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짧은 이야기(꿈을 꾸다)

by 윤다서영

그가 나를 때리기 시작했다. 나는 몸을 웅크린 채, 한참을 맞고만 있었다. 죽을 만큼 아팠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때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잠시 후, 그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잠시 주먹을 내렸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꼭꼭 숨겨두었던 몽둥이를 재빠르게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를 향해 세차게 내리쳤다.


형을 죽인 자. 그리고 나를 죽이려 한 자.


거대한 공포가 바닥으로 쓰러진다. 그의 얼굴 주위로 검붉은 피 웅덩이가 생겨났다.


그는 죽은 것인가?


나는 움직이지 않는 몸을 간신히 일으켜 세웠다. 손에 묻은 검은 피가 새하얀 벽을 더럽힌다. 고개를 드니 창 밖으로 눈 부신 태양이 밝게 빛나고 있다.


그는 정말 죽은 것인가?


잠시 후, 낯선 이들이 내 옆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그의 머리카락을 잡고는 질질 끌고 어디론가로 향한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그들을 따라서 어느 낯선 건물 안쪽으로 들어선 순간, 그들은 자신들의 손에 잡혀 있던 그의 머리카락을 싹둑 잘랐다. 그리고 작은 상자 안에 그를 욱여넣는다. 그는 어떻게 되는 거지? 순간 든 궁금증에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잠시 머뭇거리던 낯선 이들이 답한다.

“다시는 태어나지 못할 겁니다.”

“그럼 나는 어찌 되나요? 나 역시 다시 태어나지 못하는 건가요?”


형의 복수를 마쳤으니, 다시 태어나지 못해도 상관없다. 낯선 이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끄러미 나를 쳐다본다. 왜 자신들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나는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건가?


작은 상자 안에 몸이 구겨져서 들어가 있는 그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초점이 보이지 않는다. 예전에 내가 알던 그가 아니다. 초라하고 비참한 모습. 이제 더 이상 그를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 그의 영혼은 영원히 작은 상자 안에 갇혀버렸으니까.


나의 복수는 이렇게 끝이 났다.

이전 09화당신의 이름을 꽃잎 하나에 영롱하게 새기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