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간호사. 진상 보호자로 변신.
“ o환자 보호자인데요.
어제 제 남편 응대하신 간호사선생님이 대체 누구세요?
제 남편한테 사과하셔야 할것 같은데요. ”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때문에 마스크를 쓰고있어 얼굴이 절반밖에 드러나지 않는다는게 새삼 감사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쥐어짜내는 용기였음이 얼굴에 다 드러났을테니까.
30여년 살면서 한번도 싫은 소리 해본적 없다.
힘주어 먼저 큰소리 내본 적도 없다.
심지어 가족과 말싸움 할때도 내 할말을 하면서 눈물을 줄줄줄 흘리며 말다툼 하는 타입ㅜㅜ
하.. 밤새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속된말로 진짜 졸라 짜증났다. 내가 남편 건강 쾌차에 신경쓰고 내 할일에 신경쓰는것도 벅찬데,
이런것까지 신경써야 돼?
어젯밤에 1층으로 몰래 나와 맥주도 한 캔 몰래 마셨다..
어제 저녁.
과연 방이 옮겨져 있었다.
남편은 오전에 봤을때보다는 훨씬 얼굴이 좋아보였다.
“어우 이제야 살 것 같네.”
남편은 기지개를 펴며 반짝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안아주었다.
“열도 떨어졌고, 나 머리도 개운해! 하루종일 잤더니 진짜 다 나은 것 같아!”
“아유 다행이네... 오늘 낮에 별일은 없었고?”
동생이 말해줬던 낮의 이벤트를 떠올리며 눈치를 슬슬 보며 물었다.
“아.. 그거? 아.. 들었어? 아 낮에는 나 기운이 너무 없었어..
꿈속에 있는 것처럼 아주 멍했다니까?
나 어제는 대체 어떻게 병원에 온거야?
와 진짜 토하고 힘들었던거만 생각나. 처남 고생 많았지?”
남편은 정말로 기운이 조금 나는듯 신나게 재잘대며 웃었다.
그때였다. 담당간호사인듯한 사람이 들어와 물었다.
“코로나 검사 하신거 음성 나오셨는데, 혹시 방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원래 방으로 돌아가시겠어요?”
나는 순간 망설였다. 수근댔다던 사람들이 상상되어 기분이 나빠졌다.
망설이는 나를 보고 남편은 물었다.
“왜? 원래있던 방(4인실)으로 돌아가자. 이 방(3인실)은 더 비싸지 않아? ”
나는 좀 더듬거리며 방 사람들과 동생이 그런 일이 있었노라 대략적으로 이야기했다.
(나는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인턴이 너무 미웠으므로,
인턴의 잘못으로 사람들이 코로나의 불안에 떨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어쩔수 없이 조금 언성이 높아진것 같노라고 했다)
남편은 가만히 듣더니.
“그럼 내가 잘못이 있는게 아니니까, 원래 방으로 다시 갈래.” 라고 했다.
담당간호사는 알았노라 하고 나갔고 우리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순간 다시 문이 열리며 챠지간호사인 듯한 사람이 들어오더니 우리에게 다시금 말을 걸었다.
“아니 낮에 그런일이 있었다고 얘기는 들었는데- 진짜 가시는거 괜찮으시겠어요?
굳이 옮기실거에요? 안옮기셔도 될것같은데.”
다소 공격적인 말투였다. 우리를 배려해주겠다는 건가? 우리가 옮기는게 귀찮은건가?
잠시 침묵이 흘렀고, 곧이어 남편은 차갑게 그녀를 쏘아보며 말했다.
“제가 잘못했습니까? ”
“아 아니죠” 호기롭게 들어왔던 그 챠지 간호사는 당황했다.
“네. 그럼 자리 옮기세요.”
남편은 표정이 완전히 굳은채로 나와 함께 짐을 옮겼다.
병실 사람들은 다시 돌아온 남편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저쪽에 앉은 할머니가 그때 수선을 피운 할머니임을 단박에 눈치챘다.
