는 것
천 번의 죽음과
만 번의 목마름으로
꿈마다 지옥에서 탈출을 꿈꾸는 일
때로는 밤마다 살인을 꿈꾸고
복수의 칼날을 내려놓는 일
천 번을 강물에 뛰어들었다가
비루하게 다시 목숨을 구걸하고
온 사랑의 실연으로 세상 끝으로 달려가다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또 모두에게 실연을 당하는 것
시를 쓰는 일은
시지포스의 언덕을 묵묵히 오르다
까마귀에게 두 눈을 내어주고도
천국을 더듬어 희망의 냄새로 죽어가면서도
문득
천형을 받았구나 깨달아 가는 것
시를 쓰는 일은
스스로 감옥을 만드는 일
때로는
그곳이 가장 안온하여 매몰되고
불온한 사랑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
시를 쓰는 일은
천당과 지옥의 무게를 가늠하는 일
지옥의 죄수이면서
천국의 방랑자를 꿈꾸나니
헛꿈을 또 길어 올리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