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부채를 끝낸 한 사람의 목소리

수화기 너머, 무너진 삶과 다시 일어선

by 잎새

과거엔 퇴근 후, 하루 동안 들었던 모든 말들을 곱씹었다.
누가 울었고, 어떤 말투에서 상처가 묻어났는지, 그런 것까지 놓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누가 물어보지 않으면, 마치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필 내가 처음 시작한 상담 업무가 채무조정이었기 때문일까.
무너진 삶의 말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쏟아졌고, 어느 순간부터 감정은 흐릿해졌다.

그래도 잊히지 않는 상담이 하나 있다.
그분은 한때 잘나가던 사업자였다.
아들은 강남 학군 학원에 다녔고, 아내는 내조를 열심히 하던 분이었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되었고, 인생의 전환점은 너무도 빠르게 다가왔다.

회생 후엔 중소기업진흥원의 도움을 받아 채무조정과 신규 대출을 받고 다시 일어섰다.
하지만 강남의 아파트는 팔려 나갔고, 가족은 월세집으로 옮겨야 했다.
아들은 낯선 동네로 전학을 가며 혼자 학업을 이어갔고, 아내는 그 무게를 견디지 못했다.
상담 중에도 싸우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이어졌다.
책망과 고성이 오가던 그 통화는 결국 “다시 전화드릴게요”라는 말로 끝났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났다.
어느 날, 다시 그 고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상담사 ○○입니다.”
이름을 듣기도 전에, 나는 그가 누구인지 알아챘다.
그는 몇 년 전과 달리 한층 지친 목소리로, 문자를 확인해달라고 말했다.

모든 채무 상환이 완료되었습니다.
나는 문자를 읽어 내려갔고, 그는 그 말을 한 번 더 육성으로 확인받더니 조용히 흐느끼기 시작했다.
팀장의 채팅 창엔 “콜 길다. 끊으세요.” 같은 메시지가 반복해서 떴지만, 나는 기다렸다.
그의 지난 7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참을 흐느끼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담담하게, 그러나 진심을 담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라고 전했다.

돈이란, 빚이란 그런 것이다.
신용 상담을 하던 나조차도 지금은 빚을 지고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날 나는 오랜만에 누군가가 쫓기지 않는 목소리로 말하는 순간을 들었다.
벗어남, 그 홀가분함의 조각.
그것은 아주 작지만, 상담사였던 내게 오래도록 남을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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