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04년 겨울이었습니다. 그 해는 회사가 바빠서 여름에 휴가를 가지 못했습니다. 아내도 아이도 무척이나 섭섭해했었죠. 특히, 우리 민우는, 아, 민우는 제 아들입니다. 여름방학에 해외로 놀러 갔다 온 친구들 이야기를 하며 부러워했었어요. 그래서 큰맘 먹고 겨울에 휴가를 냈습니다. 우리는 인도네시아로 갔습니다. 바쁜 와중에 낸 휴가였지만, 민우의 웃음과 아내의 미소에 그동안 쌓인 피곤이 싹 가시더군요. 민우의 미소가 잊히질 않는군요.
눈이 부시도록 푸른 하늘과 맑은 날씨, 그리고 여행이 주는 해방감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습니다. 정말 너무나 완벽한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 완벽해서 불안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왜 그때는 눈치채지 못했을까요. 눈칫밥 먹고 산지가 몇십 년인데, 왜 하필 그날만 멍청이가 되었을까요?
오랜만의 여행에 민우는 들떠 있었습니다. 정말 한시도 쉬지 않고 놀아달라고 보채더군요. 안 쓰던 생떼까지 쓰며 징징거렸습니다. 민우가 점점 귀찮아졌습니다. 그래서 심장을 기이하게 간질이던 불안한 느낌에도 민우와 산책을 다녀오겠다는 아내를 잡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현명한 여자였습니다. 주말도 쉬지 못하고 일만 했던 나를 위해 잠시라도 쉴 수 있게 데리고 나가 준 거였죠. 아내는 언제나 나를 배려했습니다.
아내랑 민우가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랐습니다. 놀란 마음에 건물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바닷가에서 쓰나미, 당시에는 쓰나미가 뭔지도 몰랐습니다. 하여튼 바닷가에서 난리가 났다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내가 바닷가로 산책하러 간다는 말이 번득 떠오르더군요. 아내와 민우가 있는 곳을 향해 무작정 뛰어갔습니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나는 뛰는 걸 멈출 수 없었습니다. 멈추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질 거 같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나는 나 자신도 구할 수 없었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땐 모든 걸 다 잃은 후였습니다. 아내와 하나밖에 없는 내 아들 민우 그리고 두 눈까지.
“그럼 지금은 한쪽 눈은 보이는 건가요?”
“아니요. 양쪽 다 보입니다.”
“그런데 왜 한쪽에만 안대를 하신 건가요?”
한국으로 이송된 나는 붕대로 눈을 가린 채 한 달을 병원에서 보냈습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평생 볼 수 없기를 바랐습니다. 사랑하는 아내도 그리고 내 아이 민우의 얼굴도 더는 볼 수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정말 다행입니다. 처음엔 좀 흔들리고 흐릿하게 보이겠지만, 점점 선명해질 겁니다. 시력을 잃지 않아서 정말 다행입니다.” 의사에 말에 괴로웠습니다. 나만 살아온 것도 미칠 것 같은데, 두 눈까지 멀쩡하다니요. 죄책감에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의사가 천천히 두 눈에 감겨 있던 붕대를 풀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마주한 빛에 처음에는 눈을 뜰 수가 없었습니다. 눈을 감은 채로 햇살이 들어오는 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형형색색의 빛이 비쳐오더군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괴로움도 죄책감도 그 순간에는 사라졌습니다. 어둠이 가득했던 세상에 빛이 들어오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아마 시력을 찾지 못했다면, 저는 살 수 없었을 거라는 걸요.
“그럼 안대를 한 눈은 다시 시력이 떨어진 건가요?”
“아니요. 가린 눈이 시력이 더 좋습니다.”
병원을 퇴원하고, 정말 무기력한 삶을 이어갔습니다. 시골에서 올라오신 어머니를 억지로 내려 보내고, 살아 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그냥 그렇게 살아갔습니다. 정말 죽지 못해 살았습니다. 집을 처분하고 작은 원룸에 들어갔습니다. 아내와 민우의 흔적이 남아 있는 집을 처분할 때는 심장을 칼로 도려내는 기분이었습니다. 주말도 쉬지도 않고 일해서 힘겹게 얻은 집이었는데, 이사하는 날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아내와 민우가 없는 그 집은 이제 나에게 아무 의미가 없었습니다. 틈만 나면 쓸고 닦고 한 집이었는데, 집에 있으면 화가 났습니다. 겨우 이깟 집 하나 얻으려고 주말에 놀러 가자는 민우의 약속을 몇 번이나 어겼는지 모릅니다. 겨우 이까짓 집하나 때문에.