커튼을 치고 환자침대에 누워있는데, 남편이 조용히 말했다.
“나. 오늘 낮에 있었던 일 기억났어. 처남하고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
그 낮에 간호사가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도 정확히 기억나.
의료진이 아픈사람한테 그런식으로 응대해도 되는거야?”
나는.. 그냥 할말이 없어졌다.
“아니.. 뭐.. 바빠서 그럴수도 있고..”
아니..그냥 할말이 없어진게 아니고, 무슨말을 어떻게 해야할지가 어려웠다.
전직 간호사로서 사실 나는 무조건 간호사편에 서고싶은 생각이 있었기에..
아주 올드 선생님들일수록 신규간호사에게건 다른 선생님들에게건,
본을 보여야 하는 입장이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불친절하다는 말이 들려왔다?
아주 부끄러운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조금 더 오버하자면 병원의 수준을 알수 있다고까지 해야하나.
나는 사실 상상이 됐다.
아주 바쁜 하루였고 게다가 후배 간호사들은 뭔가 손발이 안맞고 미진해서 마음이 안좋다.
또 저 환자는 감염이 의심되는 (심지어 코로나) 환자다.
‘감염 의심’은 ‘감염확진’이 되었다는 생각하에 환자를 대한다.
응급실에서 검사를 받지 않은 환자가 병동에 올라온것도 신경쓰이는데
환자가 마스크도 내려쓰고 있다.
환복을 제대로 갖춰입지 않고있다.
나는 올드로서 다른 환자들을 위해 저 부분을 지적하고 고칠 책임이 있다.
환자분께 좋게 말씀을 드렸다.....말씀을.. 드렸다............
여기서 나는 상상이 막혔다.
그렇다면 왜... 왜.. 우리 남편과 동생은 기분 나쁘게 받아들였을까.
정말 좋게 말씀하신게 맞을까?
내가족의 편을 들어주면서, 저 사람의 잘못이 있을것이다를 먼저 떠올리지 않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만 생각해서 넘어가려고 하는 내 자신이 너무 짜증나서 가슴이 답답했다.
그래. 단순하게 생각하자...
내 남편과 동생은 기분이 나빴다.-가 팩트라고.
뭐어쨌든 남편은 그때부터 간호사들이 주사를 놓으러 가까이 오거나 하면
입을 굳게 다물었다.
사람 좋아하는 남편이 너무 차가운 모습을 보이는게 이상해 오늘 아침에는 슬쩍 물었다.
“뭐야 왜이렇게 차가워”
“굳이 친하게 지낼필요가 뭐 있어.
그리고 나 여기 퇴원하면서 그때 나한테 뭐라고 했던 간호사랑, 그 인턴 아주 강.력.하.게. 불만제기할거야.”
나는 띠용했다.
남편은 말을 이었다.
“있잖아, 내가 누군가를 가르칠 필요는 없지만, 내가 이렇게 부당하게 대우받았다는 거에 대해서,
환자라고 이렇게 함부로 얘기 듣고 대우받고,
나는 진짜 아니라고 생각해.”
...........
나는 큰일이라고 생각했다.
강력한 불만제기라..
남편은 보통 목소리도 조금 큰 편인데...ㅠㅠ
심지어 이 병동은.. 내 친구가 일했던 병동이다.
친구는 대부분의 일을 알고있었고, 이런것 저런것 다 상관없다고 했지만
어떻게 상관이 없을수 있겠는가..
(간호사는 어쩔수 없이 간호사편이게 된다...)
그렇다고 남편이 이런태도로 나올걸 알고 있으면서,
퇴원하는날까지 (심지어 언제 퇴원할지도 모르는데.. ) 지낸다? 내 마음도 너무 괴로울것 같았다...
그래서 고민끝에 스테이션으로 몰래 나왔다.
내가 먼저 담판을 지어야겠다고 결심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