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

짧은 이야기(꿈을 꾸다.)

by 윤다서영

제1장


“설마 아니겠지?”


어느 집 담벼락 어귀, 머리만 빼꼼히 내놓은 낯선 이의 강렬한 시선이 뒤통수를 간질였다. 벌써 며칠째인지 알 수가 없다. ‘이번에는 아니겠지.’ 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보지만, “헉,” 나도 모르게 신음이 새어 나왔다. 당장에라도 얼려버릴 것 같은 시리도록 차가운 회색의 눈동자. 여린 심장이 마구잡이로 벌렁거린다. 부여잡은 두 손 역시 사정없이 떨려왔다.


나는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내 걸음에 맞추어 낯선 이가 따라 움직이는 것이 등 뒤에서 또렷하게 느껴진다.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가 조용한 골목길에 기이하게 울려 퍼졌다. 양 볼을 타고 알 수 없는 이물질이 주르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제발 나 좀 내버려 둬.”


***


두어 달 전, 낯선 이 하나가 북쪽 관청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바깥사람과의 교류가 거의 없는 마을이었기에, 오랜만에 나타난 낯선 이의 등장에 우리 모두는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


백여 가구로 이루어진 우리 마을은 북쪽으로 다른 마을과 연결된 관청 하나를 제외하고는 그야말로 가구로만 구성되어 있다. 물론, 학교와 병원이라 불리는 곳은 있었지만, 이는 가르치는 일이나 치료하는 데에 특별한 능력이 있는 누군가가 자신의 집에서 선생님이나 의사의 역할을 할 뿐이지, 특별히 마련된 건물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경찰서라든지 감옥이라든지 그런 시설은 더욱더 있을 수가 없었다.


어느 날, 선생님 중 한 분이 경찰이라는 직업에 대해 설명을 해주신 적이 있었다. 그때 누구였더라? 음. 맞다. 스티븐! 스티븐이 선생님에게 물었다.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경찰이 필요하다고요? 그런 직업이 왜 필요하죠?”


스티븐의 말에 우리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울타리에 대해서 설명해 준 거 기억하지? 그거랑 같다고 생각하면 돼."


우리 마을은 울타리라고 불리 우는 것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선생님은 울타리가 뭔지 상상하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우리를 위해 칠판에 그림까지 그려주며 열심히 설명을 해준 적이 있었다.


'저렇게 높이 울타리를 쌓으면, 어떻게 다른 사람 집에 들어가고, 어떻게 다른 이들의 물건을 빌려 쓸 수 있는 거지? 사람들은 울타리를 타고 올라가서 집으로 들어가야 하는 건가?'


나는 선생님께 “왜 울타리를 만드는데요?”라고 물었다.

“낯선 이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려고 하는 거지.”라고 선생님은 답하셨다.


당시, 우리는 선생님의 말에 배꼽을 잡고 웃었다. 선생님은 우리의 반응에 조용히 미소만 지으셨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눈동자가 참 슬퍼 보였던 것 같기도 하다. 선생님은 외지에서 우리 마을로 들어오셨던 초기 낯선 이 중에 한 분이셨다.


낯선 이들은 우리와 함께 식사하고, 우리의 옷을 빌려 입고, 우리의 방에서 잠을 잤다. 대부분은 우리 마을 사람이 되어 눌러앉았지만, 몇몇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북쪽에 자리한 관청 지붕을 향해 뛰어갔다. 그들은 관청 지붕과 연결된 건너편 마을로 넘어가기 직전에 흰자위를 희번덕거리며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곤 했다.


“이 마을은 미친 마을임이 틀림없어. 돈을 억만금을 준다 해도 더는 못해!”


그러고는 기이한 바람 소리를 내며 유유히 사라졌다.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선생님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을 이해한다는 듯한 동정 어린 눈빛과 함께.


***


“이제는 안 따라오겠지?”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사람이 두렵다니. 마을 사람 모두가 나의 부모였고, 형제였다. 낯선 이들 역시 언젠가는 내 부모, 형제가 될 이들이었기에 두려움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처음에는 그도 다른 낯선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 역시 우리의 방에서 잠을 자고, 우리와 함께 식사했고, 우리의 물건들을 공유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변해버렸다. 그래.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저 차갑도록 날카로운 시선이 나를 좇게 된 것은.

“헉, 헉헉.”

누군가의 집 벽에 몸을 바짝 붙이고, 낯선 이의 동정을 살폈다. 왜 이렇게 사방이 훤한 건지, 작은 몸 숨길 곳이 없다니, 나는 몹시 불안해졌다.


“그래. 울타리. 울타리가 필요해. 나에게는 지금 나를 가려 줄 울타리가 필요하다고.”


저 멀리 낯선 이의 그림자가 서서히 눈에 들어온다. 또다시 심장이 벌렁거리기 시작했다. 낯선 이가 가까워질수록 온몸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져 가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나를 향해서 걸어오던 낯선 이가 누군가의 부름에 휙 방향을 틀었다.

“순이?”

