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로 Jun 30. 2020

남편이 쓰러졌다 4

나 좀 화나는데 이거 이상해?


 잊지 못할 일요일이었다.  

 하루는 너무 길었다.

 그리고 다시 월요일은 돌아왔고..



 새벽녘 즈음에는 열도 다 내렸고, 통증 호소도 멎었다.


남편은 가느다랗게 눈을 뜨더니  “아 이제야 머리가 안 아파서 살겠네!”  라며 희미하게 웃었다.


밤새 중간중간 진통해열제 주사도 맞았으니 당연히 지금 안 아프지..

(먹는 약보다 주사제가 훨씬 효과가 빠르다)



어쨌든 응급? 상황은 좀 지난 것처럼 보였다


갑작스러워 휴가를 내지 못한 나는 (내 일은 대체자가 있어야 한다.)


그래도 보호자 한 명은 꼭 있어야 할 것 같아 동생에게 남편 옆에 있어달라 부탁을 했다.


마침 동생은 마침 월요일에 휴가를 내놓은 상태였다. (생일이었다ㅠㅠ Birthday boy)


.

.



오후 세시. 급한 일이 마무리되었다.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은 괜찮아? 별일 없니?”


“어 누나 별일은 없는데- 형 방 옮겼어!”


왜인지 이 녀석, 짜증이 잔뜩 나있었다.


“누나, 형 코로나 검사했거든?”


“아.. 그래? 열 떨어졌는데 코로나 검사를  왜 했지..?  뭐 여하튼.. 입원절차인가..?  그런데 왜 화가 났어?”


동생은 씩씩거리더니 목소리가 높아져서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대충 들어보니 사건은 이러했다.


남편은 상태는 괜찮아졌지만 조금 멍해져 있는 상태였단다. 밤새 아팠고 아무것도 못 먹었으니 힘도 없고, 뭐 그랬겠지..


동생이 잠깐 매점에 다녀왔는데.  한 흰색 가운 입은 사람이 남편 코를 찌르고 있더란다. (아마 인턴.)


그래서 이거 무슨 검사예요? 하니 남편은 자기도 궁금하다는 듯이 (코를 찔리고 있는 와중에도) 동생과 인턴을 번갈아봤고


그 방 환자와 보호자들도 모두 인턴이 뭘 하나 구경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언제나 남의 일은 궁금하다)


그리고 그다음 순간.


인턴은 무심하게 (그리고 또렷하게) “코로나 검사예요.”라고 말하더니 휙 나가버렸다고 했다.




문제는 병실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그 ‘말’을 듣고 눈빛이 바뀌었다는 것이었다.


웬 젊고 건장한 남자가 병실에 들어와서 (할아버지들 뿐이었다.)  왜 왔는지 무슨 병인지 궁금해 죽겠었는데.


“코로나 검사예요” 이 말 한마디에, 내 남편은 그냥 이젠 왜 왔는지도 궁금하지도 않은 ‘세균’이 되어버렸다.



********


당장 목소리 큰-  한 할머니는 그 방의 대표로! 간호사 스테이션으로 달려갔다.  아니 저런 검사를 받을 사람을 병실에 두니 제!! 정!! 신!!! 이냐며..


그런 사람은 따로 격리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진짜 코로나가 나오면 어떻게 할 거냐고. 우리 남편은 지금 안정되어야 하는 상태인데!!!!!!!!  난리난리를 부렸고


코로나 검사를 한 환자라 불안하기도 하지만. 그런 컴플레인까지 받고 우리를 그냥 여기에 둘 수 없었는지,


한 나이 든 간호사는 빈방으로 가라고 동생에게 설명(통보)했다.




“코로나 검진 결과 나올 때 까지는 짐 챙겨서 옆 빈병실로 이동해주세요.”


“저기.. 오전에 곧 안과검진을 받으러 가야 한다고 얘기를 들었는데요..”

(남편은 병원에 오기 직전에 두통과 더불어 눈이 눌리는 증상이 있었다.)


 “아니, 가실 수 있으시겠어요?”


머리가 짧은. 나이 든 간호사 선생님은 뭔가 예민했다고 했다.


“그럼 천천히 걸어서 가세요.. 환자 분하고 보호자분은 마스크 꼭 착용하고 다니세요.”


남편은 동생 부축 아래 추적추적 걸어 안과검진을 받으러 걸어 내려가려는데,

뭔가 그녀의 마음에 안 들었는지 큰 소리로 두사람에게 외쳤다고 (소리 지렀다고) 했다.


