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분의 전화, 그리고 반성문
어떤 날, 어김없이 전화가 걸려왔다.
“안녕하세요.”
익숙한 인사말을 건넸지만, 돌아온 대답은
“안녕 못해요!”
라는 쏘아붙이는 말이었다.
그는 기초생활수급자라고 했다. 상환 능력이 없다고, 정부가 해준 게 뭐냐고, 현직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말끝마다 거친 감정이 실려 있었고, 나는 아무런 정보도 모른 채 40분 가까이 전화를 붙잡혔다.
들어줄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외쳤다.
“어차피 너네는 욕받이 부서잖아! 그냥 내가 하는 말이나 들을 것이지, 왜 가르치려 들어!”
황당했지만, 익숙한 장면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으레 그렇듯, ‘못 배운 것’을 스스로의 면죄부처럼 내세우며, 세상이 자신을 배척했다고 말했다. 감정은 비바람처럼 쏟아졌고, 나는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결국, 그는 복지센터로 연결해달라고 말했다.
상담은 그렇게 끝이 났다.
하지만 나의 하루는 끝나지 않았다.
통화 종료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팀장에게 불려갔다.
“왜 전화를 그렇게 오래 끌었는가?”
말이 소명이지, 사실상 구두 반성문을 써야 하는 자리였다.
지친 몸을 겨우 자리에 앉히자마자, 메시지가 울렸다.
“cph 관리 필요. 휴식 최소화하고 다음 콜 응대 바랍니다.”
그날, 나는 팀 내 생산성에서 꼴찌였다.
누구의 감정도 다독이지 못한 채,
내 감정만 탈탈 털린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