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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쉬킨의 눈보라

여름휴가 기간으로 강제 휴식합니다

by 박수경

아무것도 쓰지 않으면 고칠 수 없다.

금요일마다 연재 중인 육 남매 엄마입니다.^^

푸쉬킨의 "눈보라" 책을 들고 카페에 앉아 커피를 한 잔

오래 마시며 글 쓰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눈보라의 이야기는 대략 이렇습니다.


『눈보라』는 푸쉬킨의 단편 소설로, 사랑과 운명의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

눈보라가 휘몰아친 어느 밤, 사랑하는 여인과 약속한 결혼식장에 나타나지 못한 청년은 결국 사랑을 이루지 못한 채 전쟁터로 떠나 전사한다.

그날, 신랑 대신 결혼서약을 해버린 또 다른 남자. 그는 황급히 자리를 떠나고, 여인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슬픔 속에서 세월을 보낸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 우연히 만난 한 남자에게 그녀는 끌리고, 서로에게 마음을 연다.

그리고 마침내 알게 된다.

그 남자가 바로, 그날 눈보라 속에서 얼떨결에 신랑이 되어버린 사람이라는 것을요.


소설이니 가능한 이야기겠거니 하다가 문득 우리가 알 수 없는 많은 어긋남과 계획이 틀어짐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건 사고로 비켜나며 살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싶더라고요. 불안이 많은 제게 무턱대고 쉴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도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는 힘일지 모르겠습니다. 제 짧은 글들이 누군가에게 영감을 남기고 휘몰아치는 눈보라가 되어 주길 소원해 봅니다.


푸쉬킨의 우리가 정말 잘 아는 시 한 편을 읊조려 봅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А. С. Пушкин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우울한 날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언제나 슬픈 법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고 나면 그리움이 되리니


눈보라 단편을 읽고 카페에서 나와 길을 걷다 보니

작은 소규모의 전시를 하고 있어 들어가 보았습니다.

유리공예, 도자기공예 작품들을 보았습니다.

나뭇잎으로 된 핑크색 유리 조각과 초록색 유리조각으로 만든 작품을 보면서 판매도 가능해 가만히 보았습니다. 두 가지가 보색대비 걸려 있으니 아름다움이 더 증폭되는 게 아닐까 싶어 제 눈을 기준으로 손바닥으로 가려 따로따로 보면서 만약 구입한다면 무엇이 우리 집에 잘 어울릴지를 고민해 보았답니다. 쉽지 않더라고요.


함께 있으니 아름다움이 증폭되는 것이 세상에는 많구나 싶었습니다. 뜻밖의 휴식을 취하러 간 그곳에서

함께 나란히 걷고 있는 창작되는 모든 작품들 의미가 있다는 것을, 오늘 글을 쓰고 있는 단 한 줄 단 한 문장의 가치는 시간을 오롯이 내고 다듬은 한 조각이라는 것을 서로 자신이 쓴 글을 찬미해 보면 좋겠습니다.^^


글 쓰는 것도 곧 노동이니 연일 폭염에 방학한

아이들 까지 쉬엄쉬엄 가보겠습니다. 더불어 여름을

충분히 낭비하고 낭비한 뒤에 만나요.

제가 좋아하는 시 한 편 살포시 띄우고 갑니다.

글 쓰는 모든 분들 편안한 휴가기간 보내시고요. ^^


글 쓰는 것도 엄청난 정신노동이라는 것을 기억해

한 번씩 쉬어가며 재충전하시길 브런치 작가님들 건강한 여름 나시길 바랄게요. ^^


거룩한 낭비.

이 휘황한 물질적 낙원에서

하느님

당신은 도무지

소용없고

소용없고

소용없는

분이시니

내 어찌

흔해빠진

공기를 낭비하듯

꽃향기를 낭비하듯

당신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고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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