“환자분! 마스크 제대로 착용하라고 말씀드렸잖아요! (남편이 마스크로 코는 못 가린 상황)

그리고 바지!! 당장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오세요. “


그녀의 말에. 순간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의 눈은 남편에게 쏠렸다.  


밤에 열도 많이 나고 땀도 많이 흘려, 내가 새벽에 일부러 집에서 가져온 짧은 바지를 입혀놓았는데,

환자복이 아니라서 불량스러워 보였는지. 병원 내규상 환자복만 입어야 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동생은, 간호사의 말에 남편과 자신을 아래위로 바라보는 시선들에 모멸감 같은걸 느꼈다고 했다.


동생은 남편이 평소의 성격처럼-


“당신 뭡니까? 내가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 제가 이렇게 대우를 왜 받아야 합니까?”  이렇게 매차게 응수하는 상상을 순간적으로 했다고.

(남편은 평소에 자신이 이해 안 되는 부분에는 참지 않는 다혈질이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등골이 송연해졌었다고 했다.


하지만 아픈 매형은 아무 말이 없었고,

큰 덩치에 묵묵히 고개를 떨군 채.

 기운 없이 병실로 들어가 천-천히 바지를 갈아입곤


 마스크도 코까지 예쁘게 잘 올려 쓰고.

동생의 팔에 의지해 또다시 천-천히 걷고 걸어 안과 외래에 도착해

의자에 앉아서 멍하게 고개를 숙이고 축 늘어졌다고 했다.


그렇게 아래로 내려가 안과 외래를 20분 즈음 기다리고 있는데

앞에 안과 간호사가 누군가에게 전화받는 소리가 들리더란다. (동생은 “누나! 분명히 전화한 사람은 그 나이 든 간호 사였을 거야”라고 했다)


“네 여기 지금 O환자(남편 이름) 기다리고 있어요. 어쩌고-“


그리고 이들에게


“ 오늘 환자분. 검진은 못 받으세요. 코로나 검진 결과 나오고 나면, 다시 진료 잡아드릴게요.

오늘은 그냥 올라가세요”


남편은 이번에도 아무 말이 없었고

동생은 기다린 시간에 소득 없이 그를 부축해 병실로 올라갔다.

식은땀이 잔뜩 나있어서 동생은 형이 또 아파서 쓰러질까 봐 살짝 걱정되었다고 했다.


아까 그 날카로운 간호사는 둘의 얼굴을 보자마자 동생에게 말했다.


“ 환자분은 원래 있던 병실 들어가지 마시고, 바로 00 병실로 가세요.

 그리고 보호자 분만 들어가서 짐 챙겨가지고 가세요.”



우리 세균맨은 방으로 천천히 걸어가 지치듯 누웠고.


동생은 그녀의 말대로 원래 방에서 주섬주섬 짐을 싸고 있는데,


짐짓 그 방 사람들이 자신들은 아무 관련 없다는 듯이 모른 척


“어디로 가세요~?” 라며 떠보듯 물어보더란다.



동생은 폭발했다.


쫓아내라며 간호사에게 달려가 컴플레인한 것도 다 들었기에 방 사람들이 얄밉기도 했고,


검사를 설명 없이 진행한 것도 짜증 나고


진행하지도 못할 검사를 위해 내려가서 기다렸다 올라온 것도 짜증 나고-


무엇보다도 사람들 앞에서 바지를 갈아입으라는 둥 마스크를 어떻게 쓰라는 둥


큰소리로 지적받은 것도 짜증 나고.


이런 상황에서 축 늘어져있는 매형이 안타깝고 마음도 아프고.


그 모든 감정들이 혼합되어 동생은 폭발해버렸다고 했다.



“당신들!! 그거 왜 나한테 물어봐? 당신들이 내쫓은 거잖아!! 어? ”



그리고 휙 짐을 챙겨 나왔다는 것이 이 일들의 전말.


.

.

.

이야기를 듣는데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내 머리가 아파왔다.


그래.. 누나 일단 가고 있으니까.. 누나가 일단 형 얼굴 좀 봐야겠다..


 형은 좀 어때 보이니? 그래 계속 잔다고..


열이 난다는 이야기는 들었니? 응응.. 그래 금방 갈게.


오늘 생일인데 고생 정말 많았고, 너무 고맙다.. 형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나는 크게 한숨을 한번 더 쉬었다.


하....






















작가의 이전글 남편이 쓰러졌다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