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 스테이: 템플을 체험하다.
올 초, 봄비가 내리는 날을 포함해 약 6주 동안의 프로그램을 참여했던 적이 있다.
사실 벌써 6개월 정도 지난 일이라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지역 자치구 1인 가구 지원센터에서 진행했던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 안내를 보고 신청하는 것은 내가 그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고, 안내한 날짜에 참석을 한다는 것을 약속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시작하면 끝까지 참여할 마음으로 신청했고, 10여 명의 참여자들과 무사히 프로그램을 수료했었다.
당시 센터 및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우수 참여자들을 우선 선발하는 ‘템플 스테이’ 프로그램을 안내받았었다.
누군가가 “우수 참여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갖춰야 하냐 ‘는 질문이 있었다.
그리고 답변은 신청한 프로그램에 무단으로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해당 프로그램 외에도 1인 가구 신청자들과 스포츠 활동을 같이하는 프로그램도 무사히 완수할 수 있었다.
그 덕분인지 템플 스테이 신청 문자가 왔고, 선발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템플, 그리고 템플 스테이”
나랑은 거리도 멀고 기회가 없었다.
도심에 작고도 큰 이런 절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공덕역을 나오면 ‘조계사’라는 절이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해당 절을 방문하고 있었다.
나는 불교가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평일에 방문하여 기도를 드린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이렇게 근접한 곳에 이 정도 규모의 절이 있다면 충분히 방문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템플 스테이를 통해 무언가를 얻었는가?라고 물어본다면
얻은 것은 없다. 하룻밤 머무르며 득도를 했다거나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면 그것은 기적일 것이다.(아니 가능하긴 할까?)
다만 아무런 생각 없이 활동성 있는 편한 바지와 조끼를 입고 또 다른 종교를 체험한다는, 존중하는 마음으로 임했던 것 같다.
명상, 내려놓는 차분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다고나 할까?
반배, 절 3번 하기 등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것들을 배우면서 이들의 질서를 체험할 수 있었고
절에서 나는 특유의 향냄새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사물관람이 무엇이지? 하면서 나갔을 때, 스님이 큰 북 같은 것들을 연주하고 계셨다.
그냥 그 리듬과 장단을 감상하면서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것을 느꼈다.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지만 조용하고 평화로운,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고 배려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각자 다른 이유로 방문했을 그 사람들이 간절히 무언가를 기도하는 모습을 보며 인생사 모두 똑같고, 저분은 어떤 것을 염원하는 마음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하지 않았음에도 저녁 야등이 켜진 대웅전은 너무 예뻐 연신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었다.
불교를 체험하고 calm을 즐기면서 마음이 차분해지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방에 배정받은 사람들끼리 서로 통성명은커녕 인사조차 안 하는 탓에 방에 들어갈 생각을 하니 마음이 불편했다는 아이러니한 사실.
방배정 후 같이 방으로 향하면서 인사를 하려고 했으나, 서로 어울리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에, 나가는 데 같이 나가자는 한마디 권유의 말조차 없기에 나도 굳이 안 한 게 사실이다. 결국 나도 같은 사람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그냥 어울리고 싶어 하지 않는 게 눈에 보여서 할 수가 없었달까?
‘하긴 어차피 하룻밤 보내고 헤어질 사이니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을지도 몰라 ‘라는 생각에 나도 존중하자고 생각했고,
나중에는 이 정도면 기싸움인가 싶을 정도로 각자의 시간을 보냈던 탓에(먼저 씻고 잠들었는데, 그 누구도 불을 끄지 않았던 시간 등) 불편한 마음이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먼저 말 걸고 인사할 만큼의 큰 그릇을 나는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같은 행정구에 사는 사람들과 이웃이 되고 사귀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이 부분은 충족할 수 없어 아쉬웠다.
프로그램 종료 후, 절을 나서며 걸음 보조기에 의지해 큰 쇼핑백을 들고 오는 스님을 만났다.
쇼핑백을 들어 절까지 옮겨드리니(하나가 끝인 줄 알았는데 저~어기에 하나 더 있다고ㅋㅋㅋㅋ)
고맙다고 종이봉투 하나를 주셨다. 액자가 들어있고 뭔가가 적혀 있는데 나는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기독교라서 다른 신을 보시면 안 된다는 생각에 집에 둬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과 동시에 선해 스님과의 차담에서 스님이 한 명 한 명 직접 끼워주신 묵주(?)는 빼지 않고 착용하고 있는 미스터리하고 언발란스 한 나.
아무튼 시골, 외곽의 절만큼의 풍경과 제대로 된 템플스테이는 아니지만 현대화되어 있는, 그러나 사찰과 예불, 공양 등을 체험해보고 싶으시다면 가까운 절에서의 템플 스테이를 추천하고 싶다. 새벽 4시에 본 하늘의 별은 내가 서울에서 본 별 중에 가장 많았다. 그리고 그 시간에 일어나서 기도드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다들 간절한 마음으로 무언가를 바라고 있구나, 다들 인생의 번뇌와 고난을 헤쳐나가는 모습에 나도 좀 더 힘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