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한 마리

by 바다유희

살아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혀 끝에서는

생의 육신이 목마르고

흐르는 시간은 달디달아서


이 세상 마지막에도

어머니는

찬물에 말아낸 밥 조기 한점

힘겹게 입으로 들어 올릴 때에도

살아야 할 허기를 찾아내지 못하였다


곡기로 가늠하는 생의 길을

하찮거나

원초적이라고 하지 마라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


끙끙 앓으면서도 어머니는

깻잎 켜켜이 개면서 여름 김치를 담갔다

내일 죽을 만큼 온 힘이 우수수 빠져나가고

마른 줄기처럼 생의 수분이 말라 갈 때도

그것이 뭣이라고


냉장고를 여니

와락 덤비는 어머니의 냄새

오랫동안 숨 죽어 가던 어머니

생의 끝자락에 온 힘을 다하여 살아낸

생의 허기는 자식이 먹을

끝내 남은 신 김치 한 그릇


찬물에 밥 말아먹으며

나는 살아야겠다고

또 살아야겠다고

뜨겁게 목구멍으로 허기를 삼키면서

생각한다

생의 지엄함은 밥냄새로 끓어오르는

원초적인 허기

삼일 밤낮을 울다가 놓친 끼니 앞에

두 눈을 부릅뜬 조기 한 마리

어머니가 놓고 가신 허기

생의 시간이 대신 밀려온다

눈물-봄91x73oil on canvas2016 (1).jpg

그림/문선미자작가:제목/슬픔

keyword
이전 05화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