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를 받지 않는다는 것의 의미

feat. 말기 암환자인 시아버지와 함께한 나의 6개월

by 마침내

항암치료를 받지 않기로 했지만

필요한 약이 없는 것도 아니고

주기적으로 의사를 만나지 않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왜냐면 암으로 인한 통증.

암성 통증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지기 때문에

마약성 진통제를 계속 처방받아야 했고

한두 달에 한 번은 의사를 만나 복수가 차고 있는 건지

황달이 생기진 않은 건지 진찰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도 흔히 말하는 동네 병원.

1차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는다 한들

결국 그 진통제는 1차 병원 옆에 있는 약국에서

당장 받을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요양병원을 가자니

시아버지께서 요양병원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크셨다.

(후에 덧붙여 이야기하겠지만 이것은 우리 부부싸움

이유 중 하나가 된다.

또한, 요양병원에선 CT나 그 외 정밀검사 등을

받기 어려운 게 사실이므로

이러나저러나 큰 병이 있으니 3차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했다.


다만, 진단을 받은 병원은 너무 크고 환자도 많아 복잡하니

집 근처 3차 병원으로 가는 것으로 결정하고

집과 가까운 대학병원 소화기내과로 예약을 했다.




진료일에 만난 담당 선생님의 인상은 좋으셨다.

기록들을 보시고 무엇보다 항암을 안 하기로 했다는

우리의 결정에 공감하고 지지해 주신 것이 인상적이라면 인상적인 점이었다.


시아버지 먼저 진료실을 나가게 한 뒤에

시아버지의 나이와 체중, 병의 진행 정도 등을 고려했을 때

득 보다 실이 더 많을 것 같다는 말씀과 함께

여생을 편하게 정리하시도록 하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해주셨고 진통제와 먹던 약을 처방해주셨다.


기저질환으로 가지고 있는 간경화와 부정맥의

협진 일정까지 예약을 하고

집에 돌아오니 시아버지는 물론 나도 지쳐버렸다.


그리고 지쳐서 금방 주무실 거라 생각했던 그 날 저녁

어쩐 일인지 시아버지의 컨디션이 점점 나빠지기 시작했다.

저녁 식사도 잘 못 하시고 평소 어지간해서는

진통제를 먼저 찾지 않던 분께서

진통제를 달라시며 아랫배에 통증을 호소하셨다.


병원을 다녀온 당일이니 조금 더 당황스럽기도 했고

병원을 다녀온 당일이니 조금 더 지켜보자

이런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남편은 굳이 밤에 가면 더 피곤하고 아파지는 곳이

복잡한 응급실이니 지켜보자고 했고 나 역시 동의하고

이번 밤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시아버지의 통증은 더 심해졌고 열도 나기 시작했다.

열이 난다는 것은 몸에 이상이 있다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긴급한 신호이기에

바로 병원으로 가야겠다는 결정을 했다.


그런데 여기서 1차 멘붕은

병원을 가기 위해선 최소한 주차장까지는 가셔야 하는데

고통이 심하셔서 주차장까지도 이동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난 이날, 처음 알게 된 사실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성인 2명이 아픈 노인 1명을 옮기는 일에도

엄청난 난이도의 기술이 요구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 당황스러운 상황에 결국 119에 도움을 요청했고

119에 올라탄 보호자는 내가 되었다.

남편이 집에 남고 내가 병원으로 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우리 집의 밥벌이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지만 당시 남편이 마무리해야 할 프로젝트가 있어 출근을 해야 함에도

회사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집에서 일을 할 수 있게 해줬기 때문이다.


남편을 대체할 인력이 없을 만큼 중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고마워해야 하는 걸까

사실 그 당시엔 그런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어찌 됐든

병원으로 환자를 옮기고 나라도 갈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응급실에 접수하고 몇 가지 검사를 받으면

금방 끝날 거라는 약간의 안일한 생각으로 갔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큰 착각이라는 것은 서너 시간 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시아버지는 충수염이 진행되어 해당 부위가 파열되고 복막염으로 진행된 상태였다.

보통 평범한 몸 상태라면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복막염으로 진행되기 전 병원에 가서 조치를 하게 되지만

암으로 인한 통증을 마약성 진통제로 다스리던 중이었고

시아버지에게 일어난 충수염은 으레 발생하는 급성 충수염과는

다른 것이었기에 파열이 되고 염증이 진행될 때까지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이었다.




* 이때, 에피소드를 글로 쓰자니 너무 길어져 나눠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양해해 주십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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