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7. 31 율이 생후 58일의 기록
어제 저녁부터 오늘밤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시간이 흘렀나 싶다. 흘러 흘러, 밤에 이른 지금, 이제야 차분함이 조금 느껴진다. 내가 있는 곳은 인하대병원 특실이다. 발에 번쩍이는 산소포화도 장치를 달고서 숨소리로 ‘난 괜찮아요!’ 하며 알려주는 율이와 함께. 방은 어둡고 쿠션감이 좋은 소파에 앉아 마음에 대해 정리해본다.
친정 엄마가 언젠가 흘러가는 말로 아기를 키우다 보면 눈물콧물 빼는 날이 올 거라고 하셨는데 오늘 아침 율이를 안고 눈물 콧물을 아주 그냥 남김없이 빼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진한 미안함. 이 미안함이라는 감정이 진하고 진해서 율이를 바라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내가 율이를 잘 돌보지 못해서 생긴 일인 것 같아서 미안했다.
어제 저녁 율이의 팔과 다리 색이 변해있었고 안색이 급격히 나빠졌다. 입에 거품 같은 것이 고인 것 같기도 했다. 병원에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남편이랑 지역에 있는 어린이 달빛병원에 부랴부랴 짐을 챙겨 갔다. 집에서 체온을 쟀을 땐 고열은 아니었는데 도착해서 재보니 39.4도였다. 열을 재주시던 간호사님이 깜짝 놀라시며 대학병원에 가보라고 하셨다. 그곳에서 급히 타이레놀2cc를 먹고 인하대병원 소아 응급실로 갔다.
감사하게도 대기 시간이 길지 않게 바로 검사를 받을 수 있었고 소변이 더럽다고 하시며 입원 가능성이 크다고 하셨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데 입원이 확정됐고 방은 특실 밖에 없어서 특실로 입원을 했다.
율이 안색이 좋지 않았고 급기야 새벽엔 오한이 들었다. 당황스러웠다. 호출벨을 눌러 간호사님을 기다리는 동안 율이를 안아주었다. 율이는 정말이지 바들바들 떨었고 진정되지 않았다. 나 역시 조리원에서 오한이 몇 차례 들었던 터라 얼마나 추운지 알고 있었다. 내 체온이 전달되길 바라며 아주 아주 꼭 안아주었다. 간호사님이 오시고 안내에 따라 율이를 도울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도왔다. 새벽 3시경 겨우 진정이 되어 잠이 들었다.
어제 출발했을 땐 이렇게 입원으로 이어질진 몰랐다. 분유 3통을 휴대용으로 챙겼는데 이마저도 다 먹었고 남편이 짐을 가져오는 동안 젖을 물리며 시간을 버텼다. 남편이 오고 수유 후 율이가 잠들었다. 어제 잠을 못자서 완전히 깊은 잠에 빠진 듯 했다. 예정된 검사로 인해 앞으로 4시간 금식을 해야 했다. 간호사님도 이제는 깨워서 먹이라고 하셨다.
조급한 마음으로 분유를 탔고 율이를 깨워서 먹이긴 하는데 아픈지 잘 못 먹는 모습이 너무 속상했다. 이제 금식을 하면 4시간이나 못 먹는데 어쩌나 싶었다.
율이를 보면서 "율아, 제발 먹어줘" 하는데 어제부터 쌓였던 감정이 터져 오열을 하기 시작했다. 눈물도 터지고 콧물도 터지고 그나마 하고 있던 목 워머로 어떻게 눈물 콧물을 훔치고 있는데 담당 교수님과 함께 의료진분들이 들어오셨다.
급성신우신염이었다. 백프로 치료된다며 안심시켜주셨고 수간호사님이 남아서 마음을 다독여주시는데 참았던 모든 것이 터져 다시 오열이 시작됐다.
마음이 참으로 어려웠던 오늘. 그 핵심엔 ‘자책’이 있었다. 내가 잘 돌보지 못해서 아프게 됐다는 자책. 요인이 될법했을 것 같은 내가 했던 행동들이 자꾸만 떠오르고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돌리고 싶은데 이런 생각들을 할수록 괴로움의 늪에 완전히 빠졌다.
친정 엄마는 ‘크면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 이라며 어떤 행동을 떠나 원인은 다양하고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힘들어서 육아를 못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객관적으로 받아 들여졌고 내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 싶었다. 가령 젖병을 닦는 일.
그런데 누워있는 율이를 보면 또 내 탓 같아서 눈물만 흐르고 수도 없이 내 탓을 했다가 그저 크면서 일어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왔다 갔다 했다.
자책. 빠져나오기 어려운 구렁텅이다. 지금 크게 숨을 고르면서도 또 빠질뻔한 구렁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