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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Jun 06. 2020

남편이 쓰러졌다 3

응급실에서 입원실로 이동


 끼익-


차를 주차하자마자 마스크를 찾아 쓰고 허둥지둥 올라가는데 아이코 지금은 코로나 시대였지..

응급실 앞에서 체온 재고 해외 간 적 네네 없고요 체크 전화번호 끄적끄적 네 응급실에 보호자입니다.

한 명밖에 출입이 안된다고요?


-누나 응급실 앞이야! 교대!


 동생은 침착하게 나와서는 “어! 누나!”를 외치며  오른손으로 왼쪽 내 어깨를 힘껏 감싸 쥐었다. (동생의 오랜 습관이다)


- 누나 아우.. 형 진짜 힘들었나 봐. 병원 안 가려고 한다고 해서 나 정말 마음먹고 집 들어갔거든?

근데 형이 진짜 힘들었는지 거의 쓰러져있더라고. 병원 간다니까 묵묵히 옷 잘 입고 나왔어.

 들어가자마자 왼쪽 끝자리야 누나


- 그래그래 일단 너무 고맙고.. 여기 주변 있어줄래?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누나 집 다녀와야 할 수도 있어서

그때 교대 한 번만 더 부탁할게.


보호자 카드를 목에 걸고 들어갔다. 저 끝자리. 커튼이 쳐져있는 자리는 저기 한자리뿐이었다.

커튼을 여는데 익숙한 동그란 얼굴이 보였다.

이마를 만지니 너무 뜨겁더라.. 마침 지나가는 간호사를 잡고 물었다.


-저기.. 여기 보호자 왔는데요, 정말 죄송한데 제가 지금 와서요..

(담당 간호사가 아닌 경우에 아무 간호사에게 물어보면 짜증이 엄청난다는 걸 알고 있지만ㅜㅜ 난 보호자니까..)

혹시 저 K환자 체온이랑 혈압이 혹시 어떻게 되나요?


-아 잠깐만요. 이름이.. K라고요? (컴퓨터를 탁탁 보며)

  여기 오셔서 잰 열이 38.5도네요.


-아.. 네.. 감사합니다..


힘없이 돌아와 다시 남편 옆에 앉았다. 얼굴을 멍하니 보고, 한번 쓸어보고는

가만히 -자기야- 하고 불러보았다. 그는 눈은 감은 채로 으응 작게 대답을 했지만 열이 올라 헛소리를 하는 건지 내 말에 대답을 하는 건지는 감별할 수는 없었다.


혼잣말을 했다.


- 많이 힘들었지. 미안해 아플 때 옆에 못 있어서.. 아침에 얼마나 혼자서 놀랐어..

 미안해 우리 남편...


중얼거리다가 꿀밤도 한대 가만히 꽁 때렸다.

-그러게.. 진작 병원에 왔으면 좋았잖아. 으이그


-보호자분 되세요? 관계가 어떻게 되세요?


마침 담당 의사가 왔다.


-일단 응급으로 CT 찍으실 거고요. 어쩌고저쩌고


그리고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꽤 많은 시간 응급실에 머물렀다.

동맥혈 검사를 위해 팔목에서 한번 뽑고는 잠시 후 다시 돌아와 정맥혈이 뽑혔다며 다시 허벅지에서 쇽 뽑아갔던 일 (남편은 으으으 더 괴로워했다)

조영제로 다시 봐야겠다며 조영제 CT를 한번 더 찍고.

중간중간 머리 아프다며 소리를 질러 진통해열제도 세 번이나 들어갔다.

최종적으로는 증상이 뇌수막염이 맞는 것 같다며 뇌척수액 검사 동의를 받았고.

남편은 힘없이 치료실로 끌려(그렇게 보였다) 가 활처럼 굽어진 새우의 모습으로 척수액을 채취했다. (다행히도 이때가 기억나지 않는단다. 으으 진짜 아팠을텐데)


검사. 그리고 그다음 검사. 그 검사와 검사동안 남편은 열이 더 올라 40도에 육박했다. 통증은 도무지 가시질 않나 보다. 그는 열에 들떠 헛소리를 시작했다.


- 도와.. 주세요.. 도와주세요. 머리가 너무 아파요.. 저 좀 도와주세요..


우리 남편의 외양을 잠시 설명하자면 누가 봐도 테스토스테론이 풍부한 사람으로 보이는 상남자다.

