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보호자의 입장으로 변신한 전직 간호사
혼란한 마음으로 미친 듯이 차를 달려 날아가고 있는데 (사실 나는 속도광입니다..)
집에 도착했는지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어, 누나! 나 누나집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한데?
형 거의 까무러치기 직전이야. 내가 지금 뭐부터 해야 하지?
-일단 지금 상황 정확히 말해봐. (동생은 경찰이다. 아마 상황보고로 들렸을것이다.)
-형이 열이 엄청나 누나. 지금 조금 만졌는데도 이마가 너무 뜨겁고
머리가 너무 아프다고 얘기해. 형, 옷 입으세요 우리 병원 가요. (옷을 입히는 듯한 소리)
누나 내가 챙겨가야 할 게 있을까?
-열이 난다고?.. 하.. 일단 W야. 형 방에 들어가면 얼마 전에 병원에서 머리를 찍었던 영상기록이 있어. CD를 일단 챙겨. (마침 교통사고가 난 적이 있어서 머리를 찍은 기록이 있었다)
그리고 마스크., 첫 번째 서랍에 있거든? 형하고 너하고 마스크 꼭 끼고. B병원 응급실로 가주라.
그리고 며칠 전부터 계속 구토가 심했거든. 비닐봉지 하나 꼭 챙겨가. 가는 길에 토할 수도 있어.
그리고 누나도 바로 병원으로 방향 틀게. 상태 물어보면 누나한테 그냥 전화 줘.
-네 알겠습니다. (동생은 경찰이다 2 각잡고 대답했다.)
열이 난다고? 이제는 열이???
2주 정도 전. 구토와 깨질 듯한 두통을 호소할 때 사실 뇌수막염 아니야? 하고 언뜻 생각이 들어 몇 번 검색을 해봤으나 (나는 신경 쪽 과에서 일했던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케이스나 증상을 자세히 모르고 대략만 안다.)
당시에는 열도 안 나고.. 또 뇌수막염 같은 경우에 뇌척수액을 뽑아서 검사를 해야 더 정확히 알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안 그래도 병원을 겁나게 싫어하는 이 분께 자 뇌척수액 검사를 해보자^o^를 해볼 수는 없었다.
열이 난다라.. 아무리 생각해도 뇌수막염 맞는 것 같긴 한데, 아 잘 모르겠다..
운전을 하는데 너무 서러워져서 자꾸 눈물이 나왔다.
신경과에서 일했던 B병원 간호사 동생 J에게 전화를 걸었다.
요 며칠간 남편의 상태 때문에 안 그래도 전화로 푸념을 너무 많이 해왔기에 그녀는 상황을 금방 이해했다.
J도 차라리 응급실로 가는 게 낫다고 말을 했다.
-언니. 정신 차려. 울지 말고. 일단 검사를 해봐야 알지.
아는 목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놓였다. 좋아 정신 단디 차리자.
곧이어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누나! 나 도착했는데. 형 열이 너무 많이 난대. 그래서 코로나 검사를 해서 결과가 나와야 병원에 들어갈 수 있대.
-열이 몇 도인데?
-지금은 37.8도 정도 되나 봐.
-코로나 검사 결과는 지금 검사하면 언제 나온다는데?
- 내일 나온다는데?
-형 지금 상태는 어때? 형 목구멍 아프거나 하는 증상이 있냐고 물어봐. 감기 증상 같은 거 있냐고.
-형? 형! (흔들어 깨우는 소리) 누나 근데 형 아예 정신을 못 차려. 오는 길에도 헛소리하고 엄청 토했어.
봉지를 가져가길 진짜 잘했어! (이 와중에 준비성에 칭찬을 받았다)
형(마구 흔드는 소리) 목이!!! 아프세요?????!!!!!! 형!!!! 감기 증상 있냐고 누나가 물어보래요 형!!!!!!!!
(없어.. 하는 힘없는 소리가 조그맣게 들렸다)
너무 속상했다. 이새ㄲ가...... 진작 병원 가잘때 갔으면.... 열 안 날 때 갔었어야 했는데....
하.. 그렇지만 분명 증상은 코로나 증상이라고 하기에는 다른 증상이 너무나 생생했기에 코로나가 아님을 확신했다.
동생에게 거기 계신 분 아무나 전화로 바꿔달라고 했다.
전화를 바꾼 그분은 코로나 검사를 하게 되면 하루 방치(로 들렸다)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과부가 되고 싶지 않음을. 최선을 다해 피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네 여보세요 네네 제가 배우자입니다. 지금 가는 중인데요.. 제가 간호사였는데요,, (일부러 말해봤다)
아 네네 그럼요. 물론 코로나라는 위험을 배제할 수는 없죠. 위험한 상황이죠 네네.. 며칠 전부터 두통과 구토가 너무너무 심했고 열 증상을 호소한 건 오늘 아침부터에요. 어제까지는 열이 없었어요.
인후통 증상이나 감기 증상은 그전에 호소한 적 전혀 없고 지금도 감기 관련된 증상은 전혀 없습니다.
아유 네네 알죠네. 남편이 이렇게 헛소리를 할 정도로 아프지는 않았는데요 선생님. 네네
선별 진료소에서 하루를 아무것도 안 하는 채로 결과만을 기다리며 있을 수는 없습니다..
구토가 시작되면 물 한입도 아예 들어가지도 않고 위액까지 토하는데 (진짜다) 절대 못 들어간다면 진찰만이라도 밖에서 받고요,, 수액만이라도 맞고 싶은데요 네네
두통이 있을 때 온갖 진통제를 먹었지만 또 잘 안들어서요.. 먹는약 말고 IV(혈액으로 놓는 주사. 먹는 경구약보다 효과가 빠르다)로 혹시 안될까요. 타이레놀은 또 이사람이 잘 안듣더라구요.. (또 이분은 몇 가지 진통제 성분에 알레르기가 있어서 먹을 수 있는 종류도 한정적이시다..) 하.. 네 환자받는데 힘드신거 알죠 네네..
뭐.. 어쨌든 최선을 다해서. 말을 했다. (경황없이 조금 울먹거렸다.)
선별 진료소에 계신 분은 한숨을 내쉬며 다른 분께 이러저러 이야기했고, 곧이어 동생이 옮겨 받았다.
- 누나 다시 전화할게!
그리고 다시 전화
-누나! 응급실 안으로 들어왔어!
(!갑자기 내마음이 환해짐을 느꼈다ㅜㅜ)
-그래? W야. 혹시 모르니까, 형 마스크 절대 벗기지 마. 코 위까지 꼭 씌우고, 너도 마스크 절대 벗지 마.
그리고 상태 물어보는 의료진 오시면 누나한테 다시 전화 연결해줘. 누나 10분 후 도착이야!
다행이다. 과부 신세는 면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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