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장'이 아니면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2025.01.22 율이 생후 233일의 기록

by 곰곰

율이는 목욕 후에 매우 졸려했다. 목욕 전부터 졸린 것처럼 보였는데, 친정 엄마께서 빨리 씻기고 재우자고 하셨고 나 역시 목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목욕을 마치고 상의 내복을 입혔고 기저귀를 채웠다. 친정엄마가 율이를 세운 채 뒤에서 안고 있는 상태였기에 서있는 상태에서 채우게 됐다.


율이는 씻고 나서 빠르게 낮잠에 들었다. 자고 일어나면 배시시 웃어주는데 웃어주지 않았고 어딘지 불편해 보였다. "아직 잠이 덜 깨서 그런가?" 율이를 안고 서서 거실을 돌아다니는데 엉덩이 부분이 축축했다. 축축한 정도가 상당했다. "킨도 기저귀가 이렇게까지 새나?"


율이를 눕혀서 바지 열었는데 "진짜? 진짜? 진짜? 내가 이렇게 기저귀를 갈았다고? 미친 거 아니야?"

기저귀 위로 빼꼼, 땅콩처럼 나와있었다. 팬티 라인이라는 결승전까지 이르지 못하고, 어쩜 3/4만 채워서는 정확히 오줌 나오는 부분이 위로 향해 있었다.


자세히 보니 바지가 젖어있는 건 물론이고 배 쪽까지 젖어 있었다. 내 티셔츠도 배 쪽에 오줌이 스며들어있었다.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환장하겠네.. 미쳤나 봐 진짜..."


사실 이날은 집이 으스스하다고 생각했다. 최악의 미세먼지로 연일 공기가 좋지 않았고 금요일이 되어서야 풀린다고 했다. 월요일은 아예 환기를 못했고, 어제도 못했던 터였다. 어젯밤이 되어서야 이틀이나 환기를 안 한 게 괜찮은지 검색했고 이렇게 심각할 때는 환기 보단 공기청정기를 트는 게 낫다는 글에 다행이다 싶었었다.

오늘 새벽, 일어났는데 목이 몹시 아팠고 안 되겠다 싶어 그 재서야 부랴부랴 거실에 있는 에어컨을 켜서 청정 기능으로 맞춰놓았다. 기존에 쓰던 공기청정기는 필터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오늘 낮에나 택배로 도착할 예정이었다. 무풍 에어컨을 사용하는데 무풍으로 두면 청정 기능이 약해질 것 같아서 세게 틀고 있었다. 집안 온도는 23도인데 바람까지 나오니 나는 으스스하다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율이가 어느 타이밍에 쉬를 한 걸까..." 낮잠 중간인지, 깰 때쯤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쉬를 하고 잤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바지는 오줌으로 차가웠고 축축했다. 이것만이 분명히 알 수 있는 사실. 행여 감기에 걸린 것은 아닐지 마음이 상당히 불편했다.


스스로가 황당해서 기저귀를 잘못 채운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두었는데, 옷을 갈아입히고 정신이 돌아왔을 때 친정엄마께 사진을 보냈다. 거기에 덧붙인 한 문장 "미치겠다..."


당시 율이가 상당히 졸려하는 걸 같이 보셨고 나 역시도 율이를 재우려고 서두르는 모습을 보셨기에 당연히 기저귀를 잘못채운 것이라고 생각할 줄 알았다. 사진을 보내고 엄마께 전화를 드렸다. 사진을 얼핏 봤는데 배꼽에서 무언가 나온 줄 알았다며 심장이 떨렸다고 하셨다. 상황을 말씀드리니 꺽꺽 웃으시면서 "율이를 키우며 웃는 일이 많다"며, 나 역시도 웃겨서 대화를 못 이어갈 뻔했다.


오줌이 잔뜩 묻은 옷들을 세탁기에 돌리기 전에 애벌빨래를 해둬야 하나 고민하는데 율이가 배고파하는 것 같았다. 시간을 보니 어느새 두 번째 이유식 시간. 부랴부랴 이유식을 먹이고 음식물이 묻는 옷을 갈아입히려는데 율이가 응가를 했다.


