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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소이 Apr 07. 2024

우리에게 단지 필요한 것, 도쿄에서(1)

- 계절의 맛

도쿄에 가면 꼭 먹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D와 난, 숙소에 들어가기 전 편의점에 들러 그것을 샀다. 시원하게 먹으려고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맥주를 꺼냈다.      


 그것을 감싸고 있는 플라스틱 용기 덮개를 벗겨내고 손가락으로 집어 들어 눈앞으로 가져갔다. 아이보리색의 보들보들한 촉감의 빵 사이로 포슬포슬하고 탐스러운 노란빛의 계란이 가득 담겨 있었다.  

    

 우린 동시에 한 입씩 베어 물었다. 달콤하고 짭짤한 계란 덩어리들이 입속에서 동글동글 돌았다. 속에 들어간 재료는 계란뿐인 것 같은데 이렇게 맛있을 수 있나, 시원한 맥주를 들이켜며 다른 편의점들도 돌면서 다 먹어봐야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날은 오다이바 모리디지털아트 뮤지엄에 가서 빛이 그리는 꽃과 나무, 폭포를 보 황홀경에 빠졌고, 비너스포트에서 멘츠카츠세트와 담백한 함박스테이크 정식으로 배를 채웠고, 카페 블루보틀에서 산미가 돋보이는 커피를 마시며 커피 맛과 향에 취했다.     


 우리가 먹고 보고 마신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그래도 가장 맛있는 건 지금 너와 함께 소파에 파묻혀서 함께 먹고 있는 계란 샌드위치라고 말했다. 내가 더 먹고 싶은 건 이 계란 샌드위치 뿐이라고.   


 어떤 음식을 먹다가 누군가를 생각한다면, 그건 그 음식을 함께 먹었던 사람의 추억도 함께 먹었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보화 작가는, 맛의 첫인상은 누구와 어떻게 먹게 되었는지에 따라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D와 계란 샌드위치를 함께 먹으며 보낸 시간이, 나에게는 달콤 짭짤한 맛으로 새겨진 것이겠지.  

   

신기하게도 맛의 첫인상은 본질적인 혀의 감각보다 누구와 어떻게 먹게 되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그날, 함께한 누군가와 나누었던 분위기, 느꼈던 기분들이 퍼즐조각처럼 맞춰지면 하나의 맛으로 기억된다. 아마도 이 과정들이 모여 또 하나의 삶의 가닥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닐까. ~담백한 콩국수든 달콤한 콩국수든 자기가 기억하는 정든 맛의 모양대로 한 그릇을 다 비워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새로운 퍼즐 조각을 나누어 갖게 됐다

- 정보화, 계절의 맛, 2019, 지콜론북, p.80     


 그리고 내가 그와 함께 먹은 많은 음식 중에 가장 소박한 음식을 떠올렸던 건, 아마 그 순간이 가장 편안하고 즐거웠던 거라고, 그 당시 깨닫지 못했던 지금의 내가 속삭였다.     


 우리는 그때 많은 걸 바라지 않았다. 우리가 바란 건, 단지 서로 마주 보고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부담 없이 배를 채우고 입안을 달콤하게 만들어주는 계란 샌드위치였다.     


 여행이 끝날 때까지 매일 밤, 숙소로 돌아와 D와 계란 샌드위치를 먹었다. 마치 하루를 마무리하는 의식이 된 것처럼, 오늘도 씩씩하게 하루를 보냈지,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듯이. 기분 좋게 포만감을 느끼며 잠이 들었다.

   

 다음에 도쿄에 오면 또 먹자고 다짐했던 그것, D와 마주 보며 즐겁게 먹었던 편의점에서 파는 계란 샌드위치가 생각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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