폐인이나 다름없이 살았습니다. 그래도 삶에 대한 미련은 남았는지 회사는 다녔습니다. 더는 먹여 살여야 할 사람도 없는데, 꾸역꾸역 나가서 일했습니다. 그리고 예전보다 더 미친 듯이 일했습니다. 회사 동료 중 한 명이 내게 그러더군요. 눈동자가 살아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고요.
그런 내 모습을 안타깝게 보셨는지, 어느 날은 부장님이 다른 사람이 가기로 한 파키스탄 출장을 나에게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당시 기계처럼 일만 했던 나는 부장님의 말에 그저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2005년 파키스탄으로 향했습니다. 또다시 끔찍한 악몽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지도 모르고요.
- 무슨 일이죠?
- 지진입니다. 지진.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야 해요.
현지 가이드의 다급한 목소리에 이것저것 챙길 겨를도 없이 황급히 호텔을 빠져나왔습니다. 거리는 이미 몰려나온 사람들도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죠. 어찌할 바를 몰라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황당했습니다. 또다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다니. 그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순간, 가이드가 멍하니 있던 저를 끌어당기며 외쳤습니다.
- 건물에서 떨어지세요.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머리 위로 유리조각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습니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고 숨도 안 쉬고 뛰었습니다. 본능이란 놈이 참 무섭더군요. 언제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정작 죽음이 코앞으로 다가오니, 저절로 몸이 움직이더군요. 검붉은 피로 물들어 있는 손등과 양팔을 보고 머리가 핑 돌았습니다. 서둘러 양팔이 멀쩡한지, 손가락은 잘리지 않았는지 살폈습니다. 크게 다치지 않은 것을 보고 안도감에 ‘허허’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이 어이가 없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펑펑 울었습니다. 아내와 민우의 장례를 치르면서도 보이지 않았던 눈물을 그날 다 쏟아낸 거 같습니다.
왜 그렇게 울었느냐고요?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뭐가 그렇게 서러웠는지. 그 후 피해 지역과 떨어진 병원에서 간단히 응급처치를 받았습니다. 응급처치를 받으며, 나는 나도 모르게 혼잣말로 "인도네시아에서 죽었어야 했는데, 혼자 살아남아 이렇게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계속 휩싸이는 건가? 난 죽을 운명인 건가?"라고 중얼거렸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가이드가 덤덤한 말투로 제게 그러더군요. “죽을 운명이면 벌써 죽었겠죠. 그런데 이렇게 사셨잖아요. 그래도 저희가 있던 곳은 피해가 덜했기에 망정이지 다른 곳은 사상자가 장난 아니라고 하네요.” 씁쓸할 표정으로 나의 등을 툭툭 쳤습니다. 나중에 뉴스로 접하니 사상자가 몇 만 명이라고 하더군요.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모든 일정이 취소되어서 할 일이 없어진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처음 묵었던 호텔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짐을 다 두고 나와서 혹시 건질 수 있는 게 있는지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가이드가 반대를 했습니다.
- 아마 어떤 것도 찾기 어려울 거예요. 그리고 가면 힘드실 텐데.
- 다른 건 몰라도 아내랑 아이 사진은 찾고 싶어서요. 마지막으로 셋이 같이 찍은 사진이라서요.
가이드는 내 말에 더는 반대하지 않고 차를 가지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덜컹거리는 길을 힘겹게 운전하며 호텔로 향했습니다. 처음 이곳을 지날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도로는 차가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게 망가져 있었습니다.
- 여기부터는 걸어갈까요? 차로 이동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나와 가이드는 망가진 차도를 뒤로하고, 낮은 나무들이 양옆으로 자라고 있는 오솔길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 그런데 여긴 피해가 별로 없어 보이네요.
- 네?
내 말에 깜짝 놀라는 가이드의 반응이 이상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다른 곳에 비해 확실하게 피해가 없어 보였거든요. 그렇게 한참을 걸어가는데, 저 멀리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있는 것이 보이더군요. 가까이 다가가니 다들 슬픈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내가 방금 빠져나온 오솔길의 끝자락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나는 의아해서 물었습니다.
- 저들이 왜 울고 있는 거죠?
-그야 저 건물 안에 가족이나 아는 사람들이 살고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가이드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거긴 그냥 나무로 둘러싸인 평범한 길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상했습니다. 내가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으려니, 가이드가 이상한 듯 나를 쳐다보더군요.
“그때부터였습니다. 제가 오른쪽 눈을 가리기 시작한 것이.”
“지금 정태 씨 말씀은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이 서로 다른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말인가요?”
“네. 선생님도 믿기 어려우시겠죠. 다들 그랬으니까요.”
“그럼, 그때 가려진 눈으로 본 세상은 어떤 세상이었습니까?”