그냥 웃음이 나왔다. 웃음이 나오는데 웃다가 눈물이 핑 도는 그런 느낌이었다. 이 일이 있기 전에도 난이도가 높다고 생각한 일이 있었다.


첫 번째 이유식 후 치우는 게 정말 고난이도였다. 이유식을 숟가락으로 떠서 주려고 하는데 율이가 음식이 담긴 부분을 계속 손으로 쥐려고 했다. 아주 몇 번을 말이다. "율이, 오늘 왜 이러지?"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그러고는 이내 "아 율아! 잡고 먹고 싶구나"

요 며칠 딸기 씨 부분을 돌려 깎은 후 손으로 잡고 먹을 수 있도록 했었다. 혹시나 싶어 식판에 이유식을 살짝 부어주니 역시나 손을 쫙 펴서 움켜쥐더니 입에 가져가려고 했다. 입으로 다 들어가리가 없었다. 이유식이 잔뜩 묻은 손으로 얼굴을 만지면 얼굴이 음식으로 범벅이 됐고, 하이체어를 만지면 의자 역시 엉망이 됐다. 나는 그 와중에 숟가락으로 남은 이유식을 떠먹였다. 율이는 한 손엔 숟가락을 쥐고 있었는데 내던지듯이 숟가락을 바닥에 던졌다.


이유식 후 핑거푸드를 줘야 할 것 같아서 씨를 제거한 딸기 2개를 줬다. 분유 수유까지 이어서 완료. 7개월엔 핑거푸드를 줘야 한다고 책에서 봤었는데 "진짜 줘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과 율이의 행동을 맞췄다는 게 내심 뿌듯했다. 뿌듯함은 잠시, 내게 남은 건 난리가 난 식탁, 바닥을 치우는 일이었다. 율이 얼굴과 손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는 일이 남은 것도 물론이었다. 이렇듯, 첫 번째 이유식도 만만치 않은 일정이었다.


응가를 치우려고 율이 바지를 내리는데 현관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은 기침을 계속하니까 회사에서 병가를 내라고 했다며 병원에 갔다 온다고 전화가 왔던 터였다. 병가를 내고 왔는데 남편이 걱정되기보다는 일단 누군가 왔다는 게 그저 기뻤다.


남편에게 기저귀를 잘못 채워서 옷이 다 젖은 채로 낮잠에서 깼다고 상황을 얘기하니 기저귀를 세탁기에 돌리며 대활약하던 그때보다는 지금이 낫다고 얘기해 주었다. 그렇다. 기저귀를 세탁기에 잘못 돌린 날, 분유 단계도 잘못 먹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었다. 예상치 못한 두 가지 일에 머리가 어질어질했던 일도 있었다.


율이가 낮잠을 잤던 요 토퍼도 축축해진 것 같아서 남편이 빨래를 같이 돌렸다. 요 토퍼가 하나밖에 없어서 있다 저녁에는 어떤 것을 깔고 재워야 하나 싶었고, 안 해도 될 일까지 두 번한 거 같아서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화가 나다가도 웃음이 나왔다.


율이가 정말 감기에 걸렸을까 봐 열도 재고 계속 표정을 살폈다. 왠지 표정이 어두운 것 같아서 "왜 안 웃는 것 같지?" 하니 남편은 또 율이 웃겨보려고 했다. 웃음을 확인하고는 컨디션 좋다며, 남편은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옷을 갈아입고 노는 시간, 율이가 오늘따라 침을 많이 흘려서 상의 목덜미 부분이 많이 젖었다. 바닥이 차가울 것 같아서 조끼도 같이 입혀놨는데 조끼 목덜미도 같이 젖었다. 턱받이는 한동안 잘 썼는데 이유식을 하면서 목 사이에 음식물이 자주 끼다 보니 접촉성 피부염이 생겼다. 틈틈이 목에 약도 발라주고 목에 천이 닿으면 잘 낫지 않을까 봐 가제 손수건을 내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침이 보일 때마다 닦아주곤 했었다.

