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어떻게 변해요?
“ 사람이 어떻게 변해요? “
그녀는 울음섞인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그녀는 결혼 1년차 기혼여성이다. 꽃같은 신혼생활을 즐겨야 마땅하거늘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남편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했다. 그녀는 어린 나이임에도 언제나 그녀를 큰 나무처럼 넓은 가슴으로 품어주던 남편이었기에 믿고 결혼했다. 그런데 결혼하고나서는 자꾸 다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싸우는 날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서로 서운한 점이 쌓여 폭발하기도 부지기수. 언제나 받아주던 웃는 얼굴의 남편은 어디가고 사사건건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해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며, 자기는 원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데 언제나 함께를 요구하는 남편에게 숨이 막힌다고 했다. 연애할 때는 시원시원하고 무한 긍정적인 모습에 반했는데 결혼하고 보니 그런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고.
컬러는 때로 기호의 역할을 한다. 좋아하는 컬러를 보면 그 사람의 취향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래서 수많은 컬러심리테스트의 대다수 질문이 “좋아하는 색”이 무엇인지 묻는다. 필자는 주로 세가지 컬러를 고르게 한다. 첫번째로 고르는 컬러는 사회적인 나를 드러낸다. 두번째로 선택하는 컬러는 대개 자신의 숨겨진 욕망을 뜻한다. 세번째로 선택하게 되는 컬러를 가장 주목하는데 그 마지막 선택이 고르는 사람의 무의식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선호하는 색 1,2 순위까지는 언제나 머릿 속에 있지만 3번째까진 준비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고심끝에 그때 끌리는 컬러로 선택하게 되는데 내 안에 있던 무의식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런 연유로 컬러를 3개 고르게 하는데 유독 6컬러를 선택해보라고 권하는 질문이 있다. 바로 ‘나 자신’에 관해서다. 나 자신을 표현하는 컬러는 6개를 고르게 한다.
그녀가 뽑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컬러 6개가 있다. 먼저 위와 아래가 확연하게 무드가 나뉘는 것이 보인다. 한없이 부드럽고 달콤하며 상큼한 위에 3 컬러와 달리, 아래 3 컬러는 싸늘하고 차갑고 딱딱하고 고집스럽다. 이렇게 컬러가 분리형으로 나오는 사람들은 방어적인 성격으로, 대개 남들에게 자신의 성격을 있는 그대로 노출하는 것을 꺼린다. 한 컬러당 그 사람을 알아가는 관문이라고 생각해보자. 생각보다 많은 관문을 통과하기 어렵다. 그러기에 우린 결국 외모, 표정, 말투 등 단편적인 정보로 상대방을 판단하기 쉽다. 아무리 오랜 시간 알아왔다 할지라도 남편은 그녀가 가진 성격의 50% 이상을 알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남편이 뽑은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6개의 컬러를 보면 부인의 것과 차이가 느껴진다. 남편은 시원시원하고 유쾌하며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성격의 소유자가 맞다. 그러나 내면에 한없이 약하고 수줍고 순수함을 좇는 연약한 자아도 있다. 둘 중 무엇이 진짜냐는 질문은 어리석다. 두 모습 모두 남편이다. 부인도 역시 남편의 모습을 반 밖에는 알지 못했다.
오래 사귀고 결혼한 커플들이 결혼생활에서 다름의 모습을 보았을 때 더 크게 실망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것은 이미 내가 그를, 그녀를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몰랐던 새로운 모습에 당황스러운 거다. 내가 몰랐던 모습을 하나 더 알게 됐구나 와 같은 접근이 아닌, 이런 사람이랑 결혼했다니 실망스럽다는 감정이 먼저 불쑥 올라와버린다. 나아가 상대방이 변했다고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종내에는 헤어지는 파국으로 치닫기도 한다. 오래 알고 지냈으니 상대방을 다 알 거라는 오만은 이렇게 나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사람은 자기가 보고싶은 면만 보게 돼 있다. 매번 달의 한쪽면만 보고 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살다보면 결국 보지 못했던 모습도 드러나게 된다. 몇십년을 같이 살아온 가족이라 할지라도 그 속을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이다.
“ 어떻게 사람이 변하니 “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꺼풀 더 드러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