나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사람들이 쳐다보는 쪽을 손가락질하며 “그러니깐 저기에 뭐가 있는데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세상이 뒤집어졌습니다. 그때 충격받은 걸 생각하니, 지금도 온몸이 떨려오는군요. 방금 전까지 보이던 평범한 오솔길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곳엔 무너진 건물의 잔해들이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잔해 속에 서 얼핏 얼핏 보이는 옷 조각들을 보는 순간 난 온몸에 마비가 온 것처럼 굳어져 꼼짝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 오른쪽 눈이 재앙을 보는 눈이군요. 그래서 가리셨군요.”
“아닙니다. 재앙을 보는 눈은 왼쪽 눈입니다.”
“네?”
“아마, 제 말이 이해가 안 되실 겁니다. 그런데 선생님도 저였으면 분명히 오른쪽 눈을 가리셨을 겁니다.”
내 두 눈은 평상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큰 사건·사고만 마주하면 서로 다른 장면을 보여주었습니다. 처음엔 끔찍한 장면을 보여주는 왼쪽 눈을 가리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난 오른쪽 눈을 가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왼쪽 눈이 보여주는 세상만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과 다른 세상을 보면서 살아갈 수는 없었으니까요. 나는 그들과 같은 세상 속에 사는 것을 택했습니다.
“그런데 뭐가 문제인가요?”
“왼쪽 눈의 시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 번은 세상이 흐릿하게 보여 길을 가다가 쓰러질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병원이란 병원은 다 찾아다녔습니다. 병원뿐만 아니라 무당이며 알 수 없는 기로 사람을 고친다는 곳까지 안 가본 곳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저한테까지 오셨군요.”
“병원에선 일종의 정신병이라고 하더군요. 아내와 아이를 잃은 충격과 목숨을 잃을 뻔한 상황을 연달아 겪어서 생긴 일시적인 장애로 진단을 내리더군요. 그런데 선생님, 이런 일이 생긴 지 벌써 6년째입니다. 그리고 얼마 전 겪은 일로 저는 더 이상은 이런 상태로 살 수 없다고 결심했습니다.”
2011년 파키스탄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해외여행을 준비했습니다. 일본에 사는 친한 지인의 초대로 난 또다시 그 참혹한 경험을 겪기 위해 아무 생각 없이 그곳으로 날아갔습니다.
- 뭐야. 설마 지진은 아니겠지? 정말 미쳐버리겠군.
점심을 막 먹고 거리로 나서는 길이었습니다.
-모두 피해!!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습니다. 파키스탄의 악몽이 떠올라서, 난 죽을힘을 다해 건물이 없는 곳으로 뛰어갔습니다. 나를 초대한 형과 함께 뛰었습니다. 점심을 먹으면서, 형이 반 농담으로 ‘너 지진 몰고 온 건 아니지.’라고 했었는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런 일이 생기다니. 진짜 내가 지진을 몰고 다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바닷가가 아니었고, 높은 건물이 있던 곳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기에 나와 형은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땅바닥에 엎드려서 고개를 숙이고 기다렸습니다. 몇 차례의 여진이 지나간 후, 나와 형은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살폈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나의 왼쪽 눈은 지진의 남기고 간 재해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와 피범벅 되어 거리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 그 모습에 울부짖는 어느 아주머니의 목소리까지, 그 모든 것이 내 머릿속을 휘저으며 심한 두통과 함께 나를 공황 상태에 빠트렸습니다.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고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엎드려 있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갑자기 내 두 손이 저절로 움직여서는, 오른쪽 눈에서 안대를 벗겨 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세상을 바라보았습니다.
아, 일본이 원래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나? 깨끗하고 정갈한 거리에 수줍게 하하 호호 웃고 있는 사람들, 작고 아기자기한 길거리 상점에선 여행객들의 흥정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근처에 바다가 있는지, 시원한 바닷바람이 머리카락을 휘날렸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 눈부신 햇살, 모든 것이 평화롭고 아름다웠습니다. 나는 내 발밑을 간질이는 작은 꽃 하나를 주어 올렸습니다. 그리고 코끝으로 가져갔습니다. 향긋한 봄 내음을 맡고 싶었습니다.
- 야, 이 정태. 정신 차려. 이런 미친놈. 죽고 싶어서 그래?
내 뺨을 있는 힘껏 때린 형이 두 볼이 벌게진 채 내 멱살을 잡고 흔들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처음 봤던 아비규환의 현장 한가운데 난 그대로 서 있더군요. 그런데 손에서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시선을 내려 바라본 오른손에 커다란 유리조각 하나가 들려 있었습니다.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내 손바닥은 피로 범벅이 돼있었습니다.
“선생님, 저는 오른쪽 눈이 보는 세상을 없애고 싶습니다. 두 눈 다 왼쪽 눈이 보는 세상을 볼 수 있게 해 주세요.”
