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로 Jul 05. 2020

남편이 쓰러졌다-마무리

돼지가 한마리도 죽지 않던 날


‘돼지가 한마리도 죽지 않던 날’ 이라는 소설을 읽고 엄청나게 울었던 기억이 있다.


자전적 소설인데,


뭐 줄거리를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죽음과 죽음 사이에서  삶의 가치를 발견하고,


잊어버리기 쉬운 가족애를 되새겨주는 따뜻한 소설이다.



지금 하고 있는 얘기와 이 소설의 내용과는 하등 관계가 없다;;




남편이 퇴원하면서 떠오른 생각은 뜬금없는 이 소설의 ‘제목’이었다.



‘아픈 사람이 한명도 없던 날’


‘슬퍼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던 날’


이런 내 소망을 담은 패러디 제목들이 내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병원에 있으면서 몇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결국 우리는 잘 퇴원을 했고


좋은게 좋은거다라는 멋진 명언처럼, 뭐 어쨌든 종내에는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더랬다.



 우스운 것은, 한가지 똑같은- 사건 안에서 각자가 겪은 일에 따라 미움의 방향이 각자 다른 것이 흥미로웠다.


 전직 간호사 였던 나는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인턴이 제일 미웠고,


동생은 매형에게 핀잔을 준 나이든 그 간호사가 너무 미웠으며


남편은 예민했던 병실의 할머니가 (마지막엔) 제일 미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각자가 겪고 느끼는 일에 따라 미움의 방향도 달라지니,


 겪은일이 많아지고 마음의 크기가 커지면 미움의 방향은 종내에는 어디에도 향하지 않게 되는걸까_




어쨌든,


나는 내 남편이 깨끗이 나아서 퇴원했다고 믿었으므로


오늘은 아픈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날이길.


이 B병원 안에 있는 환자들을 비롯해, 모든 병원, 그리고 질병을 비롯해 슬픔과 아픔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오늘 하루만큼은 아프지 않는 날이 되기를.


잠시나마 바라는 순간을 가졌다.













이전 06화 남편이 쓰러졌다 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