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할아버지, 계... 계세요?

2025.01.20 율이 생후 231일의 기록

by 곰곰

그동안 율이 이유식을 범보의자에서 먹였다. 바닥에서 앉아서 먹이는 게 심적으로 편했다. 또 하나는 당시 주방의 상황 상 하이체어를 두면 너무 복잡해질 것 같았다. 요 며칠 공간도 새롭게 재정비되고, 슬슬 핑거푸드도 시작해야 하는데 하이체어를 사용해야 수월할 것 같아서 꺼내기로 했다.

꺼내긴 했는데 어떤 버튼을 눌러야 다리 부분이 펼치는 것인지 헤맸다. 겨우 폈는데, 바로 이유식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쌓인 먼지를 닦아 내느라 시간은 지체되고 있었다.

배고파하는 율이를 앉힌 후 실리콘 흡착 패드 식판을 앞에 두었다. 튀밥을 조금 부어주고 이유식을 데웠다. 이유식을 먹으면서 율이는 손으로 튀밥들을 만지작 거렸다. 그러다가 식판을 손으로 잡았는데 식판이 움직였다. "엥? 이게 왜 움직이지?"


흡착 패드가 있어서 당연히 움직이지 않을 줄 알았다. 한 손은 식판이 떨어지지 않도록 잡고 한 손은 이유식을 먹이며 분주했다. 그렇게 하이체어 탑승식을 어수선하게 마쳤다.

두 번째 이유식까지 4시간 정도 남아있는 상황이 됐다. 율이는 오늘따라 낮에도 이앓이를 하는 듯했다. 양치도 하고, 치발기도 주었는데 진정이 되는 것 같지 않았다. 이앓이를 돕고자 분유를 얼려 과즙망에 넣어주기도 하고, 오이스틱을 차갑게 주기도 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었다. 마침 냉장고에 딸기가 있어서 씨 부분을 제거해서 주기로 했다.


율이를 하이체어에 앉히고 딸기를 주었는데 내가 불러도 보지도 않고 열중해서 먹었다. '오! 통하는군' 하며 간식을 준 것을 뿌듯해하고 있었는데 율이가 딸기를 다 먹고 울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부족한 것 같았다. 율이는 오늘 처음으로 간식을 먹은 것이었다. 양은 얼마나 줘야 하는 것인지 전혀 감이 없었다.


실리콘 식판에 튀밥을 적당히 부어 간식을 조금 더 주려고 했다. 울고 있는 율이는 튀밥에 손을 대지 않았다. 손으로 튀밥을 쥐어 입에 넣어주니 표정이 변하며 먹다가 울기 시작했다. 튀밥을 다시 주니 먹고는 또 울고, 또 울었다. 튀밥을 줄 때마다 우는 것이 양이 성에 차지 않는 것 같았다. 마치 내가 율이의 화를 돋우는 듯했다.


첫 번째 간식 시간을 정신없이 마치고 두 번째 이유식 시간이 됐다. 간식을 먹어서 텀이 있어도 될 줄 알았는데 율이는 보채기 시작했다. 율이를 하이체어에 앉히고 튀밥이라도 갖고 놀게 하려고 부었는데 마음이 급해서 거의 쏟다시피 했다.


당황스러운 마음은 뒤로 하고, 일단 이유식을 먹였다. 율이는 튀밥을 손으로 쥐었다 폈다 했다. 그러더니 식판에 입을 대고 식판을 손으로 잡는데 흡착 패드 부분이 또 떨어졌다. 튀밥 양은 제법 되었는데 엎으면 일이 커질 것 같았다.


율이가 마실 물을 컵에 따라 두었는데 손에 물을 조금 부어서는 흡착 패드 밑에 묻히고 다시 식탁에 붙였다. '이렇게 하면 안 떨어지겠지? '싶었는데 떨어지는 거다. 율이는 식판을 엎었고 튀밥은 바닥 밑으로 와르르 떨어졌다.


"허허허... 율아, 엄마 울어"


헛웃음과 함께, 이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말을 뱉고선 아차 싶어 급하게 말을 바꾸었다. 산타클로스 흉내를 내며 말이다.

"허허허...율이 아가... 맘마를 잘 먹어주어 고오오마워요오오... 허허허..."

"아주...잘 먹네요...허..허..허..."


나사가 풀린 사람처럼, 이유식 끝까지 산타클로스 흉내를 내며 먹였다.

이유식을 마치고 분유 수유를 하는데 율이 눈이 슬슬 감기는 거다. "어 설마?" 하는데 율이가 잠이 들었다.

자는 율이 맴돌며 '어떡하지, 어떡하지?' 발을 동동 굴렸다.


깨워야 하는 것인지, 두어야 하는 것인지 판단이 되지 않았다. 얼굴은 이유식이 묻어 있는데 이대로 두면 피부가 틀 것 같았다. 손수건에 따뜻한 물을 묻혀 살살 닦는데 율이는 깨지 않았다. 이제 턱받이를 뺄 차례! 턱받이를 빼는데 율이가 눈을 살짝 뜨더니 울었다. 그러더니 이내 다시 잠이 들었다.


'이대로면 방으로 옮겨도 잘 것 같은데?'


율이가 자는 요 토퍼로 옮길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옷엔 음식들이 잔뜩 묻어 있었다. 요 토퍼 위에 속싸개를 깔고 그 위에 눕히기로 했다. 율이는 고맙게도 그대로 자주 었다. 식탁으로 다시 와보니 엉망이었다. 바닥엔 튀밥들이 우르르 떨어져 있는데 일단 이것부터 치우기로 했다. 겨우 정리를 마치고 화장실에 갔다. 머리엔 목워머를 헤어밴드처럼 쓰고 있었고, 티셔츠는 젖어 있었다.


어제 모처럼 손님이 왔었다. 색이 바래지 않은 티셔츠를 입었고 머리는 빗은 상태였다. 거울 속의 모습을 보니 어제 머리를 빗고 깨끗한 티셔츠를 입은 것이 꾸민 것처럼 느껴졌다.


하이체어를 사용하게 되었을 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율이 옆에서 나도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첫 번째 이유식 후 율이가 튀밥을 만지작 거리는 사이 멸치볶음을 마치 덮밥처럼 밥에 올려 비벼먹었다. 어디서 보지도, 그동안 먹어보지도 않았던 메뉴 '멸치볶음 덮밥'


임신했을 때, 먼저 출산한 친구에게 밥은 어떻게 먹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점심은 고구마를 먹고 저녁은 남편이 퇴근해서 차려준다고 했었다. "점심이 고구마라니!" 놀래서는 먹거리를 선물로 보내준 기억이 있다. 종종 그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오르곤 했었는데...

시간. 시간. 시간!

산타할아버지, 계... 계세요?

저에게 시간을 선물해 주세요... 네?

20250120.jpg 이유식 시간, 율이가 잠이 들었다.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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