“최면으로 환상에 시달리는 많은 이들을 치료하고 있긴 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서. 그런데 정태 씨는 지금 본인이 겪고 있는 일이 환상이 아니라고 확신하십니까?”
“네. 절대 환상이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환상이었다면 이렇게 찾아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부터 치료를 시작해보도록 하지요.”
***
“십자가가 좀 특이하군요.”
“네. 우리 아이가 하고 있던 것입니다. 매일 같이 목에 걸고 다녔었는데, 그날은 두고 나갔더군요.”
“정말 정교한 목걸이네요.”
“네. 아버님께서 천주교 신자셨습니다. 돌아가시기 직전에 아이에게 물려주신 거죠. 솔직히 처음엔 아이가 이 목걸이를 좋아하지 않았답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을 보기가 불편하다고요.”
“예쁜 마음을 가진 아이였군요.”
“네. 그랬죠.”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마음을 편안히 하고, 온몸의 피로를 풀어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곧 정태 씨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출발할 것입니다. 마음속에 있는 온갖 의심과 의혹을 떨쳐버리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빛을 향해 나아가길 바랍니다. 자, 어떤 것이 보이십니까?”
“음, 두 세상이 보입니다.”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아, 아, 아름답습니다. 모든 것이 빛으로 둘러싸여 있어요. 사람들이 행복해합니다. 사랑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반대편은 어둡습니다. 다들 우울한 표정이군요. 모든 것들이 지쳐 보입니다. 불행이 가득합니다.”
“자, 그럼 그 두 세상 중 보고자 하는 세상은 어떤 세상입니까?”
“당연히 아름다운 오른쪽 세상이죠.”
“그런데 왜 왼쪽 눈으로 보는 세상만 보고자 하십니까?”
“오른쪽 세상은 저만 볼 수 있습니다. 다들 왼쪽 세상을 보고 있어요. 괴롭습니다. 저 아름다움을 다른 사람들과 같이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당신이 원하는 것은 왼쪽 세상만을 보는 게 맞지요?”
“맞습니다. 그런데. 머리가 갑자기 머리가 아픕니다.”
“자, 자, 마음을 편하게 내려놓으세요. 제가 하나, 둘, 셋 하면 당신을 괴롭히는 것에서 벗어납니다. 자, 하나, 둘, 셋!”
“십자가가 보입니다.”
“십자가요?”
“네. 그런데 십자가가 살짝 옆으로 뉘어져 있군요.”
“그게 무슨 말이죠?”
“두 세상을 사이에 두고 십자가가 엑스자 모양으로 걸쳐져 있습니다. 아, 그래서 사람들이 서로의 세상으로 건너갈 수가 없구나.”
“네?”
“엑스로 된 십자가가 서로의 세상에 걸쳐져 있습니다. 서로의 세상으로 갈 수 없도록 방해하는군요.”
“그럼 십자가를 바로 놓으면 두 세상이 하나로 연결될까요?”
“바로 놓는다고 해도 십자가의 가운데 부분이 막혀서 통과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한번 시도해 보죠. 자, 정태 씨, 한번 제대로 걸쳐 놓고 다리를 건너가 볼까요?”
“....”
"정태 씨?"
“아, 놀랍군요!!”
“네?”
“솔직히 좀 의심스러웠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없었다면 건너갈 생각은 절대 하지 않았을 겁니다. 중간쯤 왔을 때는 포기하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막혀 있지 않았어요. 십자가의 가운데 부분에 커다란 문이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십자가를 제대로 맞추어 두 세상 사이에 다리를 놓았습니다. 십자가 다리군요. 그리고 한쪽 세상에서 다른 쪽 세상으로 걸어보았습니다. 중간에 막혀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문이 있었습니다. 열려 있어요. 정말 아름다운 문입니다. 아, 그렇군요. 그래서 내 두 눈은 서로 다른 세상을 봤던 거군요.”
“정태 씨, 무엇을 안 건가요?”
“제가 오른쪽으로 보는 세상을 없애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저처럼 양쪽을 다 보는 사람들이 없다면, 왼쪽 세상에 있는 사람들은 평생 우울하고 어두운 세상에서 오른쪽 세상이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살아갈 테니까요.”
“그럼 이제 깨어나 볼까요? 자, 하나 둘 셋 하면 일어납니다. 하나, 둘, 셋”
“...”
“정태 씨,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히 알았습니다. "
정태는 입가에 편안한 미소를 띤 채 말을 이었다.
"십자가 다리. 제가 그 다리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요. 그리고 민우, 내 아들 민우가 다리 위에 서 있었습니다. 저를 향해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전 그 아이만을 바라보며 걸어가면 될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