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8. 02 율이 생후 60일의 기록
수액을 맞다 보니 아기가 쉬도 자주 하고 기저귀도 30분씩에 한번 씩 갈 때도 많다. 새벽엔 ‘와... 신생아 시절보다 더 하네’ 하며 불편해하는 나를 발견했다.
‘아 내가 체력이 떨어지는구나’ 하며 상태도 체크해보고 아차 싶어 지금 나는 어떤 마음을 선택할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감사한 마음을 선택’하기로 했다. ‘우리 율이가 이만하기 다행입니다. 백프로 치료 된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감사합니다를 되뇌었다.
시간이 흘러 아가를 보는데 ‘율이가 겪어내야 하는 것’이고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돕는 일’이라는 것을 인지했다. 우리 아기가 독립체구나 싶었다. 나는 그저 내 역할에서 돕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해나가는 거구나 결과는 하늘에 맡기듯, 외부 요인까진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어제 그토록 스스로 괴롭히던 자책의 마음에서 한결 가벼워짐을 느꼈다.
오후엔 급성신우신염이 발병하는데 있어 내가 했던 마음에 걸리는 행동들을 다 여쭤봤다. 이를테면 수유 중 응가를 했는데 그때 바로 기저귀를 갈지 않고 수유 후 갈았던 것, 통잠을 일찍 자기 시작했는데 자는 중 기저귀를 갈지 않은 것. 다 들으시더니 그런 이유가 아니라 ‘기회감염이라 그냥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것’이라고 하셨다. 짚고 넘어가고 싶어서 여쭈었던 것이었는데 돌부리에 넘어진 거라 생각하라고 하시니 그냥 눈물이 펑펑 났다.
면회를 온 친정 아빠께서 원인이 뭐였냐고 물어보셔서 기회감염이라고 얘기했는데 옆에서 듣던 엄마는 아기 아플 때 원인 물어보는 거 아니라며, 그러면 내가 너무 힘들어진다고 묻지 말라고 하셨다. 우리 엄마는 진짜 단단한 분이구나. 감사했다.
임신 8개월 차 뇌실확장증 소견을 받고 신촌 세브란스 예약을 하고 첫 진료를 기다리던 그 일주일. 걱정으로 미칠 지경에 이를 것만 같아 다니던 절의 스님께 연락을 드리고 기도문을 받았었다. 진료를 기다리며 매일 아침, 그리고 잠들기 전 침대에서 감사기도를 했었다. 그 후 감사기도가 인이 베기듯 일상에서 감사함을 찾는 습관이 생겼다.
이번 일을 통해 더 세심하게 마음을 살피게 된다. 앞으로 있을 육아에 있어 든든한 밑거름이 되리란 생각이 든다. 율이 60일을 이렇게 보낼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우리 율이, 커서 의사 되려고 미리 병원 탐방 온 거지?
율아, 커가는 과정에서 누구나 병원에 오게 된단다. 우리 율이는 조금 더 일찍 왔을 뿐이야. 사실은 별일이 아니란다. 커가면서 아픈 일도 종종 찾아 올 거야. 그렇게 한번 넘어진 것뿐이야. 우리 율이 오늘도 방긋 웃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