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슈뢰딩거의 이름 없는 고양이

2025.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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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를 열어보기 전까지

오늘의 나도,

내일의 나도 알 수 없어

아니,

지금 이 1초 뒤조차

예측할 수 없는 게 삶이라면—


상자가 열리기 전,

수없이 많은 1초를

하나씩 분해해

1만 해 이상의 가능성 안에

나의 나를 넣어봐


나를 닮았지만

내가 아닌 나,

내가 되지 못한 나,

이미 지나간 나와

아직 오지 않은 나


그 모든 나를

당신은 사랑할 수 있을까

당신의 1만 해 가능성 안에

나의 1초가 꿰어지는 순간을 기다리며,


나는 지금

무한대의 시간 속에 갇혀

상자가 열리기를,

기다려




작가노트 | 슈뢰딩거의 이름 없는 고양이


이 시는 ‘양자역학’이라는 복잡하고도 낯선 과학 이론을 빌려

나의 마음을 설명해보고자 한 시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상자가 열리기 전까지는 살아 있으면서 동시에 죽어 있는 상태’

―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사실 실험 대상이었지만,

나는 그 고양이에게 감정이 있다고 상상해보았어요.

자신의 운명을 알 수 없는 채로 상자 안에 존재하는 마음이란,

어쩌면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마음과 닮아 있지 않을까요?

나 역시 하루하루를 살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미래를 향해 가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없는 날들이 많았어요.

그리고 어떤 날은, 그런 불확실성이 나를 몹시 외롭게 만들었죠.

이 시는 그런 감정에서 출발했어요.

예측할 수 없는 삶과 마음,

그 안에서 수많은 가능성으로 흩어져 있는 ‘나’의 파편들.

그 모든 나를, 누군가가 사랑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질문.

아니, 내가 그 모든 나를 품어줄 수 있을까 하는 질문.

결국 나는 이 시를 통해

실험의 대상이었던 고양이에게,

그리고 그 고양이의 심정에 빙의한 ‘나’에게

다정한 질문을 건네고 싶었습니다.

“상자가 열리는 그 순간까지,

나를 믿어줄 수 있니?”




이 글은 ‘오후 여섯시의 고양이’ 시리즈 중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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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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