순이가 해맑게 웃으며 낯선 이와 인사를 주고받았다. 잠시 담소를 나누던 순이가 우리 집을 가리키며 낯선 이의 팔을 잡아끄는 것이 보였다.


“아, 안돼! 안 돼 순이야!”


저 멍청하도록 순진한 아이가 낯선 이를 우리 집으로 끌어들일 모양이다. 시간이 없었다. 나는 허겁지겁 집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한 번도 잠가본 적 없는 문 옆에 걸려 있는 걸쇠를 부들거리는 손으로 간신히 걸어 잠갔다. 있는지도 몰랐던 걸쇠의 존재에 대해서 궁금해할 여력도 없었다. 나는 눈에 띄지 않는 어두운 구석 안으로 조용히 몸을 웅크렸다. 잠시 후 당황한 순이의 목소리가 귓가를 세차게 때려왔다.


“어? 어? 왜 이러지. 왜 문이 안 열리지? 어디에 걸렸나?”


덜커덩, 덜커덩, 있는 힘껏 문고리를 잡아당기는 순이의 노력에 나의 심장은 점점 조여들어 갔다.


“저런 멍청이, 그냥 가라고, 그냥 사라지라고.”


단단하지 않은 걸쇠가 철컹철컹 소리를 내며 금방이라도 빠질 듯이 흔들거렸다. 나가야 해. 여기 있으면 낯선 이에게 잡혀 버릴 거야. 그럼 그 차갑고 시린 눈동자에 꽁꽁 얼어버리겠지. 순이의 세찬 손길에 걸쇠가 떨어짐과 동시에 나는 작은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어린 시절 장난 삼아서 벽 한 구석에 뚫어놓았던 작은 구멍 안으로 꾸역꾸역 몸을 욱여넣었다.


“너 지금 뭐 해?”


몸이 거의 빠져나갈 때쯤 순이와 낯선 이가 작은 방문을 벌컥 열었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느껴지는 소름 돋게 차가운 감촉. 낯선 이가 내 다리를 잡은 것이다.


“으악!”


나는 마을이 떠나갈 듯이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허겁지겁 작은 구멍 안으로 몸을 쑤셔 넣었다. 간신히 빠져나온 내 뒤를 순이와 낯선 이가 쫓았다, 나는 옆집으로 도망을 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 번도 잠겨있지 않은 옆집의 새하얀 방문을 벌컥 열며 간절한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했다.


“도와줘! 날 좀 도와줘!”


방안에 나란히 누워서 도란도란 수다 꽃을 피우던 옆집 사람들이 나의 다급한 목소리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데 그게 다였다. 그들은 나의 간절한 외침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저 내 행동이 이상한 듯 위아래로 멀뚱멀뚱 훑고만 있었다. 나는 다시 한번 간청했다.


“도와달라고, 낯선 이가.”


하지만, 나는 그들의 투명한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더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이들은 나를 도와줄 수 없다. 아니 도와줄 생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이 마을에서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멀리서 순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있는 힘껏 북쪽 관청으로 뛰어갔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서 몇 번이나 쓰러질 뻔했지만, 간신히 버텼다. 숨을 헐떡이며 도망치는 나에게 많은 이들이 환한 웃음으로 인사를 건넸지만, 그들의 인사를 받을 여력이 없었다. 나는 도움이 필요했고, 그들은 나를 도와줄 수 없었다. 나는 관청 지붕에 올라와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이제, 살았어.”


낯선 이가 잡으러 오기 전에 마을을 떠나야 한다. 마을에서 등을 지고 떠나려는 순간, 무언가가 발길을 잡아끄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 다른 마을로 넘어가면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하겠지?


‘다시는 오지 못한다고.’


마음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 잠시 망설이는 순간, 낯선 이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두려움을 자아내던 무심하고 차가운 표정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갈기갈기 찢길 것 같은 시린 회색의 눈동자. 그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한 나는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역시 도망가야 해. 여기 있으면 안 돼. 한발 한발 뒷걸음질로 마을에서 멀어져 가는 나를 바라보던 낯선 이의 표정이 서서히 변해갔다. 아무 표정의 없던 그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져간다. 낯선 이가 다급하게 나를 향해 뛰어오기 시작했다.


‘그가 두려워하고 있어! 낯선 이가 두려워하고 있어. 내가 이겼어!’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옆 마을로 건너갔다. 그리고 힘껏 외쳤다. 낯선 이로부터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는 그 이름을.


“경찰! 경찰!”


제2장


“정말 그것만 하면 됩니까?”

“그래. 아주 쉬운 일이지.”


쉬어도 너무 쉬운 일인데. 감옥에 있던 나에게 그가 내민 제안은 꿀처럼 달콤했다. 처음에는 그가 실없는 농담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평상시 다른 이들에게 하는 것처럼 위협적인 표정으로 가만히 노려 보았다.


“그래. 그 표정. 지금 그 표정 그대로 돌아다니기만 하면 돼.”

“그냥 돌아다니기만 해라? 제가 누군지 잊으셨습니까? 난 도둑놈입니다.”