남편이 율이 옷을 갈아입혀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엇, 조끼가 없네?" 지금 입고 있는 게 마지막 조끼였다. 그 많던 조끼들은 하필 지금 다 세탁기 안에 있었다. 오줌에 바지가 젖은 채로 낮잠을 잤던 게 마음에 걸렸다. 바닥은 차가웠고 조끼를 입혀야만 했다.


"율이 안 입는 옷 팔 부분을 잘라서 입힐까?" 하며 아가 옷들을 보는데 아까운 거다. "못 입는 내 티셔츠 팔 쪽을 잘라서 입힐까?" 하며 일단 옷장으로 갔다. 가서 옷들을 뒤적이는데 평소에 안 입는 조끼가 보였다. "이거라도 입히자!" 그렇게 율이는 조끼 원피스를 입고 온 거실을 돌아다녔다.


저녁은 보통 남편이 퇴근 후 차려주곤 했었는데 병가를 내고 온 남편에게 차려달라고 하는 것은 못할 짓 같았다. 그렇다고 내가 차리는 것도, 생각만 해도 지쳤다. 결국 병가를 내고 온 남편에게 "저녁.. 차려주긴 어렵지...?"라고 조심스레 말을 꺼내다 웃음이 터졌다. 친정엄마가 오실 때면 먹을거리를 많이 싸 오셔서 배달은 생각도 못했다.


식탁에서 저녁밥을 먹는 동안 율이를 하이체어에 앉히기로 했다. 그동안 범보의자에서 이유식을 먹였던 터였고, 남편은 하이체어에 앉아있는 율이의 모습은 처음 본 것이었다. "식판 가져와볼까?"라고 하길래 범보의자 식판을 가져오는 줄 알았다.


아니! 하이체어 식판을 가져오네? 하이체어는 물려받은 건데 식판이 같이 있는 줄 모르고 집에서 쓰던 나무 식탁에 하이체어를 바짝 끌어다가 먹이고 있었다. 이유식 실리콘 흡착패드 식판을 나무 식탁에 떡 하고 붙여서는 튀밥을 부어준 적이 있었다. 그것도 실수로 아주 쏟듯이 말이다. 흡착 패드가 있으니 당연히 안 떨어질 줄 알았는데 율이는 아주 쉽게 식판을 뗐고 그대로 튀밥을 엎었었다.


그날 튀밥이 바닥에 와르르 쏟아져 있는 것은 물론이고 율이가 자는 방까지 튀밥이 발견되며, 또 환장하는 날을 보낸 적이 있었다. 실리콘 식판이 플라스틱에 잘 붙는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돼서 준비해야겠다 싶었다.

"아니 하이체어 식판이 있었다고?" 남편에게 식판이 엎어지며 열나게 치웠던 일들을 입에 모터가 달린 것처럼 말했다. 웃음이 또 튀어나왔다.


마지막 수유 후 율이를 재우다 나도 잠이 들어서 2시간 넘게 자다 깼다. 잠에서 깬 후 카카오톡을 확인하는데 아는 동생이 공기청정기 호환필터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 나왔다며 링크를 보내온 게 보였다. 가만 보니 우리가 사용하는 공기청정기 브랜드도 있었다. 공기청정기 필터는 오늘 낮에 도착해서 남편이 세팅해서는 계속 틀었던 상태였다. 율이는 처음 보는 기계에 신나서는 만져보기도 하고 입으로 탐색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 공기청정기에 율이는 내 조끼를 원피스처럼 입고 해맑게 매달려 있었다...


"아니 이게 또 무슨 일이야?" 오밤중에 남편이랑 나는 부랴부랴 검색을 했고 제조사, 수입원도 다르고 정품 호환필터를 구입했다며 고민 끝에 우린 틀기로 했다.


오늘 하루 시트콤을 몇 번을 찍었는지 모르겠다. 친정엄마 말마따나 율이를 키우며 웃을 일이 많아진다.


20250122.jpg 내 조끼를 원피스처럼 입고 공기청정기에 매달려 있는 율이, 하루하루가 시트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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