내 평생 병원은 가지 않아!!! 내 면역은 최강이지!!!! 를 자랑처럼 얘기하는.

사실 실제로 운동도 좋아하고 술 담배도 하지 않아 바른생활 사나이의 표본이긴 하다. (그래 인정 인정)

곰 같은 덩치.


힘없는 -도와주세요-의 중얼거림에

우리 가정의 든든한- 나의 믿음직스러운 버팀목이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에.

나는 마냥 아득하고. 그냥, 나도 모르게 마음이 무너지고. 종내에는 눈앞이 흐려지는 듯 보여 눈을 두어 번 깜빡였다.


안돼 안돼 아안 돼 울면 안 돼.

에이 큰 병도 아니고. 뇌의 감기 같은 건데 울면 안되지.

나 나름 전직 의료인인데 에이.


-입원 자리가 나서요! 위로 올라갈게요!


드디어 응급실을 벗어났다. 거의 8시간 만인가, 나는 동생에게 잠시 부탁을 하고 서둘러 집으로 갔다. 짐을 좀 챙겨 와야 하니까.


그리곤 한달음에 집에 달려와 캐리어에 이것저것 짐을 싸기 시작했다.


아, 칫솔과 수건을 챙기려고 화장실 문을 열었을 때였나 보다.

나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깜짝 놀라 한참 화장실 앞에 멍하니 서있었고.

몇 걸음 걸어가서는 나는 나도 모르게 세면대를 잡고. 참았던 눈물을 엉엉 흘리기 시작했다.


화장실은 온통 혼자서 두통과 구역감과 열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했던 흔적이 가득했다.


물에 담빡 젖어 흘러내린 수건.


흐트러진 화장실 물품들. 그리고 수도로 돌려져 있는 수도꼭지

(우리는 샤워기로만 이용하고 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정신을 차리려고 한참 수도로 돌려놓고

틀어놓은 후 일부러 머리에 계속 물을 맞고 있었다더라..)


나는 어른이다.

나는 보호자다.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얼른 돌아온다.

내 짝꿍은 다시 아프지 않을 거다.

낫기 위해서 잠시 쉬러 간 거다.

나는 무섭지 않다.


그래그래.

아는 사람이 더하다고 했다.

나는 나 자신에게 으이그 유난 떨지 말자라고 말해주었다.

캐리어를 차에 싣고, 밤바람을 맞으며, 나는 입원생활 첫날을 투사처럼 지내기 위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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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직 병동 간호사 J 가 귀띔해 준.  입원생활을 위한 짐 싸기 팁 ***


1. 담요 (깔 거+덮을 거) , 내가 편하게 생각하는 베개.

병원에서 제공되는 이불도 있고 깔개도 있지만 집 이불이 최고죠

보호자 용도 한 세트 챙깁시다 (보호자 침상 너무 불편하니까요ㅜㅜ최대한 편하게..)


2. 수건 및 세면도구 및 속옷.

  (저는 작은 바가지 하나와 작은 컵도 하나 챙겼습니다.

누워있지만 걸어 다닐 힘이 없을 경우 침대에 앉아서 치카를 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아예 누워만 있어야 하는 분일 경우에 흡인의 우려가 있으니 뭐, 때에 따라서 이용합시다.


3.  편한 슬리퍼

기본이죠


4. 소형 선풍기 (병실 온도가 개인에 맞지 않을 수도 있으나 공용으로 사용하는 방일 경우 조절이 힘드니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5. 찜질팩 (얼음이나 찬물을 넣으면 얼음팩이 되고, 따뜻한 물을 넣으면 따뜻해지는 걸로 챙깁시다.)

** 하지만 병원에서 전기담요 같은 전열 도구는 위험합니다. 쓰지 않도록 합시다


6. 충전기, 물티슈, 옷걸이, 휴지

 옷걸이가 은근히 유용하더군요


7. 텀블러 및 빨대

병원생활 정말 오래 하시는 분들 같은 경우에는 병원 내 의료기 상사에서 판매하는

눈금 그려지고 부드러운 빨대가 부착되어 있는 물통 구매하셔서 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8. 입었다 벗었다 할 수 있는 후드. 기본적인 옷차림은 반팔에 벗었다 입었다 하는 게 좋습니다.


10. 보호자를 위한 자양강장제.

 홍삼이나 비타민. (간호하는 사람 건강이 제일 중요하니까. 잘 챙겨 먹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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