한두 번 들어본 말이 아니라는 듯 그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단지, 처음과 다름없는 무뚝뚝한 말투로 “알아. 도둑놈.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네 정신 건강에 좋을 거야.” 하며 낯선 서류 하나를 툭 던졌다. 그렇게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본 적도 없는 낯선 마을에 낯선 이란 이름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


“진짜 미쳐버리겠군.”


낯선 마을로 들어온 지 며칠이 지나지도 않아서, 나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네 정신 건강에 좋을 거라는 그의 말이 이해했다. 이 마을은 정말 미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마을이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올바른 정신 상태를 가지고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곳이었다.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해맑았다. 그런데 뭐가 문제냐고? 맑아도 지나치게 맑은 것이 문제였다. 맨 처음 마을 사람들을 접했을 때, 그들이 나에게 아무런 거부감을 가지지 않는 것을 보고 험상궂은 내 모습에 두려움을 느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집에 허락 없이 들어가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귀중품을 들고 나와도 별말을 하지 않는다. 방금 만들어 놓은 수십 개의 빵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도 빵집 양반은 허허 실없는 웃음만 지었다. 심지어 새벽녘 아무 집에나 들어가서 “나 자고 싶으니 나가시오.” 해도 이들은 군말 없이 자신의 잠자리를 내어주었다. 아마 옛 친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면, 나는 단박에 정신병원에 갇히고 말았을 것이다.


이곳에 온 지 한 달이 지나갈 무렵 드디어 내 인내심이 폭발하고 말았다. 꿀처럼 달콤한 제안이든 키스처럼 매혹적인 제안이든 그게 뭐든지 간에 그냥 다 때려치우고 싶었다. 차라리 감옥 안에 갇혀 있는 것이 낫지 여기는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래. 가자. 여길 떠나자, 미쳐버리기 전에 이곳을 벗어나자.”


그렇게 결정하자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나는 서둘러 북쪽 관청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그녀가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이.


이 세상에 천사가 존재한다면 바로 그녀와 같을까? 아니다. 하늘의 천사가 내려온다고 한들 그녀보다 아름다울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나를 향해 눈부신 웃음을 옅은 바람과 함께 날려 보내는 그녀에게서 나는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그녀의 모든 행동이 느린 동작으로 한 폭의 그림처럼 눈앞에 뿌려졌다. 그녀의 발걸음을 따라 내 발걸음도 서서히 움직였다. 그때부터 나는 그녀의 뒤를 소리 없이 따라다녔다.


***


“잘했네. 아주 잘했어. 이제 자넨 자유일세, 거기에 집 한 채 마련할 현금도 준비해 두었네. 떠날 때 가지고 가게.”


그는 만족한 미소를 띠고 이제야 한숨 놓인다는 표정으로 철퍼덕 자리에 앉았다. 나는 한참을 머뭇거린 끝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그녀? 아아, 자네한테 쫓겨서 우리 마을로 건너온? 걱정하지 말게. 자네가 만날 일은 없을 테니. 자네를 향해 소리 지르는 일은 다시는 없을 거란 말일세.”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그가 주절주절 묻지도 않은 말을 늘어놓지 시작했다.


“벌써 몇 년째 실패만 했었지. 이번에도 실패하면 좌천될 뻔했어. 역시 내 눈은 정확했지. 자네를 보낸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어.”


나는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냐며 멍한 눈으로 그에게 물었다.


“자네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 이봐, 우린 오래전부터 그 마을로 사람을 보냈지. 자네도 알다시피, 그 마을은 우리의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유일한 곳이 아니던가? 우리의 위대한 대왕께서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유일한 곳. 왕께서는 그곳을 그분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어. 그런데 그들의 성벽이 너무도 단단해서 도저히 뚫을 수가 없더군. 참 많이도 실패했다네. 그들에게 보낸 이들 중 반 이상은 그 마을 주민이 되어버렸고, 나머지 반은 반미치광이가 되어 허겁지겁 도망쳐 나왔으니깐 말일세. 자네가 쫓아낸 그녀는 정말 몇십 년 만의 수확이라네. 우리의 위대한 대왕께서도 아주 기뻐하셨어. 자네에게 큰 포상을 내리라고 몇 번이나 말씀을 하셨는지 몰라.”


그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나는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북쪽 관청 지붕 위에서 마지막으로 본 그녀의 겁에 질린 얼굴이 머릿속을 휘저으며, 씁쓸한 감정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정말 아무 짓도 안 했다. 단지, 그녀를 지켜본 것밖에는 없었는데. 그녀의 아름다운 미소를 보고 싶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는데. 그 마을이라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분명히 가능했을 것이다. 나 같은 놈도 사랑받으면서, 살 수 있었을 텐데.


그녀를 험한 세상으로 밀어냈다는 죄책감이 온몸을 휘어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스산한 바람에 몸을 떨며, 나는 두 손에 들린 무거운 현금 뭉치를 내려다보았다.


평생을 도둑질해도 가질 수 없는 돈. 나는 이 돈을 가지고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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