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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란

엄마가 남긴 편지

by 박수경

"글을 쓴다는 건 뭘까? 엄마도 틈만 나면 멀리 떨어진 이들에게 편지를 쓰곤 했잖아. 독백 같은 엄마의 글에서 내가 읽어낸 건 온통 그리움이었어."

_엄마가 남긴 편지, 『그렇게 우리는 문장이 되었다』


그리움, 온통 그리움으로 물든 시간들이었다.


롤랑 바르트는 “글쓰기란 사랑하는 사람을 불멸화하는 일”이라고 했지요.

『듣기의 말들』 저자 박총 작가님께서 서문에 남긴 이 말을 미리보기로 볼 수 있는데요. 글을 쓸 때는 몰랐어요. 그런데 그리움을 풀어내고 나니, 내가 기억하는 엄마, 하늘로 떠난 지 벌써 30년도 더 된 엄마가 제 글 속에서 다시 살아 계시더라고요.

그렇구나, 글은 사랑하는 대상을 불멸화하는 일이구나. 그만큼, 그리움의 종지부를 찍으며 살아내는 삶, 그 삶을 견디게 해 준 글쓰기와 책읽기가 내게는 처방약이었구나, 알게 되었답니다.

서문 한 쪽을 쓰는 일, 문장 하나를 짓는 일이 참으로 삶을 갈아내야 나오는 일이란 것도 배웠고요.


“슬픔이 닥치면 너무 막막하여 땅이라도 뚫고 들어가고 싶다.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아예 사라진다. 다행히 내게 두 눈이 있어 글자를 안다. 책 한 권을 들고 읽기 시작하면 모든 게 바뀐다. 무너졌던 마음이 곧바로 안정을 찾는다.”

인생의 폭정이 심해질수록 독서가 사치로 느껴지겠지만, 향유 옥합을 낭비한 여인처럼 이런 사치라면 기꺼이 부려야 합니다. "


이덕무_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


이덕무의 이 처방이 제게는 다독임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떤 책은, 단 한 문장을 찾기 위해 펼쳐 보기도 해요. 책을 덮고 한 문장을 찾았을 때의 그 환희란!


제가 함께 지은 이 책이, 누군가의 인생 한 구절을 책 귀퉁이에서 발견하게 해 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극히 평범하고 무명한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며 그리움을 담아낸 이야기들.

담백한 나눔 속에서 누군가의 삶과 공명되어 울림이 될 수 있다면, 책이 역할을 다한거겠지요?


저도 이번주 금요일이 되어야 손에 받아볼 수 있는데, 어서 받고 싶어집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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